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메디슨은 그동안 레버리지 지표를 관리하는 '기준선'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대응했다. 부채비율은 30%선, 차입금의존도는 10% 내외에서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공력을 쏟았다. 모기업 삼성전자의 '외부차입 신중' 기조에도 부응해 보조를 맞췄다.
2017년을 기점으로 유동성이 급격히 확대된 점도 돋보인다. 200억원에 못 미쳤던 여윳돈은 6년새 3000억원을 넘어섰다. 부동산을 팔아 거액의 실탄을 얻고, 의료기기 판매 본업이 탄력받으며 자체 현금 창출력이 향상한 대목이 주효했다.
◇삼성전자 재무기조 부응해 지표 모니터링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삼성메디슨의 부채비율은 29.4%다. 2017년 48.4%에서 2018년 26.9%로 21.5%포인트(p) 내려간 이래 줄곧 30%선에서 등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간 삼성메디슨은 '건전한 자본구조 유지'에 재무 정책의 주안점을 맞추고 부채비율 변동을 계속 모니터링했다.
자산총계 대비 총차입금 비중을 뜻하는 차입금의존도 역시 삼성전자 계열로 편입된 이듬해인 2012년부터 계속 10%선 아래를 유지했다. 2023년 3분기 말 역시 7.4%로 나타났다. 차입금 잔액은 464억원인데 상환 만기가 1년 이내에 도래하는 금액이 27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지분의 68.5%를 소유한 모기업 삼성전자가 구사하는 재무 전략이 삼성메디슨의 레버리지 지표 관리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삼성전자는 2001년 회사채를 발행해 5000억원을 확보한 사례를 마지막으로 시장에서 차입을 자제하는 기조를 견지했다. 올해 삼성디스플레이에서 20조원을 빌려왔으나 그룹 내부 계열사간 자금 거래였다.
외부 차입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건 삼성전자가 최대주주로 돼 있는 삼성전기, 제일기획 등 여타 계열사도 마찬가지다. 특히 삼성메디슨 경영진이 삼성전자에서 활약한 인물들로 채워진 만큼 모회사 기조에 발맞추는 건 필연적이다. 현재 회사 재무를 총괄하는 이종현 지원팀장(상무) 역시 삼성전자에서 의료기기 지원그룹장을 역임했다.
삼성전자에 인수되기 전 회사가 법정관리를 겪었던 경험 역시 차입금 제어의 중요성을 인식한 배경이다. 2000년대 초반에 한글과컴퓨터 등을 인수하면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01년 말 총차입금 2793억원 중에서 1년 안에 갚아야 할 금액이 76.2%(2129억원)를 차지했다.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729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자산유동화, 의료기기사업 현금창출 증대 '쌍끌이' 삼성메디슨이 대출이나 시장성 조달에 적극 나서지 않는 건 여윳돈을 탄탄하게 쌓은 대목과도 맞닿아 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등을 더한 유동성은 3387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에 인수된 2011년 이래 가장 많은 규모다. 지난해 9월 말 2712억원과 견줘보면 1년새 24.9% 불어났다.
가용 실탄은 2017년까지 200억원 안팎에 불과했다. 이후 보유고를 극적으로 늘리는데 자산 유동화 조치와 의료기기 판매 본업에 따른 현금 유입분 증대가 '쌍끌이' 했다. 2017년 삼성메디슨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자리잡은 사옥을 팔아 1510억원을 얻었다.
당시 모회사 삼성전자 사내 투자·자산유동화팀이 입찰 공고를 게재하는 등 매각 실무를 이끌었다. 부동산 개발사 엠디엠그룹에 건물을 처분하면서 삼성메디슨으로 거액이 유입됐다. 덕분에 유동성은 2017년 말 167억원에서 2018년 말 1315억원으로 7배 넘게 증가했다.
의료기기 사업 역시 활기를 띠면서 현금창출력이 한층 커졌다. 이동형 초음파 제품 'HM70 에보'와 프리미엄 기기 'V8' 모델 등을 앞세워 미국, 이탈리아, 인도, 튀르키예 등 주요 국가에서 잇달아 납품계약을 성사했기 때문이다. 대형 의료기관에 국한하지 않고 중소형 병원으로 판로가 확대되는 점도 우호적 요인이었다.
본업이 탄력을 받아 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2020년 184억원 △2021년 303억원 △2022년 862억원 등으로 확대됐다. 올해 들어서는 9월까지 영업활동으로 577억원이 순유입됐다. 잉여현금흐름(FCF)은 지난해 820억원, 2023년 3분기 누적 519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