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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금융권 충당금 쇼크

한투저축, ROE 3%에 최소 PF 충당금 632억 '이중고'

⑤100억 더 적립, 연간 순이익 '40억' 전망…전찬우 신임 대표 경영 부담될까

김서영 기자  2024-02-13 14:31:01

편집자주

금융당국이 부동산PF 문제에 칼을 빼 들었다. 2금융권은 오랜 업황 부진 속에 추가 충당금을 쌓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저축은행, 여전사, 상호금융 등은 비우호적인 업황으로 수익성이 크게 저하됐고 갈수록 적자 폭이 커지는 곳도 있다.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재무 상태가 양극화하는 가운데 부실채권 매물도 쏟아질 전망이다. 부동산 PF를 둘러싼 2금융권의 충당금 확대 압박과 재무적 영향을 분석해본다.
한국투자저축은행(한투저축)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황 속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을 100억원 더 쌓으면서 '이중고'에 빠졌다. 대규모 충당금 적립으로 연간 기준 순손실을 간신히 면했으나 순이익이 두 자릿수대로 급감했다.

부동산PF 충당금보다 더 큰 문제는 수익성 악화다. 작년 9월 말 기준 영업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으나 비용 부담이 1700억원가량 늘면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3%대로 떨어졌다. 이에 지난달 부임한 전찬우 신임 대표이사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최소 충당금 '632억', 계획보다 100억 더 쌓았다

한투저축의 부동산PF 대출채권 규모는 작년 9월 말 기준 8589억원으로 주요 10개사 중 두 번째로 크다. 1조311억원 규모의 PF 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OK저축은행 다음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한투저축의 뒤를 잇는 3위 웰컴저축은행(5815억원)과의 차이도 크다.

(출처: 한국투자저축은행 및 금융감독원)

작년 9월 말 기준 부동산PF 대출채권 규모에 금융감독원(금감원) 가이드라인에 따른 최소 적립률을 대입하면 예상 최소 충당금 합계는 632억3200만원이다. 이는 같은 기간 누적 순이익 114억원을 웃도는 수치다.

구체적으로 건전성 분류별 △정상 94억3200만원△요주의 333억원 △고정 139억5000만원 △회수의문 37억5000만원 △추정손실 28억원으로 추산된다. 한투저축이 보유한 부동산PF 대출채권 중 요주의 채권에서만 300억원이 넘는 충당금이 산출됐다. 추정손실 채권 28억원은 전액 대손 처리가 될 예정이다.

한투저축은 연간 기준 충당금 규모를 계획보다 100억원 더 쌓았다고 밝혔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부동산PF 대출 연체액은 모두 576억원, 연체율은 6.7%였다. 최소 충당금은 연체액보다 56억원 많았는데, 4분기 동안 약 50억원을 더 쌓은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이 발표한 추가 충당금 적립률은 '2023년 말 결산'에 적용된다. 따라서 정확한 추가 충당금 규모는 작년 4분기 부동산PF 대출채권 규모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한투저축의 연간 경영공시는 오는 3월 말 외부로 공시된다.

◇순손실 피했으나 순익 40억…전찬우 신임 대표 '수익성 개선' 중책

계획보다 충당금을 100억원 정도 더 쌓으면서 수익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는 지난달 선임된 전찬우 신임 대표이사(사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970년생인 전 대표는 작년까지 한투저축에서 리테일사업본부장(전무)으로 근무했다. 부임하자마자 수익성 개선이란 중책을 맡게 됐다.

한투저축은 작년 연간 순이익으로 약 4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작년 9월 말 순이익이 114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개월 새 64.9%, 74억원 줄어든 수치다.

작년 3분기 경영공시에 따르면 한투저축은 누적 영업이익으로 146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787억원)와 비교해 81.4% 급감한 수치다. 같은 기간 누적 영업비용이 49.8% 증가한 5199억원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업계에선 한투저축의 추가 충당금보다 수익성 악화를 문제로 꼽는 분위기다. 최근 몇 년간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돼 조달 비용이 증가한 건 업계 공통의 위기다. 그러나 한투저축의 경우 다른 저축은행과 비교해 ROE가 가파르게 하락했다.

작년 9월 말 기준 한투저축의 ROE는 3.02%로 전년 말(12.44%)과 비교해서 9.42%p 떨어졌다. 또 2022년 9월 말 ROE(13.81)와 비교해봐도 1년 새 10.79%p 하락했다. 같은 기간 OK저축은행의 ROE가 7.53%p 떨어진 6.98%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한투저축 관계자는 "작년 12월 말 결산하면서 추가 충당금 적립을 반영했고, 적자까지 가진 않았으나 이익 규모가 많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간 PF나 브릿지론 영업을 전문적으로 해왔는데 규모에 비해 충당금을 더 심하게 쌓은 건 아닌 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한국투자저축은행 경영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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