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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이노션, 신사옥 건립 위해 '1000억' 빌린 이유는

전사 현금 4000억 넘지만 대부분 국내외 자회사가 보유…본사 재무안정성에 영향 적어

양도웅 기자  2024-01-23 14:04:33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현대자동차그룹 광고 계열사인 이노션이 신사옥 건립을 위해 금융기관에서 단기 대출을 일으켰다. 보유 현금 대부분을 국내 자회사들이 나눠 들고 있는 까닭에 본사가 당장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노션의 현금창출력 등을 고려하면 상환은 일정대로 무리없이 이뤄질 전망이다. 그간 준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해온 덕분에 이번 대출에 따른 영향도 크지 않다. 본사 기준으로 이노션의 차입금의존도는 한 자릿수로 낮은 수준이었다.

이노션은 금융기관으로부터 1000억원을 1년 만기로 차입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지난달 신사옥을 짓기 위해 매입을 결정한 토지·건물에 대한 대금(1900억원)을 치르기 위해서다. 대출금과 기존 보유 현금을 활용해 대금을 납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노션 측은 "업무 거점 확보와 업무 효율성 증대"를 신사업 건립 목적으로 설명했다.

신사옥은 현재 서울 강남구에 있는 사옥에서 도보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곳에 지어질 예정이다. 인근에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서초사옥이 있다. 당초 해당 토지와 건물을 소유하고 있던 PIA서초동PFV는 이곳에 오피스텔을 지을 계획이었으나 부동산 경기를 고려해 오피스로 용도를 변경하고 이노션으로 매각을 결정했다.

(출처=네이버 지도, 이노션 공시)

이노션이 이번에 신사옥 건립에 필요한 토지와 용지를 매입하면서 단기 대출을 일으킨 건 대부분의 현금을 국내외 자회사들이 들고 있기 때문이다. 본사가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신사옥 건립 자금과 비교하면 많지 않다.

지난해 3분기 말 연결기준으로 이노션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4397억원이다. 반면 국내외 자회사를 포함한 종속법인 등이 들고 있는 현금및현금성자산을 제외한 별도기준으로는 1024억원이다. 본사는 전사 현금의 4분의 1만 들고 있다.

신사옥 건립 주체는 이노션 본사다. 신사옥 건립에 필요한 토지와 건물을 매입하기 위해 투입하는 자금이 보유 현금을 웃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사업 운영과 투자, 특이 상황 대비 등을 위해 보유 현금을 전부 사용하는 경우도 드물다. 이번에 이노션이 단기 대출을 일으킨 배경으로 분석된다.


금융기관으로부터 1000억원을 빌리면서 이노션 본사의 단기차입금 총액은 454억원에서 1454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별도기준으로 이노션의 차입금의존도는 한 자릿수에서 10% 초반대로 상승했다. 단 재무안정성을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3분기 말까지 이노션 본사는 무차입 상태일 정도로 재무구조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왔다.

현금창출력을 고려해도 1454억원의 단기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 말 별도기준으로 이노션은 1400억원의 현금을 최장 1년 이내 정기예금에 전액 넣어뒀다. 신사옥 건립 자금에 투입하고 남는 현금및현금성자산까지 합하면 2000억원 안팎의 현금을 1년 안에 마련할 수 있다.

더불어 이노션은 국내외 자회사들로부터 배당금을 받아 현금을 늘릴 수 있다. 전사 현금의 4분의 3인 3000억원 이상의 현금이 국내외 자회사들이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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