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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거래에 단비, 이노션 '무상증자' 승부수

②주식발행초과금으로 100% 무상증자…일평균 거래량 5만주, 유통주식 8% 수준

김동현 기자  2023-11-07 15:14:03

편집자주

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이노션이 상장 이후 처음으로 내놓은 구체적인 주주가치 제고 정책인 무상증자는 시장에서 거래량을 늘려 기업가치를 재평가받겠다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발행주식수가 늘어나는 만큼 주식가격이 낮아져 시가총액에는 변동이 없지만 그동안에는 주식 거래량 자체가 적어 기업이 성장하고 시장 환경이 개선될 때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어려웠다.

이번 무상증자가 마무리되면 이노션의 발행주식수는 2000만주에서 4000만주로 늘어난다. 발행 가능 주식수 5000만주의 80%에 해당하는 규모로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유통주식수(발행주식수에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등 지분 제외)도 1000만주를 넘어설 전망이다.

◇거래 확대 방안으로 떠오른 무상증자

그동안 이노션의 주주환원 정책은 배당에 치우쳤다. 총 배당금을 늘리고 중간배당을 도입하는 등 회사가 벌어들인 수익을 주주와 공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등의 보유 지분(올 상반기 기준 28.73%)이 많아 그 의미가 일부 퇴색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이노션은 올해 처음으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소액 주주를 위한 새로운 주주 환원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바로 회사 자본을 활용한 무상증자로, 기존 주주 입장에선 별도의 대가 없이 주식수를 늘릴 수 있어 주주가치 제고 방식의 하나로 여겨진다.



이노션은 보유주식 1주당 1주를 배정해 총 2000만주를 무상으로 지급한다. 이노션 1주당 액면가는 500원으로 증자에 필요한 금액 100억원은 이노션의 주식발행초과금(1328억원)에서 빠져나간다. 자본금이 10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늘어나지만 그만큼 기타불입자본 항목이 줄어 자본총계에 변화는 없다.

그동안 배당 외에 별다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지 않던 이노션은 이번 무상증자로 주주가치 제고와 함께 주식시장 내 거래량 확대 효과를 노리고 있다. 2015년 7월 상장 이후 지금까지 일평균거래량이 5만주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광고업종이 시장에서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한 탓도 있지만 이노션이 이목을 이끌 이벤트를 선보이지 않은 결과이기도 하다. 현재 이노션의 총 발행주식수(2000만주)는 같은 광고업종 코스피 상장사인 제일기획(1조1540만주), HS애드(1657만주) 등과 비교하면 중간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1년 사이 일평균 거래량을 놓고 보면 발행주식수가 가장 많은 제일기획(40만주)이 압도적으로 높고 이노션(2만2000주)은 오히려 HS애드(3만6000주)에도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LG 계열 광고지주사이던 지투알이 사업 자회사 HS애드와 엘베스트를 합병하고 사명을 HS애드로 변경하는 등의 변화가 시장의 관심을 끄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제일기획과 함께 광고업의 양대산맥을 이루던 이노션 입장에선 유가증권 시장의 관심을 끌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던 상황이다.



◇증자 시 유통주식수 1000만주 상회

이노션이 다음달 신주 상장을 완료하면 실제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수도 1000만주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노션의 총 발행주식수 중에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소유 주식, 기타 전략적 관계 및 투자사 보유 주식 등을 제외하면 시장에 유통된 주식수는 약 633만주 정도로 추정된다.

최대주주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17.69%)과 그 특수관계인(총 28.73%), 스웨덴 투자회사 NHPEA IV Highlight Holdings AB(18.00%), 정 고문의 지분을 넘겨받은 롯데 계열 롯데지주·롯데쇼핑(총 10.3%), 국민연금공단(10.76%) 등의 지분을 제외한 수치다. 상장 후 이노션의 일평균 거래량이 5만주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유통주식수의 8% 정도만이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번 100% 무상증자가 마무리되면 총 발행주식수뿐 아니라 일반 소액주주가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주식까지 늘어나기 때문에 이를 단순 계산하면 유통주식수가 1200만주를 넘길 전망이다. 이 경우 HS애드의 유통주식수(최대주주 ㈜LG 및 특수관계인, 투자사 지분 제외) 544만주와의 격차를 2배 이상으로 확대할 수 있다.

단순히 증자만으로 거래량이 늘진 않겠지만 일단 지난달 25일 무상증자 발표 이후의 일평균 거래량만 놓고 보면 긍정적인 신호를 일부 발견할 수 있다. 무상증자 공시 이후 7거래일(10월26일~11월3일)의 평균거래량은 3만3675주로 지난 1년 동안의 평균거래량(2만2000주)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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