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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자금조달 점검

'회사채 올인' 벗어난 KB국민카드, 비중 60%대 첫 진입

③단기CP·ABS 늘려 조달 안정성 강화…금리 인상 대비 포트폴리오 다각화

김보겸 기자  2024-09-27 07:46:51

편집자주

지리하게 이어 오던 고금리 시대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올 하반기 들어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부담이 소폭 낮아지는 모습이다. 카드사들은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회사채 비중은 줄여가며 다양한 조달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국내 7개 카드사의 조달 전략을 들여다 본다.
KB국민카드가 자금 조달 경로를 다변화하고 있다. 90%에 육박했던 회사채 비중은 올 상반기 들어 처음으로 60%대로 떨어졌다. 금리 인상기에 카드채 발행 비중을 줄이고 기업어음(CP) 등 단기물 비중을 늘리는가 하면,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늘려 중기물의 이점인 조달 안정화와 비용 효율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회사채 의존도 90%에서 60%대로 감소

KB국민카드는 업계에서 회사채에 가장 많이 의존해 왔다. 지난 2017년에는 차입금 중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89.6%에 달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여전채(여신금융전문회사채권) 금리가 치솟자 회사채 발행 비중을 계속 줄여오고 있다.


올 들어서는 회사채 비중이 처음으로 60%대에 진입했다. 상반기 KB국민카드 회사채는 14조4124억원으로 전체의 69.3%를 차지했다. 지난 2022년 15조5530억원(72.8%)에서 2023년 13조8264억원(71.6%)으로 줄어드는 등 규모와 비중 모두에서 회사채 의존도를 줄이는 모습이다.

회사채 비중 축소는 금리 인상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KB국민카드는 은행계라는 이점을 바탕으로 'AA+/안정적'이라는 우량 신용등급을 갖고 있다. 타사보다 영업자금을 조달하는 데 유리한 편이었지만 이자비용 상승을 피하긴 어려웠다.

실제 조달 비용도 치솟고 있다. 올 상반기 이자비용은 357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3047억원)보다 17% 늘었다. 차입부채평잔에서 이자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인 조달비용률도 작년 상반기 2.9%에서 올해 3.4%로 상승했다.


카드사가 영업자금의 대부분을 차입이나 회사채 발행 등 시장에서 조달해야 하는 만큼, 금리 환경에 민감도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 KB국민카드가 지난 2021년 9월 발행한 3년물 카드채 금리는 1.86~2%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발행물은 3.3~3.4% 정도로 금리가 형성돼 있다.

향후 1년 안에 이 같은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 비중은 37.4%다. 조달 비용 부담이 과거보다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채권 평균 만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올 상반기 채권 발행만기는 2.93년으로 작년 말(3.24년) 대비 짧아졌다.

◇단기물 비중 늘려 금리 상승폭 완화

KB국민카드는 비용절감을 위해 단기차입을 늘려 대응하고 있다. 올 상반기 KB국민카드 CP는 3조3000억원으로, 회사채 다음으로 차입부채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중 60%가 1년 미만 단기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0% 수준에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전액을 장기물로 구성한 신한카드나 90% 이상을 장기물로 채운 삼성카드보다 단기물 비중이 높다. 만기를 길게 가져가면 차입 안정성은 챙길 수 있지만 높은 이자비용이 부담될 수 있다. KB국민카드 재무라인에선 2022년 하반기부터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조달 환경이 악화하자 금리 상승폭을 완화하기 위해 단기자금 조달 비중을 늘려 왔다.

단기자금 비중을 늘렸지만 유동성 위험은 낮게 평가된다. KB국민카드가 즉시 가용할 수 있는 유동성은 2조8000억원으로, 90일 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부채 규모(2조2000억원)을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뿐 아니라 중기물 비중도 늘리면서 조달 안정성과 이자비용 효율화를 추구하고 있다. 상반기 KB국민카드의 ABS 규모는 2조8393억원으로 작년 말(1조8132억원) 대비 56% 급등했다. 전체 차입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8%에서 13.6%로 급등했다. 카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ABS는 회사채보다 금리가 낮은데다 만기는 2년 이상으로 길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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