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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패러다임 시프트

기민한 대응 빛 본 삼성화재, 업계 유일 13조대 CSM

IFRS추진파트 및 마스터 플랜 가동…IFRS17 시스템 2019년 완비 평가

이재용 기자  2024-04-24 07:46:02

편집자주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보험산업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보험부채를 시가평가하기 시작하고 이를 기반한 보험계약마진(CSM)이 핵심 수익성 지표로 떠올랐다. 보험사들은 하나같이 CSM 확보에 유리한 경영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상품 구성부터 조직 개편까지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IFRS17이 도입된 지 1년, 변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발맞춘 각 보험사의 경영전략 변화 전반을 조명해 본다.
삼성화재는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대응을 가장 기민하게 준비해 온 보험사다. IFRS17이 도입되기 전부터 이미 보험업계와 IFRS17 컨설팅업계에서는 선도적인 회사로 삼성화재를 꼽았다. 본격 도입된 것은 지난해지만 이에 몇 해 앞선 2019년부터 이미 전사적 시스템 구축이 완료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IFRS17이 실제 적용된 지 1년, 오랜 기간 도입을 준비해 온 결과는 숫자로 증명됐다. IFRS17 수익성 지표 보험계약마진(CSM) 규모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업계를 통틀어 보험사 최대 규모를 확보했다. 지난해 기준 CSM 잔액은 13조원을 이상이다. 13조원대 CSM은 보험사 중 삼성화재가 유일하다.

◇사업전략 기반 IFRS17 시스템, 2016년부터 대응 본격화

현재 진행형인 삼성화재의 IFRS17 대응은 지난 2016년부터 본격화했다. 시기가 이른 이유는 본래 IFRS17이 2021년에 도입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만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두 차례 시행 시기를 연기한 바 있다.

IASB에 의해 도입 시기가 조정되기 전 보험업계와 회계컨설팅업계 등에서는 여러 보험사가 IFRS17 시스템을 제 시간 안에 구축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2016년부터 시작해 이듬해부터 구축 작업이 실질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삼성화재는 예외였다.

앞서 삼성화재는 2016년 4월 IFRS17 도입 추진 부서인 'IFRS추진파트'를 구성했다. IFRS17에 대응한 회계결산시스템 구축, 임직원 교육, 재무영향분석 등의 준비 작업을 추진하는 전담 부서다. 초기 인원은 10여 명으로 전담 인력 등을 보강하며 차츰 규모를 키웠다.

도입 준비 일환으로 2017년부터는 삼일회계법인을 컨설팅 파트너로 'IFRS17 시스템 구축을 위한 마스터 플랜 수립'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삼성화재의 마스터플랜 프로젝트는 일반적으로 IFRS17 도입에 앞서 시스템 구축 밑그림을 그리는 타사의 초창기 단계 작업과는 구분됐다.

삼성화재의 경우에는 IFRS17 이슈를 당시의 손익산출이 가능한 계리모형에 어떻게 반영할지를 고민하는 사실상 소트웨어 구축 마지막 단계였다. 실제로 삼성화재는 IFRS17 기준과 유사한 유럽의 솔벤시2(SolvencyⅡ) 기준을 2012년에 도입했다. 2016년부터는 해당 기준대로 월별 손익까지 산출했다.

IFRS17 도입 전후의 조직개편과 사업 추진 방향 등은 모두 과거부터 구축해 온 시스템과 연관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셈이다. IFRS17 도입에 있어 가장 선도적인 회사로 삼성화재가 꼽히는 배경이다.

◇보험업계 최대 CSM 잔액 확보…맞춤형 포트폴리오 구축 주효

삼성화재의 시스템 구축 효과는 실적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IFRS17에 따라 2022년 CSM 규모를 산출한 결과 삼성화재의 CSM은 연초 8조원에서 연말 12조2000억원 수준으로 4조2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연간 CSM 증가 규모와 CSM 잔액은 삼성금융 맏형 삼성생명보다도 컸다.

지난해 말 기준 CSM 잔액은 13조3028억원에 달한다. CSM 계정에서 이익 상각분 1조5385억원 이외에도 금융당국 계리적 가정 변경에 따른 1조2002억원 규모의 조정 감소가 발생했다. 하지만 전년 대비 63.8% 급증한 3조4995억원가량의 신계약 CSM을 확보하며 감소분을 상쇄했다.


CSM은 회사의 미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손익과 직결된다. 대규모 CSM 확보를 기반으로 삼성화재는 지난해 세전이익 2조4446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연결 기준 순이익은 1조8216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영업이익은 2조3572억원으로 15.3% 증가했다.

CSM 산출에 유리한 장기보험 위주의 판매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게 주효했다. 미래 수익의 원천인 CSM은 고수익 계약을 많이 확보할수록 높아지는데 장기보험이 이에 해당한다. 삼성화재의 장기보험 손익은 1조5393억원으로 전년 대비 12.8% 성장했으며 장기 보장성 월 평균 보험료는 155억원으로 전년 대비 12.2% 늘었다.

대거 확보한 CSM은 가용자본도 늘려 신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IFRS17에서 CSM은 가용자본으로 인정된다. 지난해 킥스비율은 271.9%로 전년 동기 252.9%보다 19%포인트 상승했다. 금융당국의 킥스비율 권고치인 150%을 120%포인트가량 웃도는 안정적인 수준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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