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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M&A' 나선 삼성메디슨, 인수자금 조달 '이상 무'

현금성자산 3200억 상회, 7900만유로 지급 여력 '충분'

김경태 기자  2024-05-08 13:45:59
삼성메디슨이 사실상 첫 인수합병(M&A)에 나섰다. 타깃은 프랑스에 소재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소니오(Sonio)다. 인수금액이 약 1300억원에 달하지만 삼성메디슨에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작년에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보유한 실탄이 3000억원을 넘었다. 삼성전자 지난해 자회사 등에서 대규모 배당을 단행했지만 삼성메디슨의 곳간을 지켜준 점도 결과적으로 M&A를 추진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다.

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메디슨은 프랑스 소니오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이달 7일 체결했다. 거래금액은 7900만 유로로 한화 약 1265억원이다. 거래종결(딜클로징)은 올 상반기 내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메디슨이 M&A를 추진하는 건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삼성메디슨은 1985년 설립됐다. 그 후 2011년 삼성전자를 새 주인으로 맞이했다. 삼성그룹은 2010년 바이오제약, 태양광, LED, 이차전지, 의료기기 등 5개 신수종사업을 발표했다. 2011년 칸서스자산운용이 보유하던 메디슨을 인수했다.

삼성메디슨이 외부 기업을 합병한 사례가 있기는 하다. 2012년 9월 초음파 프로브(탐촉자) 제조사 프로소닉을 합병했다. 다만 프로소닉은 삼성전자가 메디슨을 인수하던 시점에 칸서스자산운용으로부터 지분 100%를 매입한 곳이다.

삼성그룹 체제에서 삼성메디슨은 자체적인 기술력 개발과 경쟁력 강화에 주력했다. 최근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홍천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지분 투자는 삼성그룹이 삼성메디슨을 인수한 뒤 외부 기업 인수를 통한 성장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는 의미가 있다. 첫 M&A가 국내 기업 인수보다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국경간거래(크로스보더 딜)이라는 점에서 투자 역량도 한껏 과시하게 됐다.


삼성메디슨은 인수대금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보유한 실탄 규모를 고려할 때 재무상태에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삼성메디슨의 작년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85억원으로 전년 말(358억원)보다 7.5% 증가했다. 단기금융상품은 3200억원으로 33.3% 불어났다. 사측에 따르면 단기금융상품은 대부분 단기 예금, 적금으로 구성돼 당장 활용이 가능하다.

최근 호실적을 거듭하면서 넉넉한 현금을 보유하게 됐다. 지난해 매출은 5174억원으로 전년보다 6.7% 늘었다. 영업이익은 864억원, 당기순이익은 817억원으로 각각 3.6%, 18.1% 증가했다. 매출과 이익 모두 역대 최대이자 3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삼성메디슨의 현금이 증가한 데는 모기업인 삼성전자의 배려도 한몫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반도체 업황이 악화되면서 현금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이 과정에서 국내외 자회사 등에서 대규모 배당을 수취했다. 하지만 삼성메디슨의 경우 미래 투자를 위해 배당을 받지 않았다.

인수대금 일부를 2년 뒤에 지급한다는 점도 삼성메디슨의 자금 마련에 부담을 덜 수 있는 요인이다. 삼성메디슨은 거래종결일에 6000만 유로를 지급한다. 나머지 1900만 유로는 거래종결일 2년 후에 상호 협의된 조건이 달성될 경우 주기로 했다.

삼성메디슨은 소니오 인수를 통해 유럽의 우수한 AI 개발 인력을 확보하게 됐다. 향후 삼성메디슨의 의료용 AI 솔루션에 소니오의 AI 진단 보조기능, 리포팅 기술력을 더해 더욱 개선된 AI 기능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또 양사 간 기술 협업을 통해 향후 의료진의 진단 소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진단 품질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용관 삼성메디슨 대표는 "세계 최고 수준 산부인과 솔루션을 보유한 소니오와 함께하게 되어 기쁘다"며 "경쟁사 대비 뛰어난 품질의 초음파 리포팅 및 AI 기술을 갖춘 소니오와 의학 발전을 통한 전 세계 임산부 삶의 질 향상을 함께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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