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가 100% 자회사인 씨엠엔피(이하 CMNP)에서 과거 출자했던 자금을 회수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CMNP 설립 초기에 경영 활성화와 안정화를 위해 360억원을 출자했는데 지금은 경영이 안정됐다고 판단, 출자한 금액을 다시 받아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계열사에 뿌렸던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연말까지 가맹택시 수수료를 내리고 택시 매칭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내용의 방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수익성에 압박을 받는 동시에 필요자금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자회사 CMNP에서 360억 회수, 경영 안정화 판단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12월 29일 CMNP가 유상감자를 진행한다. CMNP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보유한 자사주 72만주를 처분한다. 이에 따라 카카오모빌리티는 CMNP로부터 360억원을 회수하게 된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CMNP를 설립했을 때 경영활성화와 안정화를 위해 카카오모빌리티가 출자했다”며 “이제는 CMNP의 경영이 어느 정도 안정됐다고 판단해 출자한 금액을 다시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상감자를 끝내고나면 CMNP의 자본금은 종전 14억원에서 10억원 수준으로 바뀐다. 그렇다고 해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율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여전히 CMNP의 100% 주주로서 자리를 공고하게 유지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CMNP에 그동안 출자한 자금은 상당하다. 2019년 7월 1일 자본금 5억원으로 법인을 설립한 이래 2021년까지 873억5000만원을 출자했다. 그해 6월에는 운영자금으로 780억원을 한꺼번에 출자하기도 했다.
CMNP의 중요성이 크다고 판단해서다. 씨엠엔피는 콜센터 운영 솔루션, 주차 관제 솔루션 등을 고도화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CMNP는 2019년 대리기사 배차 프로그램 2위 업체인 콜마너를 인수한 데 이어 100% 자회사로 케이드라이브도 두고 있다. 케이드라이브는 1577 대리운전 서비스 운영을 맡고 있는 기업이다. 1577대 대리운전은 당초 코리아드라이브가 맡고 있었지만 이후 케이드라이브로 사업이 이관됐다.
다시 말해 CMNP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설립한 전초기지인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6년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했지만 전화콜 비중이 80% 이상을 유지하자 CMNP를 앞세워 대리운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수익성 압박에 계열사 자금 회수 시각도 카카오모빌리티는 표면적으로 CMNP의 경영이 안정화한 만큼 기존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라 밝혔지만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투자한 자금에 비해 CMNP의 수익성은 아직 좋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5억원을 내면서 흑자전환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출은 47억원, 영업손실은 3억원 정도이기 때문이다. 2021년에도 영업손실을 봤는데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영업비용이 2021년 36억원에서 지난해 50억원 정도로 늘었는데도 손실이 감소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경영이 안정화됐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필요자금을 미리 확충한 것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저렴한 수수료가 적용된 새로운 가맹 택시 서비스를 마련하고 공정 배차를 위해 택시 매칭시스템도 새로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말까지 방안을 마련해 내년에 본격 시행하는 게 목표다.
이는 이달 13일 택시업계와 긴급 간담회를 열고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이사가 직접 발표한 사항이다.
이렇게 되면 카카오모빌리티가 수익성에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277억원의 순손실을 낸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적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 카카오모빌리티의 연결기준 순손실은 225억원에 이른다.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투자 등 미래 사업을 위한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업계와 긴급 간담회 직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이런 조치로 현행 가맹택시에 적용되는 시스템뿐 아니라 데이터를 활용한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등 각종 미래서비스에 대한 투자 제약 등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택시업계의 의견을 가장 우선적으로 반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