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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리스트럭처링 전략

SK텔레콤, 주주환원정책 수정…자사주 활용법은

⑧자사주 소각 재시동…순익 1조 달성시 5% 자사주 매입여력 확보

이민호 기자  2024-05-16 15:33:55

편집자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재무안정성을 제고하고, 적정 유동성을 관리하기 위해 다양한 재무 리스트럭처링(Financial Restructuring) 전략을 짠다. 비주력 사업과 유휴 자산 매각부터 계열사 간 통합, 운전자본 최적화 등 구체적인 실행 방법은 다양하다. 미래 현금 창출력 확대를 뒷받침할 재무 구조를 만드는 움직임이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재무 리스트럭처링 전략을 살펴본다.
SK텔레콤은 올해 1월 2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했다. 자사주 소각은 2021년 5월 2조원 규모 소각 이후 약 3년 만이다. 올해 주주환원정책을 수정하며 환원방법으로 현금배당에 더해 자사주 소각을 명시한 만큼 향후 자사주 활용 여지는 더 커질 전망이다.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1조원을 달성할 경우 현재 주가 수준에서 발행주식총수의 5%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매입할 여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풍부한 자사주, 재무전략에 적극 활용…SK스퀘어 분할로 소각 재시동

SK텔레콤은 애초 자사주가 풍부한 편이었다. SK스퀘어 인적분할(2021년 11월) 직전인 2020년말까지만 해도 발행주식총수에서의 자사주 비중은 11.7%였으며 예년에도 이 비중은 10% 안팎을 유지했다. 풍부한 자사주는 자금조달의 수단으로 활용됐다.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2004년 5월 3억2945만달러 규모 해외 교환사채(EB)와 2009년 4월 차환 목적의 3억3253만달러 규모 해외 EB를 잇따라 발행한 점이 대표적이다.


자사주는 사업협력 강화의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2019년 11월 카카오가 실시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3000억원을 책임졌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을 위해서였다. 카카오 신주 인수를 위한 재원은 카카오에 자사주 126만6620주를 매각한 대금(3000억원)이었다. 카카오에 매각한 자사주는 발행주식총수의 1.6%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2019년말 한때 자사주 비중이 10%를 밑돌기도 했지만 자사주 취득을 통해 1년 만에 10%를 다시 웃도는 수준으로 맞췄다. 매년 별도 기준으로만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자사주 취득을 위한 재원이 충분했다.

SK텔레콤 외에도 SK그룹 주요 계열사는 그동안 자사주를 재무전략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 연결 기준 2조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2021년 배당을 실시하지 못했다. 2021년 10월 SK온 출범 이후로는 자금 소요가 발생하면서 현금배당 여력이 위축되자 2022년과 지난해 각각 2109억원과 4816억원 규모 자사주를 현물배당했다.

SK텔레콤의 자사주 정책은 SK스퀘어 인적분할을 계기로 변화를 맞았다. SK스퀘어 인적분할을 앞둔 2021년 5월 자사주 소각에 1조9660억원(868만5568주)을 썼다. 2006년 2087억원(108만3000주), 2009년 925억원(44만8000주) 이후 소각한 사례가 없었다. 소각 규모는 당시 보유하고 있던 전체 자사주(958만5568주)의 90.61%, 발행주식총수의 10.76%에 이르렀다. 2020년말 이익잉여금이 16조원을 웃돌았던 데다 현금성자산도 8771억원으로 자사주 소각을 위한 재원이 충분했다.

자사주 소각과 SK스퀘어로의 일부 이전으로 자사주 비중은 2021년말 0.6%(125만992주)로, 2022년말에는 0.4%(80만1091주)로 각각 하락했다. SK스퀘어 인적분할 이후 자사주 처분은 임직원과 사외이사 대상 상여 지급 용도로만 이뤄졌다. SK텔레콤이 경영진과 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2021년부터 주식 기준 보상 시스템인 '주주참여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환원방법으로 자사주 소각 명시…순익 1조 달성시 자사주 5% 매입여력 확보


자사주 비중이 1% 미만으로 쪼그라들면서 활용이 잠잠하던 SK텔레콤은 지난해말 자사주 비중을 2.8%(613만3414주)로 다시 공격적으로 늘렸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자사주 취득에 2855억원을 썼다. 약 3년 만에 소각을 다시 실시하기 위해서다. SK텔레콤은 1월 2000억원을 투입해 자사주 404만3091주를 소각했다. 소각분에 상여지급분까지 고려한 지난달말 자사주 비중은 0.89%(190만9188주)까지 하락했다.

자사주 소각은 주주환원정책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SK텔레콤은 2021년 8월 공정공시를 통해 2021~2023년 주주환원정책으로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서 자본적지출(CAPEX)을 제외한 금액의 30~40%를 배당할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올해 4월 공정공시에서는 2024~2026년 주주환원정책으로 연결 기준 조정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환원하되 방법으로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모두 제시했다.

SK텔레콤의 자사주 소각은 최근 SK그룹 차원에서의 주주환원정책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2022년과 지난해 현금배당 없이 자사주를 이용해 현물배당을 실시했던 SK이노베이션은 올해에는 배당 없이 2월 7936억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했다. SK스퀘어는 출범 이후 배당 없이 자사주 소각으로만 주주환원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063억원, 올해 4월 1965억원 규모 자사주를 각각 소각했다. 지주사 SK도 올해 1933억원 현금배당(2023년 결산배당)과 동시에 지난달 1007억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했다.


소각에 따라 자사주 비중이 1% 미만으로 하락한 만큼 당분간 임직원 대상 상여 지급 외에 SK텔레콤이 자사주를 활용할 여지는 크지 않다. 하지만 주주환원정책으로 자사주 매입소각을 명시한 데 더해 지난해말 별도 기준 이익잉여금이 15조원을 웃돌고 현금성자산도 8174억원인 만큼 향후 자사주 취득으로 활용 여지를 넓힐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SK텔레콤은 분기배당도 이어오고 있기 때문에 올해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당기순이익과 현금배당 규모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다만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1조1459억원을 통해 자사주 매입 규모를 짐작해볼 수 있다. 최소 주주환원 규모인 당기순이익의 50%(5730억원)를 자사주 매입에 모두 투입할 경우를 전제로 이번달 14일 종가(5만2800원)를 임의 대입하면 매입할 수 있는 자사주는 1085만주 정도다. 발행주식총수의 5% 수준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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