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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한' ESG 시장, KT&G 녹색채권 주목받는 배경은

기관투자자 맞춤형 발행 전략, 5년물 녹색채권으로 제시

김슬기 기자  2024-04-16 11:14:27
국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채권 시장이 잠잠해진 가운데 KT&G이 녹색채권을 발행하기로 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2021년까지만 하더라도 ESG금융 활성화에 따라 시장 규모가 28조원을 넘었으나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사 IB들은 절차가 번거로운만큼 ESG채권 발행 유인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KT&G가 이번에 녹색채권으로 회사채 일부를 발행하기로 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일부 기관투자자들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내부 ESG 투자가이드라인에 의해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담배업을 영위하는 KT&G 투자가 어려운 기관투자자들이 있었던만큼 이를 고려해 일부 만기에 대해 녹색채권을 발행하기로 한 것이다.

◇ AAA급 KT&G의 고민, 담배업에 대한 비선호 극복 과제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T&G는 오는 17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채 수요예측을 진행할 계획이다. 만기구조(트랜치)를 2년물, 3년물, 5년물로 나눠 각각 400억원, 1000억원, 600억원 등 총 2000억원을 모집하기로 했다. 이 중 KT&G는 5년물에 한해 녹색채권으로 발행하기로 했다.

KT&G는 신용등급 AAA을 받은 초우량 기업이다. 국내 민간기업 중 AAA등급을 받은 비금융 사기업은 SK텔레콤, KT, KT&G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해 9월 공모채 시장에 데뷔했고 총 3000억원 모집에 1조8100억원의 수요를 모으면서 인기를 끌었다. 당시 등급 민평 대비 언더 금리로 발행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고민은 있었다. 바로 KT&G의 사업 구조로 인해 기관투자자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기 힘들다는 점이다. 지난해말 기준 사업구조를 보면 담배 사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61.6%(3조6123억원)다. 건강기능 사업부문 비중은 23.8%(1조3935억원), 부동산 9.4%(5501억원), 기타 부문 5.2%(3067억원) 등이다.


기본적으로 담배 산업을 하는 KT&G의 경우 ESG를 중시하는 기관투자자 선호도가 크지 않다. 국민건강증진법 제3조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건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국민건강을 증진할 책임을 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기관들은 담배나 주류업 등을 영위하는 기업들에 투자를 제한하기도 하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KT&G가 담배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신용등급과는 상관없이 투자검토가 어려운 기관들이 있다"며 "일부 트랜치를 녹색채권으로 발행하게 되면 해당 트랜치에 한해 투자가 가능한 기관들이 있다는 점을 고려,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조달자금,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가동에 전액 투입

이번에 KT&G가 녹색채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및 친환경 건물 건설에 사용할 계획이다. 5년물의 경우 수요예측 결과를 보고 향후 1000억원까지 증액발행이 가능하다. 조달자금 전액을 투입해 광주, 영주, 김천 등 제조공장 지붕 등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자가소비형 태양광 발전설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회사 측은 "친환경건물의 경우 2025년 준공 목표로 세종미래산업단지에서 진행하고 있는 세종인쇄공장 건축물로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인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 Gold 인증을 취득할 예정"이라고 명시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발행사 입장에서는 ESG채권을 발행하면 번거로움이 더 큰 만큼 해당 채권에 대한 니즈가 크지 않다"면서도 "KT&G의 경우 투자가 제한된 기관투자자의 참여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수요예측에서 KT&G 녹색채권에 어느 정도의 수요가 들어올지 관심이 모이는 대목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녹색채권 발행이 아니더라도 KT&G에 대한 투자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KT&G는 최상위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가 안정적인 현금창출력과 우수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주요 사업부문별로 높은 시장지위를 바탕으로 우수한 사업안정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편 ESG채권 발행 규모는 꾸준히 줄고 있다. 2021년 국내 ESG채권 시장은 28조원대까지 커졌다가 2022년 16조원대, 2023년 14조원대까지 줄어들었다. 올 들어서는 총 4조4972억원의 ESG채권이 발행됐다. 그나마 환경부가 한국형 녹색채권에 대해 이자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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