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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한전, 자회사에 3.2조 배당 요구로 노린 2가지

현금+채권발행 여력 확보, 내년에도 전방위 자금조달 불가피

양도웅 기자  2023-12-29 14:09:06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한국전력공사가 발전 자회사 6곳과 한전KDN에 중간배당으로 약 3조2000억원을 요구하면서 기대하는 건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현금 확보다. 올해 3분기 말 별도기준 한국전력의 현금은 1887억원이다. 머니마켓펀드(MMF)와 특정금전신탁 등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합하면 1조420억원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영업활동에서만 9조원 넘는 현금이 유출되는 상황으로 설비투자(CAPEX)도 벌지 못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매분기 CAPEX에 1조5000억원 이상을 투입한다. 올해 3분기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영업활동에서 유출된 현금은 수천억원 수준으로 풀이된다. 이를 고려하면 자회사들이 3조2000억원을 중간배당함으로써 한국전력은 최대 6개월간의 운영과 투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자회사들의 중간배당으로 회사채를 추가로 발행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수 있다. 현금 확보를 넘어 한국전력이 크게 기대하는 부분으로 꼽힌다.

최상위 신용등급 'AAA/안정적'의 한국전력이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은 회사채 발행이다. 전기가 매입가보다 저렴하게 판매되기 시작한 2021년 이후 한국전력은 회사채 발행(순발행 기준)으로 2021년에 약 7조원, 2022년에 약 29조원을 조달했다. 올해는 약 9조원을 조달했다. 올해 3분기 말 회사채 발행 잔액은 75조원이다.


문제는 회사채를 추가로 발행하기 어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한국전력공사법 제16조에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최대 5배까지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는 조항을 새롭게 추가했다. 자본금과 적립금은 직전연도 말 기준이다.

올해 한국전력의 회사채 발행 한도액은 약 104조원이었다. 하지만 올해도 조 단위 순손실(올해 3분기 누계 당기순손실 7조원)이 확실시되면서 실적과 연동된 적립금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내년 회사채 발행 한도액은 75조원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럴 경우 한국전력은 내년에 최소 차환 발행밖에 하지 못한다. 자칫하면 조 단위 이상을 상환해야 한다. 내년에도 고물가가 지속되고 22대 총선으로 유권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전기요금 현실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낮아 현금창출력 향상은 어려울 전망이다. 회사채 차환이나 상환이 아닌 추가 발행이 요구된다는 얘기다.


해결방법은 순손실 규모를 최소화해 적립금 감소 폭을 줄이는 것이다. 이러면 회사채 발행 한도액도 예상보다 덜 줄어든다. 자회사들의 3조2000억원이 중간배당은 이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한국전력 입장에서는 배당수익(영업외수익 분류)이기 때문에 순손실 규모를 줄일 수 있게 된다.

현재(29일) 기준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동서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남동발전, 한전KDN 등 자회사 6곳은 중간배당을 위한 이사회 의결을 마쳤다. 나머지 한 곳인 한국중부발전도 이날 이사회를 열고 관련 안건을 처리한다.

실제 배당금 지급은 내년에 이뤄지더라도 계약상 한국전력이 배당수익을 올해 수익으로 회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면, 내년 회사채 발행한도 축소 폭을 예상보다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자회사 배당금 수취는 직접적인 현금 확보와 함께 추가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일석이조 효과를 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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