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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BNK금융지주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율 정비…시중은행 요건 충족 가능성은

최대 보유 롯데쇼핑, 전체 지분율은 유지…주주사 2곳 '비금융주력자 요건' 저촉

최필우 기자  2024-02-26 13:54:06
BNK금융 최대주주인 롯데그룹 각 계열사가 보유 지분을 주고 받으면서 지배구조에 일부 변화를 줬다. 그룹의 최대주주 지위는 여전하지만 향후 지분을 정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BNK금융이 부산은행 또는 경남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려면 롯데그룹의 지분 정리로 비금융주력자 보유 지분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투 뱅크' 체제인 BNK금융은 한곳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니즈(needs)가 충분하지만 요건 충족이 관건이다. 롯데그룹은 과거 BNK금융 유상증자에 참여했는데 대폭 하락한 현 주가 수준에서 지분을 정리하긴 어렵다. 주요주주로 부상한 부산 소재 건설사 협성종합건업의 존재도 시중은행 전환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롯데그룹 지분 정리 전제 조건 '주가 회복'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그룹 계열사 간 BNK금융 지분 시간외 매매가 발생했다. 부산롯데호텔이 매각한 BNK금융 보통주 120만주를 롯데칠성음료가 인수했다.

이 거래로 롯데그룹 중 BNK금융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계열사는 롯데쇼핑이 됐다. 부산롯데호텔은 지분율 2.42%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롯데장학재단(1.79%), 롯데홀딩스(1.46%), 롯데칠성음료(1.04%), 패밀리(0.59%), 호텔롯데(0.47%) 순이다.


이번 지분 소유구조 변화는 롯데그룹 내에서 발생해 최대주주 지위에는 변함이 없다. 롯데그룹은 7개 계열사가 나눠서 BNK금융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부산은행 시절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이후 계열사가 나눠 갖는 구조로 바뀌었다.

롯데그룹의 BNK금융 지분 변화에 관심이 모이는 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이슈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이 되려면 금융지주 주주 중 비금융주력자가 4%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면 안된다.

이 때문에 지방금융 중 유일하게 기업을 주주로 두지 않은 DGB금융 만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다. BNK금융은 시중은행 전환과 관련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채 대구은행 심사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DGB금융보다 BNK금융에 시중은행 전환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BNK금융 산하에는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이 있다. 당초 합병을 염두에 두고 경남은행은 인수했지만 구성원 반발로 10년째 투 뱅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중 1곳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해 수도권에 에너지를 쏟게 하고 나머지 1곳은 부산·경남 지역 지방은행으로 역할에 충실하도록 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전제 조건은 롯데그룹의 지분 정리지만 이를 기대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롯데그룹은 금산분리 기조를 고려해 BNK금융 경영에 간섭을 최소화하고 있으나 유증을 통해 상당한 규모의 자본을 지원했다. BNK금융 주가는 10년 전 1만4000원대를 오갔으나 현재 8000원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롯데그룹이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지분을 정리해주길 기대하는 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협성종건 지분율 6%, 유지시 시중은행 전환 불가

BNK금융은 롯데그룹 뿐만 아니라 다른 비금융주력자를 주요 주주로 두고 있다. 지난해 주요주주로 부상한 협성종합건설이 그 주인공이다. 협성종합건설 지분율은 특수관계자 지분 포함 6.21%다.

정철원 협성종합건업 회장은 평소 주식 투자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협성종합건설은 BNK금융 뿐만 아니라 테슬라 등 미국 주식과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주식 등에 1000억원 넘게 투자하고 있다. 부산 소재 건설사로 지역 대표 은행에 투자하는 데 자부심을 갖고 BNK금융 지분을 매집한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그룹이 추후 지분을 4% 미만으로 축소한다 해도 협성종합건설이 6%대 지분을 유지하면 시중은행 전환 요건에 저촉된다. BNK금융 주가는 과거에 비해 저평가 국면에 있어 다른 주요 주주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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