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제약바이오 시총분석

2년여만에 톱20위 모두 시총 1조대, HLB그룹 4곳 포진

신약 등 실체 입증 앞둔 바이오텍 중심 순위 재편, 8곳은 물갈이

최은수 기자  2024-03-27 08:29:06

편집자주

시가총액이 반드시 기업가치를 대변하는 건 아니다. 신약개발에 도전하는 바이오업체일수록 더욱 그렇다. 하지만 시가총액은 제약바이오산업의 상황을 보여주는 좋은 잣대가 되기도 한다. 임상 결과나 기술이전(라이선스아웃) 등이 빠르게 반영되고 시장 상황도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이다. 코스닥에 상장된 상위 20개 제약바이오 회사의 시가총액 추이를 통해 제약바이오 산업의 이슈와 자본시장의 흐름을 짚어본다.
코스닥에 상장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시가총액 상위 20곳들의 몸값이 일제히 1조원대로 올라섰다. 코로나19 유행 등 다양한 외풍이 몰아쳤던 2022년 1월 말 이후 2년여 만이다. HLB그룹은 20위 안에 네 곳의 상장사가 자리하며 코스닥 '톱픽'의 위용을 나타냈다.

◇26개월 만 '톱20 1조 시총 마지노선' 복귀

27일 더벨이 코스닥 상장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의 시가총액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26개월 만에 상위 20개 기업의 시가총액이 모두 1조원을 회복했다. 섹터가 전반적으로 하락기에 접어들었던 2022년 1월 하순 이후부턴 코스닥 바이오 20위를 가르는 시가총액 기준선은 줄곧 1조원을 밑돌았다.


26일 장 마감 기준 톱20 기업의 전체 볼륨은 59조5320억원이다. 마지막으로 톱20위 1조 시총 기준선을 넘었을 때(2022년 1월 21일 42조4240억원)와 비교하면 17조원 넘게 늘어났다.

바이오텍 시가총액 톱20 기업의 합산 추이가 60조원에 근접한 것은 2021년 하반기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 지수가 연중 최고점을 돌파하는 등 코로나19 버블이 극에 달했던 2020년 말(73조9000억원) 수준은 아니더라도 바이오 주가침체기가 이제 끝났다는 것을 가늠케 한다.

이 기간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보인 곳은 HLB그룹이다. 모체인 HLB만 놓고 보면 2년 전 3조6000억원이었던 시가총액은 4배 넘게 뛰었다. 더불어 HLB생명과학에 이어 HLB제약, HLB테라퓨틱스를 포함해 총 네 곳이 20걸에 이름을 올렸다. 그룹 내 상장사 4곳이 시가총액 기준 최상위권인 톱20에 위치한 건 집계 이래 처음이다.

HLB그룹의 약진은 캄렐리주맙과의 병용투여로 간암 1차 치료제 시장을 노리는 '리보세라닙'의 상업화 기대감이 만들어냈다. 늦어도 5월엔 FDA 신약품목허가(NDA)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시장 관계자는 "HLB는 최근 FDA의 신약품목허가를 위한 마지막 검토(파이널 리뷰)까지 마쳤다"며 "지금은 시장의 모든 이목이 국내 기업 가운데 첫 항암신약 자체 개발과 출시를 앞둔 HLB그룹에 쏠려 있다"고 말했다.

순수 시총 증가율만 놓고 보면 알테오젠의 약진이 가장 눈에 띈다. 2022년 초와 대비하면 시가총액이 480% 늘어났다. 알테오젠은 허다한 루머를 지워내고 머크(MERCK & CO)의 키트루다의 제형을 정맥주사(IV)에서 피하주사(SC)로 바꿀 기술 공급 본계약을 체결했다.

PD-1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는 2023년에만 250억 달러(한화 약 33조원)이 넘는 매출을 낸 전 세계 판매 1위 항암제다. 머크는 알테오젠과 손을 잡아 투약 편의성을 제고하는 한편 '특허 연장'을 위한 길을 터 나가고 있다. 이 기대감이 알테오젠의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본계약 체결 가능성이 점쳐지던 반 년 전 주가 대비 250%가 넘게 뛰었다.


◇실체가 가른 편입·편출 이슈, 기대감만으론 못 버텨

약 2년 사이에 상위 20위에 이름을 새로 올린 곳은 8곳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합병 이슈로 사라진 자리를 앞서 HLB그룹 계열사 3사를 포함해 △삼천당제약 △루닛 △케어젠 △차바이오텍 △HK이노엔 △메디톡스가 채웠다.

다만 또 다른 8개의 기업은 시가총액 기준 순위권 밖에 밀려났다. 하락 폭은 각기 달랐지만 상위권에 이름을 오르내린 기업을 가른 결정적 차이는 이 기간 '실체를 입증했느냐 아니냐'로 갈렸다.

상위권에서 계속 일정 수준의 시가총액을 유지하는 기업들은 모두 기술 수출이나 자체 사업화 성과를 통해 시장에 매출이나 수익성 등 '성과'를 꾸준히 공개하고 있다. 이는 바이오텍과 헬스케어, 또는 돈버는 바이오로 불리는 소부장 또는 에스테틱 등 세부 업종과 관련 없이 나타나는 경향성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반면 시장에 사업화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실망을 준 곳들은 심각한 주가 부진이 이어졌다. 2022년 초 1조3000억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하던 제넥신이 대표적인 예다. 2년 사이에 1조원 넘는 몸값이 증발하며 가장 큰 하락율을 기록했다. 야심차게 준비하던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무위로 돌아갔고 중장기 전략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결과다.

주력하던 핵심 파이프라인인 신성 빈혈 치료제 및 소아 성장호르몬 신약 등의 상업화를 목표로 대규모 유증도 단행했지만 아직 명확한 활로가 보이진 않는다. 최악의 저점은 지났지만 실제 성과를 시장에 입증하는 한편 전방위적으로 흔들린 신뢰까지 회복해야 모멘텀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