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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는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이자 동시에 최고 감시감독기구다. 기업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이 이사회에서 이뤄지고 이에 대한 책임도 이사회가 진다. 기업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주주와 임직원, 정부, 시민사회 등 한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사회에 높은 독립성과 전문성, 투명성, 윤리성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이유다. THE CFO가 이사회의 A부터 Z까지 샅샅이 살펴본다.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주요 계열사에서 기타비상무이사 직함을 갖고 있다. 네이버는 CFO의 겸직을 통해 계열사 이사회에서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네이버의 지주사적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고 거버넌스 체계가 중앙집권화돼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내 주요 임원인 CFO의 계열사 기타비상무이사 겸직은 대부분 대기업계열의 지주사 체제에서 찾아볼 수 있는 그림이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남선 네이버 CFO는 지난해 말 기준 네이버클라우드, 스노우, 네이버파이낸셜, 네이버아이앤에스(I&S)에서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김 네이버 CFO는 미등기임원으로 이사회 구성원은 아니지만 사내에서 영향력이 큰 임원으로 꼽힌다. 2020년 8월 네이버에 영입돼 합류 1년 만에 CFO로 올라선 것은 물론, 네이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딜이었던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인수도 그의 작품이다.
김 CFO의 계열사 기타비상무이사 겸직은 네이버의 중앙집권적 성격을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사내이사처럼 회사에 상근하지는 않지만 이사회에 참여해 회사 경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행사할 수 있다.
지주사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통상적으로 지주사는 CFO를 계열사 기타비상무이사로 합류시켜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한다. CFO가 세부적인 재무 상황 뿐만 아니라, 경영 전반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어서다.
SK의 경우 이성형 CFO가 SK에코플랜트 SK네트웍스 SK스퀘어에서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LG는 CFO인 하범종 경영지원부문장이 LG생활건강, LG디스플레이, LG경영개발원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네이버 역대 CFO들은 계열사 겸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네이버 1대 CFO는 일본 관계사 라인(Line)에서 CFO로 활약하다 현재 라인파이낸셜 대표이사(CEO)로 올라선 황인준 대표, 2대는 네이버파이낸셜 CEO인 박상진 대표이다. 3대는 현 김 CFO이다.
1대 CFO인 황 대표는 네이버 CFO를 맡고 있을 당시인 2015년 말 기준 캠프모바일, 라인플러스, 웍스모바일, 라인, 믹스라디오, 네이버 차이나, 캠프모바일 등에서 등기이사의 직위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등기이사는 주주총회에서 이사로 선임되고, 이사 등기를 마친 이사를 말한다. 다만 황 부사장이 어떤 이사직을 맡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2대 CFO인 박 대표는 2021년 말 기준 네이버 I&S와 네이버파이낸셜에서 사내이사를 맡았다. 그 외 스노우, 웍스모바일, 네이버클라우드에서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직하며 영향력을 행사했다. 네이버랩스에서는 이사회 감시 권한이 있는 감사를 겸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