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테슬라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올해 수익성 방어를 위해 비용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금리 지속으로 성장률 둔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양사 CFO는 모두 '내부 출신'으로 정의선 회장과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 등 리더와 회사에 대한 이해가 밝다.
올해 세계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보다 낮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이호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자동차 산업 현황과 2024년 전망'에 따르면 판매량 기준으로 올해 성장률 예측치는 2.4%다. 지난해 성장률 10.2%(잠정치)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판매량을 늘리려는 완성체 업체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판매 인센티브 증가와 가격 인하 등이다. 이미 현대차는 지난해 하반기에 판매 인센티브를 늘렸고 같은 시기 테슬라도 주력 차량인 모델3와 모델Y의 가격을 인하했다. 양사 모두 성장률 둔화를 고려한 전략을 취했다.
문제는 이럴 경우 마케팅비 증가로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CFO의 역할이 요구되는 지점으로 현대차와 테슬라는 수익성 방어를 위해 원가 관리에 집중할 예정이다. 지난해 영업이익률 9.3%를 기록한 현대차는 올해 8~9% 영업이익률이 목표다. 테슬라는 목표치를 밝히지 않았지만 비용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9.2%로 전년 대비 무려 7.4%p 떨어졌다.
지난달 25일 이승조 현대차 CFO는 실적 발표를 겸한 기업설명회(IR)에서 "현재 재료비(원가의 한 요소)가 떨어지는 건 원가 절감 활동을 통한 요인도 있고 배터리 셀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지금처럼 고환율까지 계속된다면) 가이던스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한다"고 밝혔다.
배석한 구자영 현대차 IR담당은 "2024년 영업이익률은 환율과 금리, 글로벌 수요 위축 등 여러 대외 경영환경 악화에도 지속적인 믹스 개선과 원가 혁신 역량 등을 고려해 8~9% 영업이익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알렸다.
같은 날 열린 테슬라의 기업설명회에서 바이브하브 타네자(Vaibhav Taneja) CFO는 "비용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부품 구입비용뿐 아니라 생산현장으로 가져오는 비용까지, 전 영역에 걸쳐 비용 절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능한 한 한 푼(every penny)이라도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찾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설명회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금리가 빠르게 떨어지면 수익성이 좋을 것"이라며 "우리의 차를 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고금리로) 구입 여력이 충분치 않은 사람들은 많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비용 관리와 수익성 방어라는 공통 임무를 띤 양사 CFO는 동일하게 지난해 선임됐다. 이승조 현대차 CFO는 지난해 11월 전임인 서강현 사장이 현대제철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재경사업부장에서 CFO로 승진·선임됐다. 타네자 CFO는 지난해 8월 전임인 커크혼 CFO가 사임하면서 최고회계책임자(CAO)에 더해 CFO도 맡게 됐다.
두 CFO는 선임된 지 만 1년이 되지 않았지만 내부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재무·회계 분야에서 대부분의 경력을 쌓은 점도 같다. 타네자 CFO는 회계사 출신이기도 하다. 양사가 현재 '내실'에 방점을 둔 성장을 도모하는 점을 고려하면 납득이 가는 인사라는 평가다.
이승조 현대차 CFO는 현대차에서 경영관리실장과 재무관리실장, 감사2팀장, 재경사업부장 등을 역임했다. 타네자 테슬라 CFO는 글로벌 회계법인인 PWC에서 근무하다 2016년 테슬라 자회사인 솔라시티에 합류한 뒤 2017년부터 테슬라에서 근무하고 있다. 우리 기업으로 하면 경영관리 또는 재무관리 임원에 해당하는 'Corporate Controller'를 지냈다.
비슷한 점이 많지만, 이승조 현대차 CFO는 향후 이사회 합류가 예상되는 반면 타네자 CFO는 이사회에 합류하지 않을 전망이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2020년부터 현대차는 공석이 된 이사회 한 자리에 CFO를 앉히고 있다. '수익성 관리'를 위해서였다. 테슬라는 경영진 중 주로 머스크 CEO만이 이사회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