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연간 실적 발표 때마다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기업이 발표하는 배당정책이다. 유보 이익을 투자와 배당에 어떤 비중으로 안배할지 결정하는 건 최고재무책임자(CFO)의 핵심 업무다. 기업마다 현금 사정과 주주 환원 정책이 다르기에 재원 마련 방안과 지급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주요 기업들이 수립한 배당정책과 이행 현황을 살펴본다.
현대글로비스는 그룹 내에서도 주목할 만한 배당 정책을 보유한 곳이다. 실적과 관계없이 '최소 5%에서 최대 50%'까지 매년 배당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현대글로비스는 주주들에게 1주당 6300원씩 배당하기로 했다. 이는 전년(5700원) 대비 11%가량 인상된 수준이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감소했지만 유통 주식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탓에 고배당에 방점을 찍으며 주주환원에 나서는 모습이다.
◇순이익 관계없이 올해도 배당금 인상
현대글로비스는 25일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한 실적자료를 통해 지난해 107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전년 1193억원과 비교하면 10% 감소한 수준이다. 현대글로비스 자체 이익 감소와 환율 하락으로 인한 손실 등에 따른 결과다.
통상 배당금은 지난 사업연도의 당기순손익을 기준으로 한다. 순이익이 늘면 배당을 늘리고 순손실이 나면 배당을 줄이는 식이다. 물론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순손익에 관계없이 주주들에게 미리 공지한 기준대로 배당을 이행하는 경우도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바로 이러한 경우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감소했음에도 2023년도 결산 배당금을 전년 대비 10.5% 상향한 주당 6300원으로 결정했다. 다소 아쉬운 실적에도 기존 '전년 대비 최소 5%에서 최대 50% 상향 지급' 기준을 따른 셈이다.
이러한 배당 정책이 적용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현대글로비스 2022년도 주당 배당금으로 전년 대비 50% 증가한 5700원을 책정했다. 그간 실적과 관계없이 주당 배당금을 꾸준하게 확대해 오긴 했어도 '50% 인상'은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현대글로비스는 배당을 통해 주주가치를 실현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 회사는 유통 주식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탓에 다른 현대차그룹 계열사들과 달리 자사주를 활용한 주가환원에 소극적이다. 이에 배당 확대 그 자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중장기 배당정책에 기반한 주주친화 기조에 따른 것"이라며 "앞으로도 성장을 위한 투자와 경영성과에 대한 주주환원 배당의 적절한 균형을 맞춰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전망 '밝음'…주가 드디어 오르나
관심이 쏠리는 지점은 현대글로비스의 유동성 상태다. 이 회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별도 기준 회사의 현금성자산은 약 2조2900억원이다.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지난해 가용 선복이 부족해 버는 돈은 줄어들었지만 그만큼 투자를 대폭 줄이는 전략을 취했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날 실적자료를 통해 지난해 총투자액으로 3613억원을 썼다고 밝혔는데 이는 전년(4100억원) 대비 10%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배당을 늘릴 수 있는 여력이 어떻게든 만들어진 셈이다. 일단 올해는 실적 전망이 밝다. 해운 운임 급등세가 장기화하고 있어 해운 부문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완성차 업계의 판매 호조도 지속돼 물류와 유통 부문도 준수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배당 확대를 비롯한 긍정적인 업황 등이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종가 기준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17만700원으로 올들어 9%가량 하락했다. PER(주가수익비율)도 5.5배로 업종 평균 PER은 7.1배 보다 낮아 저평가 국면에 놓여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4분기 매출(6조5174억원)과 영업이익(3500억원)은 시장 기대치 대비 약 6%가량 하락한 수준이긴 하다"면서도 "향후 벌크선사 등 해운 부문 수익성 개선이 이어질 전망이라 해운 부문 중 최선호주로 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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