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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Paper

체면 구긴 SK하이닉스, '3위' 마이크론보다 금리 높다

채권 만기 더 짧았는데 '아쉬운' 조달 조건…글로벌 IR 전략 변화 필요성 대두

이정완 기자  2024-01-19 15:55:33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2위 SK하이닉스는 올해 순수 국내 민간기업 중 처음으로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에 등장했다. 예상보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컸다는 이유로 연초 글로벌 채권시장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수요예측(북빌딩)을 마치고 나니 양호한 조건으로 발행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뒤이어 시장을 찾은 마이크론과 비교하니 SK하이닉스 재무부서에서 아쉬운 목소리가 나온다. 마이크론의 회사채 만기가 더 길었음에도 더 낮은 금리로 조달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론보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점유율도 높고 매출도 크다. 이를 계기로 SK하이닉스가 더 적극적으로 해외 투자자를 만나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시장점유율 월등한데…마이크론에 '판정패'

지난 8일 SK하이닉스는 글로벌본드(144A/RegS) 발행을 위한 북빌딩에 돌입했다. 글로벌본드인 만큼 아시아 지역은 물론 미국, 유럽 등 다양한 지역에서 투자자를 찾았다. 수요예측 끝에 3년물 5억달러, 5년물 10억달러 조달에 성공했다.

최초제시금리(IPG)는 3년물과 5년물 각 동일 만기 미국 국채(T)에 180bp와 200bp를 더한 수치였다. 3년물에 28억달러, 5년물에 37억달러 주문이 들어와 최종적으로 3년물 금리는 T+145bp, 5년물 금리는 T+167bp로 정해졌다. 당초 예상보다 매파적인 연초 자본시장 분위기 속에서 반도체 업황 반등 가능성과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인 HBM(고대역폭메모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틀 뒤 상황이 달라졌다. D램 시장점유율 3위 마이크론이 10일 7년 만기로 회사채 수요예측을 실시했는데 미국 국채 7년물보다 130bp 높은 수치로 10억달러를 조달했다. 두 회사가 발행한 채권의 쿠폰 금리를 비교하면 SK하이닉스의 5년물 금리는 연 5.5%, 마이크론의 7년물 금리는 연 5.3%다. 같은 10억달러를 빌렸지만 마이크론의 만기가 더 길고 쿠폰 금리는 더 낮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보다 강자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시장점유율은 34.3%로 38.9%를 기록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마이크론은 22.8%를 나타냈다. 낸드플래시는 마이크론과 점유율 격차가 더 크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20.2%(2위),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12.5%(5위)를 기록했다.


당연히 매출도 SK하이닉스가 더 많다. 마이크론은 8월 결산법인이므로 동일 기간 매출을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동안 매출 40억달러(약 5조3000억원), 영업적자 12억달러(약 1조6000억원)를 나타냈다. SK하이닉스는 비슷한 시기였던 지난해 3분기(7월~9월) 매출 9조661억원, 영업적자 1조7920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신용도 측면에서도 SK하이닉스가 소폭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 무디스는 이번 글로벌 본드 발행을 앞두고 SK하이닉스 회사채를 'Baa2' 등급으로 평가했다. 마이크론 신용등급은 'Baa3'다.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보다 한 노치(Notch) 더 높다. S&P와 피치는 두 회사를 각 'BBB-', 'BBB'로 동일하게 평가하고 있다.

◇글로벌 IB, 활발한 美 현지 IR 제안

SK하이닉스 입장에선 마이크론의 수요예측 성적표를 확인한 뒤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더 탄탄한 지위를 갖췄음에도 마이크론보다 더 많은 조달비용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 기관투자자, 특히 미국 투자자 시각에서 생각해보면 이 같은 결과는 불가피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글로벌 IB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 회사채에 투자하는 미국 투자자는 자국 반도체 기업이 익숙한 만큼 더 마음 편히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IB는 SK하이닉스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해외 IR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조언을 남겼다. SK하이닉스는 꾸준히 한국물 시장을 찾는 핵심 이슈어(Issuer)임에도 현지 IR에 소홀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번 발행만 해도 조달을 앞두고 로드쇼를 실시하지 않았다. 작년에 NDR(Non-deal Roadshow)를 진행한 정도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무조건적으로 해외를 찾아야겠다는 발행사도 있지만 SK하이닉스야말로 시장을 적극 찾아야 하는 발행사"라며 "이번과 같은 결과를 확인한 만큼 IR 전략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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