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카드가 자금 조달 경로를 다변화하고 있다. 90%에 육박했던 회사채 비중은 올 상반기 들어 처음으로 60%대로 떨어졌다. 금리 인상기에 카드채 발행 비중을 줄이고 기업어음(CP) 등 단기물 비중을 늘리는가 하면,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늘려 중기물의 이점인 조달 안정화와 비용 효율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회사채 의존도 90%에서 60%대로 감소
KB국민카드는 업계에서 회사채에 가장 많이 의존해 왔다. 지난 2017년에는 차입금 중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89.6%에 달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여전채(여신금융전문회사채권) 금리가 치솟자 회사채 발행 비중을 계속 줄여오고 있다.
올 들어서는 회사채 비중이 처음으로 60%대에 진입했다. 상반기 KB국민카드 회사채는 14조4124억원으로 전체의 69.3%를 차지했다. 지난 2022년 15조5530억원(72.8%)에서 2023년 13조8264억원(71.6%)으로 줄어드는 등 규모와 비중 모두에서 회사채 의존도를 줄이는 모습이다.
회사채 비중 축소는 금리 인상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KB국민카드는 은행계라는 이점을 바탕으로 'AA+/안정적'이라는 우량 신용등급을 갖고 있다. 타사보다 영업자금을 조달하는 데 유리한 편이었지만 이자비용 상승을 피하긴 어려웠다.
실제 조달 비용도 치솟고 있다. 올 상반기 이자비용은 357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3047억원)보다 17% 늘었다. 차입부채평잔에서 이자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인 조달비용률도 작년 상반기 2.9%에서 올해 3.4%로 상승했다.
카드사가 영업자금의 대부분을 차입이나 회사채 발행 등 시장에서 조달해야 하는 만큼, 금리 환경에 민감도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 KB국민카드가 지난 2021년 9월 발행한 3년물 카드채 금리는 1.86~2%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발행물은 3.3~3.4% 정도로 금리가 형성돼 있다.
향후 1년 안에 이 같은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 비중은 37.4%다. 조달 비용 부담이 과거보다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채권 평균 만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올 상반기 채권 발행만기는 2.93년으로 작년 말(3.24년) 대비 짧아졌다.
◇단기물 비중 늘려 금리 상승폭 완화
KB국민카드는 비용절감을 위해 단기차입을 늘려 대응하고 있다. 올 상반기 KB국민카드 CP는 3조3000억원으로, 회사채 다음으로 차입부채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중 60%가 1년 미만 단기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0% 수준에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전액을 장기물로 구성한 신한카드나 90% 이상을 장기물로 채운 삼성카드보다 단기물 비중이 높다. 만기를 길게 가져가면 차입 안정성은 챙길 수 있지만 높은 이자비용이 부담될 수 있다. KB국민카드 재무라인에선 2022년 하반기부터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조달 환경이 악화하자 금리 상승폭을 완화하기 위해 단기자금 조달 비중을 늘려 왔다.
단기자금 비중을 늘렸지만 유동성 위험은 낮게 평가된다. KB국민카드가 즉시 가용할 수 있는 유동성은 2조8000억원으로, 90일 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부채 규모(2조2000억원)을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뿐 아니라 중기물 비중도 늘리면서 조달 안정성과 이자비용 효율화를 추구하고 있다. 상반기 KB국민카드의 ABS 규모는 2조8393억원으로 작년 말(1조8132억원) 대비 56% 급등했다. 전체 차입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8%에서 13.6%로 급등했다. 카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ABS는 회사채보다 금리가 낮은데다 만기는 2년 이상으로 길다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