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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AAA' KT&G, 다양해진 조달 선택지

향후 5년간 3.9조 투자계획 발표, 유동성 확보 방안 다변화

김슬기 기자  2023-07-03 13:27:18
KT&G가 최근 기업신용평가(ICR) 등급 AAA를 획득하면서 자금 조달처를 다변화할 수 있게 됐다. KT&G는 2005년 신용등급이 소멸됐고 18년만에 다시 신용등급을 받았다. 이와 더불어 기업어음(CP) 등급도 받으면서 공모 회사채와 CP 조달 가능성을 열어뒀다.

KT&G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공모채 발행 계획은 없지만 향후 이사회 의결을 통해 발행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KT&G는 올해 초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에 맞서 중장기 성장비전을 발표, 약 3조90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 올해에만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도 9000억원을 쓰기로 하면서 유동성 확보가 중요하다.

◇ 공모채·CP 등 시장성 조달 가능성 높였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평가사 3사가 최근 KT&G의 ICR을 'AAA,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KT&G는 2002년 1회차 교환사채(EB) 발행 신용등급을 받았고 당시 유효신용등급의 유효기간은 2005년 6월까지였다. 가장 마지막 평가인 2004년 6월에도 'AAA, 안정적'을 받은 바 있다.

이번 평가에서 KT&G는 CP 등급 역시 A1을 받았다. A1 등급은 최상위 등급에 해당한다. CP 등급은 2006년 8월에 마지막으로 받았고 2007년 6월말에 등급이 소멸됐다. 이번 평가로 KT&G는 공모채 시장 복귀 가능성 뿐 아니라 CP 발행 여지도 남겨뒀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ICR의 경우 공모채 발행을 해보고는 싶은데 본인의 신용등급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의뢰해서 등급 평가를 받는 것"이라며 "KT&G가 과거와 동일한 AAA를 받은만큼 향후 공모채 시장 복귀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KT&G가 ICR을 받으면서 국내에서 AAA등급을 받은 비금융 사기업은 SK텔레콤, KT, KT&G 세 곳에 불과하다. 통상 AAA급은 국가의 지원가능성을 반영하며 공적성격이 강해서 특수성이 있다. 과거 포스코나 현대자동차도 AAA급이었으나 각각 2015년, 2019년에 'AA+, 안정적'으로 조정된 후 해당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KT&G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신용등급만 받은 것이고 공모채 발행은 이사회 결의사항이어서 아직까진 구체적인 발행 계획은 없다"면서도 "올해 1월 3조90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던만큼 자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등급 의뢰를 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공모채를 자금 조달처로 확보한 것이다.

◇ 금융기관 차입한도도 4000억→8000억으로 증액

KT&G는 1987년 설립된 한국전매공사를 모태로 한다. 1989년 한국담배인삼공사로 사명이 변경됐고 1999년 10월 코스피 상장을 마쳤다. 2002년 12월에 민영화되면서 현재의 사명인 KT&G가 됐다. KT&G의 사업은 담배사업부문과 건강기능사업부문으로 크게 나뉜다. 특히 담배 사업부문은 확고한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다.

KT&G는 연결 기준으로 2004년 이후 지금까지 총차입금 규모보다 현금성자산이 많은 순차입금 마이너스(-) 상태였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으로 총차입금은 2016억원이었으나 현금성자산은 1조6290억원이었다. 순차입금은 -1조4274억원이었다. 사실상 무차입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1조원대 중후반이기 때문에 현금창출력도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올해 유동성 확보 방안을 고민하는 데에는 연초 발표한 투자 계획 영향이 크다. KT&G는 최근 2년여간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 안다자산운용 등 일부 행동주의 펀드 공세에 시달리면서 중장기 성장방안을 내놨다.

KT&G는 향후 5년간 3조9000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올해 7900억원, 2024년 9400억원, 2025년 8500억원, 2026년 7300억원, 2027년 6100억원 등이다. 또 올해 자사주 매입 3000억원, 배당 5900억원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내놨다. 결국 연간 1조원을 상회하는 자금이 필요한만큼 조달처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었다.

KT&G는 올 들어 공모채, CP 등급을 받는 것 외에도 금융기관 차입한도도 늘렸다. 지난 4월 KT&G는 금융기관 차입 한도를 4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늘렸다고 공시했다. 회사측은 자금유동성을 위한 사전 한도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실제 차입금은 없지만 약정 한도 금액을 증액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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