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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기업 밸류분석

'HBM 특수' SK하이닉스, 적자에도 주가는 날았다

LG엔솔 제치고 시총 2위 탈환, 급성장 'AI 메모리 시장' 선점에 기대감↑

김혜란 기자  2023-12-19 09:59:47

편집자주

테크(Tech) 기업은 원재료 가격과 판매단가에 따라 이익 변동 폭이 큰 경우가 많다.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 테크기업들은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만큼 밸류에이션도 글로벌 추이에 따라 움직인다. 주가를 밀어 올리는 원동력은 실적이지만, 글로벌 시장 트렌드 변화 속에서 기업의 기존 사업과 신사업 전략 등이 방향성을 잘 맞춰가고 있는지를 투자자들은 평가한다. 더벨은 각 테크기업이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 밸류는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보고 앞으로 밸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요인과 변수는 무엇인지 점검해본다.
SK하이닉스가 시가총액 2위에 등극했다. 2021년 1월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한 뒤에 내줬던 2위 자리를 탈환했단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엔비디아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독점공급사 지위를 따내며 선도 기업 이미지를 굳힌 데다 내년에도 'HBM 특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가도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증권사에선 지금의 상승 기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적 급감에도 '주가 급등'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올해 초 7만5700원으로 출발했다. 18일 기준 종가는 14만원이었다. 주가가 1년 만에 거의 2배 가까이 뛴 것이다. 현재 주가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이었던 2021년의 주가와 비슷한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3분기 말까지 약 8조원 규모 적자를 냈으나 실적과 반비례해 기업가치는 급등했다.

1년 추이를 보면 주가는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렸고 5월 말부터 10만원대를 돌파하더니 상승세가 힘을 더 받았다. HBM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올해 그래픽처리장치(GPU) 강자 엔비디아의 독점공급사 지위를 확보하며 글로벌 메모리 제조사 중 HBM 시장에서 가장 앞서 나갔다. 4세대 HBM인 HBM3를 가장 먼저 양산해 엔비디아의 H100 단독 공급사 타이틀을 거머쥔 것이다. 내년 상반기 양산에 들어가는 5세대 HBM3E도 엔비디아에 단독 공급할 전망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HBM은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이다. HBM 제조사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질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도 이에 대해 직접 설명한 적이 있다.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HBM3와 HBM3E 모두 내년 캐파(CAPA·생산능력)가 현시점에서 이미 솔드아웃됐고, 이런 상황에서 고객들의 추가 수요 논의도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HBM의 경우 일반 D램보다 가격이 6배 이상 비싼 것으로 전해진다. 내년 흑자전환을 이루고 외형 성장을 노리려면 적극적으로 HBM 캐파 확장에 나서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SK하이닉스 1년간 주가흐름(출처:네이버금융)

◇증권가, 추가 상향 가능성 언급

SK하이닉스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HBM 캐파를 올해보다 최소 2배 이상 더 늘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HBM은 D램을 8~12단까지 쌓아 한 번에 패키징하는 만큼 패키징이 중요하다. SK하이닉스가 청주 공장(M15)에 HBM TSV(실리콘 관통 전극) 패키징 전용 라인 마련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HBM 시장은 이제 개화하는 만큼 앞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화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16만8000원으로 제시했다. 키움증권도 목표주가를 16만원으로 잡았다. 아직 상승여력이 있다는 얘기다.

KB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내년 2분기 HBM 첫 생산을 준비 중인 마이크론은 HBM 경쟁력, D램 점유율, 수익성 등이 SK하이닉스 대비 열위에 있어 SK하이닉스 시총은 마이크론을 넘어설 것"이라며 "SK하이닉스 시총은 적어도 120조원(16만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 시총은 약 102조원이다.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SK하이닉스가 급성장하는 AI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시장 선도 입지를 확보했단 점을 높게 평가해 등급전망을 기존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조정하기도 했다.

내년부턴 그동안 독점해 왔던 HBM 시장에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이 진입하면서 경쟁구도가 형성될 수 있으나 HBM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지금은 인공지능(AI)용 GPU도 엔비디아가 거의 독점하고 있으나 AMD를 비롯한 팹리스가 너도나도 AI용 반도체를 내놓기 시작하면 그만큼 HBM 수요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HBM 외에도 4분기부터는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어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화투자증권은 4분기 D램 가격이 전 분기보다 15%, 낸드 가격은 18%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4분기 적자 폭은 수백억원대 규모로 크게 줄고 내년 1분기부터는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란 게 주요 증권사의 전망이다. 올해 4분기부터 흑자전환을 이룰 것으로 전망하는 증권사도 있다.

한화투자증권 김광진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주가 피크아웃을 고민하기엔 아직 이른 시기"라며 "현시점은 메모리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하는 첫 분기"라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온디바이스(On-Device) AI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는 점도 기대된다. SK하이닉스는 내년 3월 공개 예정인 애플의 증강현실(AR) 기기 '비전프로'에 들어갈 특화 D램 공급을 시작으로 온디바이스 AI 메모리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10년간 주가흐름(출처:네이버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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