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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프렌드십 포커스

물들때 노젓는 이노션, 뚜렷해진 주주가치 강화

①글로벌 이벤트·M&A로 시장 관심 유지…고배당주 넘어 주가 상승 방안 모색

김동현 기자  2023-11-06 15:55:46

편집자주

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이노션은 광고업 특성상 실적과 무관하게 글로벌 빅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관심을 받으며 주가가 움직였다. 올해만 해도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광고업 시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카타르 월드컵,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 스포츠 이벤트에 힘입어 주가와 실적 모두 우상향하는 흐름을 보였다.

여기에 이노션의 무기는 하나가 더 있다. 광고업계 안에서 어느 사업자보다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 기회를 모색하며 고비 때마다 미래 사업성에 대한 자신감을 시장에 내비쳤다. 배당에만 목을 매던 이노션 주주 입장에서 시장에서 주식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최근에는 이노션이 상장 이후 처음으로 배당 이외에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그 방향성을 뚜렷하게 잡는 모습이다. 기존 M&A 전략을 고수하는 동시에 무상증자를 통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수를 늘리는 것으로 시장에서 그 가치를 높이는 방향이다.

◇코로나에 무너진 시총 1조 시대, 다시 꺼내든 M&A

2015년 7월 유가증권시장에 데뷔한 이노션은 상장 첫날(7월17일) 혹독한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현대차그룹 광고 계열사라는 타이틀에 힘입어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공모가(6만8000원) 대비 11% 낮은 6만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그룹 광고 계열사인 만큼 당시 현대·기아차의 실적 부진 우려가 이노션 주가에 옮겨간 탓이 컸다.

다만 이러한 우려가 기우였음을 증명하는 데까지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2016년 리우 하계올림픽을 시작으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러시아월드컵 등 연이은 대형 행사로 실적 기대감이 올라갔고 이노션의 주가는 7만원, 8만원선을 계속해서 돌파해 나가며 한때 시가총액이 1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회사로 거듭났다.



이때부터 상장을 준비하던 시기 강조해 온 M&A 전략도 본격적으로 펼치기 시작하며 2018년(D&G·783억원)과 2019년(웰컴·1836억원)에 글로벌 광고회사를 인수해 기업 외형을 확장했다. 시장에서 역시 이노션의 이러한 움직임에 반응하며 주가를 뒷받침했고 6만~7만원대의 주가가 유지됐다.

적극적인 글로벌 사업 전략에 힘입어 유지되던 시총 1조원선이 무너지는 때가 왔는데 바로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였다. 전면적인 오프라인 통제와 광고 시장 위축으로 2020년 3월 이노션 주가는 처음으로 5만원대를 밑돌았고 시총도 이때 처음으로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2년 연속 대형 M&A 건을 체결하던 회사도 그해에 처음으로 굵직한 기업 인수 없이 조용한 한해를 보냈다.

이러던 중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이듬해부터 M&A 전략을 재개했고 디퍼플(2021년·49억원), 레논(2022년·290억원) 등에 출자해 연결회사로 편입했다. 이들 신규 연결편입 기업은 디지털퍼포먼스, 시각특수효과 제작 등 신사업군에 포함되는 곳들로 투자규모 자체는 예전 글로벌 M&A와 비교하면 그 규모가 훨씬 작다. 올해 인수를 추진 중인 농심기획 역시 거래 규모가 크지 않은 소규모 M&A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연유로 당장의 주가 반영 효과는 크지 않았고 반복되는 코로나19 확산·위축과 맞물려 주가는 5만원대 아래에서 움직이는 흐름을 보였다. 시총 역시 당연히 1조원 아래를 밑돌았다.



◇하반기 꿈틀대는 주가, 첫 주주가치 제고안 발표

올들어 속절없이 떨어지던 이노션 주가는 최근 서서히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3만원대 후반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7월을 기점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며 지난 10월 장중 4만6000원대까지 반등했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도 실적이 크게 개선됐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올해 9~10월)과 내년 열리는 파리올림픽 등을 앞두고 광고업종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간 덕분이다. 이노션은 2분기 영업이익으로 전년 대비 60.5% 증가한 417억원을 기록했고 3분기 역시 지난해 대비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25일 장래사업·경영계획 공시를 통해 2026년 성장 전략 및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이노션 주가는 최근 1년 사이 장중 최고치를 찍을 수 있었다. 당시 이노션은 기존 'CDM(크리에이티브·콘텐츠, 디지털·데이터, 모빌리티)' 사업전략을 구체화한 동시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100%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총 발행주식을 2000만주에서 4000만주까지 늘려 주식 유동성을 바탕으로 주가 상승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서서히 주가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주주가치 강화 방안을 발표해 시장의 관심을 유지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그동안 이노션의 주주환원 정책은 배당에 쏠려있었다. 2015년(180억원) 상장 이후 현금배당총액을 꾸준히 증액해 지난해 기준 그 규모가 430억원까지 늘어났고 덕분에 600억~700억원대 수준의 일정한 당기순이익에도 연결 기준 현금배당성향을 50% 이상(최근 3년 기준)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2021년부터는 매년 9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도 실시해 대표적인 배당주로 자리매김했다.

배당 일변도이던 주주 정책에 기업가치 상승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추가하며 전체 사업성과와 주주환원을 연결짓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번 이노션 무상증자의 신주 배정 기준일은 오는 3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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