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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판짜는 HLB파나진, PNA진단부터 치료까지 '일원화'

HLB그룹 편입 후 체질개선, 200억 규모 공격적 투자로 외형 확장

한태희 기자  2024-07-08 15:57:43
HLB그룹 품에 안긴 파나진이 체질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만 200억원에 달하는 지분투자로 젠큐릭스 등 바이오텍 지분을 확보했다.

작년 HLB그룹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후 사업망 재편에 힘쓰고 있는 모습이다. 인공 유전자 PNA 기반 소재 및 진단업 외에도 관련 치료제 사업에 뛰어드는 포석이다. 코로나19 엔데믹 후 축소된 영업실적을 반전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다.

◇'예방-진단-치료' 밸류체인, PNA 기반 신약 개발

HLB파나진은 최근 AI(인공지능) 신약개발사 아론티어의 지분 10%를 취득한다고 밝혔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40억원을 투자해 47만4664주를 인수한다. 그룹 CVC인 HLB인베스트먼트도 10억원을 투자한다. 이로써 HLB그룹이 12.5%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가 된다.

아론티어는 서울대 바이오인포매틱스 박사 출신 고준수 대표가 2017년 창업했다. 고 대표는 테라젠바이오와 퓨처메디신을 거쳤다. 이외에도 삼성 암연구센터, 메디컬센터 연구원 출신 손인석 최고전략책임자(CSO)가 고 대표와 공동창업했다.

주력 제품은 AI 신약개발 플랫폼 'AD3'다. 해당 플랫폼을 활용하면 제약사나 바이오텍의 파이프라인 중 개발 가능성이 높은 후보 물질 발굴을 도울 수 있다. 작년 10월에는 삼진제약과 면역항암제 신약개발을 위한 공동연구계약을 체결했다.

HLB파나진은 아론티어와 전략적 협업을 통해 인공유전자 PNA 치료제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인공 DNA인 PNA는 합성 DNA와 비교해 더 단단한 결합력과 구조적 안정성이 특징이다. 올리패스 등 여러 국내외 바이오텍이 PNA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HLB파나진은 분자진단 전문기업으로 2001년 김성기 전 대표가 창업했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2022년 배우자가 설립한 시선바이오머터리얼스에 기술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소액주주연합 반발로 작년 4월 대표직에서 해임됐다.

내홍을 겪던 상황에서 HLB그룹이 작년 6월 컨소시엄 형태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됐다. 이후 장인근 바이오전략기획본부 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하는 등 그룹사 출신 인물로 경영진을 꾸렸다. 사명도 기존 파나진에서 HLB파나진으로 변경했다.

◇HLB그룹 인수 후 체질개선, 기존 사업역량 활용 다각화

계열사 편입 후 올해부터 체질개선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 넉넉한 현금 곳간을 활용한 적극적인 투자가 주목된다. HLB파나진의 올해 1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은 747억원이다. 주력 분야인 암진단 외에도 호흡기진단과 AI 분야로 사업 확장에 나섰다.

올해 5월에는 90억원을 투입해 정밀진단 기업 바이오스퀘어의 지분 90%를 사들였다. 바이오스퀘어는 LG화학에서 진단사업을 이끌던 윤성욱 대표가 2017년 세웠다. 퀀텀팩 기술 기반 질병의 예방, 진단, 관리를 위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자회사 바이오스퀘어를 통해 진단 라인업을 확장한다. 바이오스퀘어는 파나진의 주력 제품인 항암진단 외에도 호흡기진단에 강점이 있는 회사다. 코로나19, 인플루엔자AD에 이어 최근 호흡기감염병(RSV) 체외진단의료기기의 국내 식약처 허가를 획득했다.

RSV는 급성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로 가을부터 초봄 사이 많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영유아와 노인이 감염될 경우 폐렴으로 진행될 위험성이 높다. 조기 진단이 필수적이므로 진단 시장에서 수요가 충분한 질병 중 하나다.

올해 1월에는 40억원 규모로 젠큐릭스의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동종 사업을 영위하는 바이오텍과 협력을 통해 글로벌 유통망 확보에 나서기 위한 목적이다. 젠큐릭스도 HLB파나진이 발행한 전환사채(CB) 20억원을 인수하며 지분 스왑을 단행했다.


엔데믹 후 축소된 코로나 진단키트 관련 매출과도 연관이 있다. HLB파나진의 작년 매출은 123억원으로 전년 대비 13.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4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신사업 발굴과 투자처 확대를 통해 실적 반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배경이다.

HLB그룹 관계자는 "적극적인 투자는 압축성장 전략의 일환"이라며 "글로벌 확장을 위해 면역, 분자진단과 더불어 AI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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