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거세게 부는 가운데 키를 잡은 조타수는 매 순간이 긴장의 연속이다. 자칫 다른 항로로 가거나 이리저리 흔들리다 난파될 수 있어서다. 언제 불지 모르는 태풍과 숨은 암초를 피하고 선원 모두를 안전하게 지키려면 책임감을 굳게 지녀야 한다. 내가 '주인'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매사와 마주해야 한다.
지난해 7월 카카오모빌리티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부임한 유영중 재무부문장은 자신만의 논리를 구축하는 인물이다. 맥킨지앤컴퍼니, 베인앤컴퍼니 등 글로벌 컨설팅 기업에서 오랫동안 파트너로 재직하면서 '달변' 능력을 쌓았다. 산업군을 종횡무진하며 경영전략 수립과 에퀴티 스토리(Equity Story) 설계에 잔뼈가 굵었다.
과업의 우선순위를 가려내는데도 막힘 없다. 2020년 당시 유 CFO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대담에 나와 "기업은 지금 해야 할 '액트 나우(Act Now)'와 미래를 위해 준비할 '플랜 나우(Plan Now)'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액트 나우는 당장 실천할 업무를 가려내 먼저 실행하는 솔선수범의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회계기준 정정이 다가오자 대표이사를 대신해 마이크를 잡은 인물이 유 CFO였다. 최근 사내 간담회에서 "매출액을 수정하더라도 과거 영업이익과 현금흐름에는 변화가 없다"며 "기업가치(밸류에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설립 초기에 재무적 투자자들의 자금을 유치하면서 '현금흐름할인법(DCF)'을 적용해 기업가치를 도출했다는 맥락과 맞물린다.
매출인식 회계기준을 총액법에서 순액법으로 바꾼 만큼 직원들이 느끼는 불안을 해소하려는 취지였다. 다만 밸류에이션 극대화 관점에서 살피면 '주가매출액비율(PSR)'을 능가할 지표가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최적의 방안은 무엇일지, 상장 시나리오는 여전히 타당한지 들여다보는 유 CFO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택시 가맹 수수료율 인하도 변수다. 실질 수수료율을 기존 5%에서 최대 2%포인트 낮추기로 한 상황이다. 운수업계와 상생하는 취지가 반영됐지만 회사 손익 관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다. 수익성이 저해되지 않도록 묘안을 찾아야 한다.
유 CFO의 사내 별칭은 '앤디(Andy)'다. 앤디의 어원을 살펴보니 그리스어 형용사로 '용감한, 강한'이라는 뜻을 지녔다. 난국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책무를 일찌감치 받아들일 운명이었던 걸까. 본게임은 이제 시작이다. 회계기준 정정으로 동요하는 사내외 여론을 다독이고 기업가치와 수익성 모두 반석 위에 올려놓는 일, 쉽지 않지만 도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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