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은 흔히 이사회 운영 '모범생'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금융지주 이사회는 여러 대기업의 롤모델로 꼽힐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는다. 그에 반해 저축은행 이사회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저축은행 업계는 대표이사의 장기 재임 사례가 많다. 상임이사 임기도 길어 사외이사의 견제가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배구조 측면에서 저축은행 이사회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들여다본다.
한국투자저축은행(한투저축은행)이 이사회 내 모든 위원회에 사외이사를 배치하면서 사외이사의 역할이 예전보다 확대됐다. 또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중요한 위험관리위원회와 감사위원회에는 사내이사를 배치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한편 한투저축은행은 준법감시인 및 위험관리책임자의 보수지급과 평가기준과 관련해 금융감독원(금감원)으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았다. 이들의 보수 지급이 독립적인 기준에 의해 이뤄질 수 있도록 감시해야 할 보수위원회도 책임 소재로부터 자유롭진 않다는 평가다.
◇'모든 위원회에 참석한다', 사외이사 역할 확대
한투저축은행 이사회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보수위원회(보수위) △위험관리위원회(위험관리위) △감사위원회(감사위) 등 모두 4개의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정식 선임하고 위원회 역할을 분담했다.
한투저축은행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도맡고 있지만 개별 위원회 위원장은 모두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 KB자산운용 전 대표이사 이원기 사외이사는 임추위와 보수위, 그리고 감사위 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위험관리위 위원장은 케이뱅크 전 행장을 지냈던 서호성 사외이사가 맡았다.
특히 올해 위원회 구성에서 주목할 점은 사외이사 3인 전원이 모든 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투저축은행 사외이사는 평균 3개의 위원회에 속했다. 올 들어 사외이사 전원이 모든 위원회 멤버로 이름을 올려 역할이 확대됐단 평가다.
이는 위원회 운영에 있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도 풀이된다. 작년 3월 정기 주총에서 김춘배 사외이사 후임자로 노용훈 신한카드 전 부사장이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그러나 재임 8개월 만인 11월 말에 사임하며 위원회 위원 자리에 공석이 발생했다. 이 경우 위원회에 따라 사외이사 과반 참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
또한 위원회 내 사내이사의 영향력 축소됐다. 사외이사 3인 체제가 유지됐던 2021년을 기준으로 권종로 전 대표이사는 임추위와 보수위에, 김병욱 전 부사장은 위험관리위에 참여했다. 반면 올해 사내이사로 새로 선임된 정용혁 상무는 어떠한 위원회에도 속하지 않는다. 이로써 위험관리위가 사외이사로만 구성되게 돼 상대적으로 독립성이 높아졌다.
◇금감원, 준법감시인 보수 기준 위반에 '행정처분'
한투저축은행은 지난달 말 금감원 검사에서 행정처분을 받았다. 행정처분에 따라 기관경고 및 과태료 2400만원을 내게 됐다. 행정처분의 주된 원인으로 '준법감시인 및 위험관리책임자의 보수지급 및 평가기준 마련과 운영 의무 위반'이 지목됐다.
구체적으로 지배구조법상 준법감시인과 위험관리책임자의 보수는 경영 실적과 연동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내부통제부서는 여신의 외형 성장이나 손익과 무관하게 보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 실적이 좋으면 보수를 더 받아갈 수 있다면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경영 실적과 이들의 보수가 일부 연관된 것으로 판단했다는 의미다. 금감원의 행정처분과 관련해 이사회 내 보수위도 책임 소재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평가다.
한투저축은행의 지배구조내규 제35조 1항에 따르면 '임원의 보수체계에 관해 보수위에서 정한 바에 따른다'며 '단 여기서 임원에는 사외이사, 비상임이사, 감사위원, 준법감시인 및 위험관리책임자는 제외한다'고 정해져 있다.
내규에 따라 보수위는 준법감시인과 위험관리책임자의 보수 체계를 산정하지 않는다. 다만 2017년 제정된 보수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보수 산정 기준이 적절히 이뤄졌는지 감독하는 건 보수위 관할이 맞다.
위험관리 및 준법감시에 관한 제13조 3항에 따르면 '위험관리 및 준법감시 업무가 관리감시 대상이 되는 분야와 이해상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당 분야의 성과와는 독립적인 기준에 근거해 보수가 이루어지도록 한다'고 정해두고 있다.
지난해 보수위는 모두 3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김대익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맡았고, 권종로 전 대표와 노용훈 사외이사가 위원으로 참여했다. 노 이사는 작년 11월 말, 권 전 대표는 올해 1월 1일 사임했다. 보수위는 지난해 2~4월까지 모두 4차례 회의를 개최했다. 모든 안건은 반대 의견 없이 찬성 의결됐다.
정성원 전 전무는 2020년 말까지 위험관리책임자로 선임됐고, 그 이후 작년 말까지 준법감시인으로 활동했다. 정 전 전무 뒤를 이어 신용원 상무가 준법감시인으로 선임됐다. 이철 상무는 2021년부터 현재까지 위험관리책임자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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