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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금융권 연체 리스크

KB국민카드, 표면 지표 '우수'…대환에 가려진 잠재 위험

1% 초반 안정적 연체율…대환대출 포함시 1% 후반대로 상승

이기욱 기자  2024-04-19 14:38:29

편집자주

올해 제2 금융권의 최대 화두는 건전성 관리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며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 은행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신용 차주의 비중이 큰 카드사와 캐피탈사, 저축은행들이 본격적으로 연체 리스크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2금융권 각 금융사별 건전성 지표 흐름과 차주별 관리 현황 등을 심층 분석해본다.
KB국민카드는 업계 상위권의 연체율 관리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카드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전년 대비 상승폭도 세 번째로 작았다. 3개월 이상 장기 연체 채권에 대한 총액 관리도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표면 수치에서 보이지 않는 잠재 위험은 타 카드사 대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 연체율에는 포함되지 않는 대환대출이 최대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차주 신용도 악화와 리볼빙 확대 등도 향후 연체 리스크 관리의 주요 해결 과제가 될 전망이다.

◇건전성 업계 2위…3개월 장기 연체 채권 전년 대비 감소

지난해말 기준 국민카드의 연체율은 1.03%다. 이는 국내 7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 중 현대카드(0.63%)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에 해당한다.

2022년말 0.92%였던 국민카드의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말 1.18%로 상승했고 2분기말 1.15%로 소폭 개선됐다. 3분기말 다시 1.21%로 악화됐지만 1분기만에 1.03%로 빠르게 개선됐다. 전년말 대비 상승폭은 0.11%포인트로 현대카드(-0.24%포인트), 우리카드(0.02%포인트)에 이어 세 번째로 작다.

고금리발 업황 악화에도 연체 채권 총량 자체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됐다. 지난해말 기준 국민카드의 1개월 이상 연체 채권 잔액은 2721억원으로 전년말(2493억원) 대비 9.1% 증가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등 경쟁사는 각각 39%, 25.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장기 연체 채권 관리 부문에서도 우수한 역량을 보였다. 3개월 이상 장기 연체 채권은 오히려 총액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말 996억원에서 지난해말 747억원으로 25% 줄어들었다.

6개월 이상 연체 채권은 118억원에서 168억원으로 50억원 가량 늘어났지만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 연체 채권이 878억원에서 578억원으로 200억원 줄어들었다. 신한카드(61%)와 삼성카드(24.7%) 등 타 상위권 카드사는 모두 3개월 이상 연체 채권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

◇대환대출 총액 최대…약 2000억 상환 능력 미개선

국민카드의 문제는 단순 연체율에서는 보이지 않는 잠재 위험들이다. 각 사별 연체율이 아닌 금융감독원 업무보고서 기준 연체율을 살펴보면 그 차이가 명확히 드러난다.

금감원은 지난 2000년대 초반 카드사태 이후 보다 보수적인 관점에서의 연체율 산정을 요구하고 있다. 1개월 이상 연체 채권뿐만 아니라 대환대출 중 일부도 연체율에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채무 상환 능력이 현저히 개선되지 않은' 대환대출은 사실상 연체 채권과 위험도가 비슷하다는 판단이다. 채무 상환 능력 개선의 조건으로는 △원금 30% 이상 납입 △약정 기간 3분의 1 정상 납입 △6개월 이상 정상 납입 등이 있다.

이러한 금감원 기준 연체율로 따지면 국민카드의 연체율은 1.86%로 높아지게 된다. 회사 자체 연체율(1.03%)과는 0.83%포인트 차이가 있다. 전 카드사 통틀어 차이가 가장 크다.

현대카드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던 건전성 순위도 5위로 하락하게 된다. 우리카드(2%), 하나카드(1.99%)에 이어 가장 높은 연체율을 기록했다. 그만큼 대환대출로 인해 일시적으로 가려진 연체 위험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국민카드의 대환대출 잔액은 6856억원으로 7개 카드사 중 가장 많다. 전년말(4325억원) 대비 58.5% 증가했다. 2위 신한카드(3722억원)의 1.8배 수준이다. 전체 채권 규모는 신한카드가 39조5793억원으로 국민카드(26조4692억원) 보다 1.5배 많다. 총 채권 대비 대환대출 비중 역시 국민카드가 2.59%로 가장 높다.

금감원 기준 국민카드의 총 연체 채권은 약 4923억원이다. 실제 연체 채권(2721억원)과의 차이를 고려할 때 채무 상환 능력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대환대출의 규모는 약 2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말 기준 국민카드 대환대출의 연체율은 14.47%로 전년말(11.81%) 대비 2.66%포인트 악화됐다.

◇리볼빙 확대·고객 신용도 저하 등 불안요소로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확대와 차주 신용도 악화 등도 향후 불안요소로 여겨진다. 리볼빙은 카드 이용 금액 중 일정 금액만 결제하고 남은 금액을 다음 달로 이월할 수 있는 서비스다. 취약 차주가 주로 이용하는만큼 부실 위험도 상대적으로 크다.

국민카드는 지난해말 기준 4조1340억원으로 카드사 중 가장 많은 리볼빙 잔액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4조445억원) 대비 2.2% 증가했다.

내부 분류에 따른 차주들의 신용도도 악화됐다. 국민카드는 감사보고서상 차주들의 공시등급을 1부터 5까지 나눠 기재하고 있다. 부도율 구간에 기초한 분류로 부도율 1% 이하는 공시등급1에 해당하며 1%초과 5% 이하는 2등급으로 분류된다. 다음 15%, 30%를 기준으로 3, 4, 5등급이 나뉜다.

지난해말 기준 국민카드의 상각후원가 측정 기준 신용카드 자산은 총 22조3820억원으로 이중 1등급에 해당하는 자산은 49.59%로 나타났다. 전년말(57.08%) 대비 7.49%포인트 축소됐다. 대신 2등급에 해당하는 자산이 24.68%에서 30.25%로 5.57%포인트 늘어났고 3~5등급 비중도 소폭 증가했다.

일반대출 자산 역시 마찬가지다. 총 1조6310억원 중 1등급에 해당하는 자산은 47.87%로 전년(60.91%) 대비 13.04%포인트 줄어들었다. 2등급은 27.51%에서 32.31%로 3.8%포인트 확대됐다. 3등급과 4등급, 5등급도 각각 5.1%포인트, 0.61%포인트, 2.53%포인트씩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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