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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사 재무분석

이익실현 기업으로 '날아오른 백조' 삼성메디슨

①삼성전자 4500억 들여 인수, OPM 20% 육박 '수익성 개선세'

박동우 기자  2023-11-20 15:35:40

편집자주

비상장사는 공개하는 재무정보가 제한적임에도 필요로 하는 곳은 있다. 고객사나 협력사, 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거래를 위한 참고지표로 삼는다. 숨은 원석을 찾아 투자하려는 기관투자가에겐 필수적이다. THE CFO가 주요 비상장사의 재무현황을 조명한다.
삼성전자 계열사를 살피면 헬스케어 분야에 특화된 비상장기업이 눈길을 끈다. '삼성메디슨'으로 초음파 의료기기 개발과 생산에 잔뼈가 굵은 업체다. 삼성전자는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4500억원의 실탄을 투입해 회사 경영권을 확보했다.

한때 영업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을 겪었다. 반전을 이뤄내기 위해 해외 법인을 정리하고 유통 네트워크를 통합하는 등 정상화 노력이 이어졌다. 대형병원과 아시아·북미·유럽을 겨냥한 제품 수주 노력도 빛을 발했다.

최근 들어서는 영업이익률(OPM)이 20%에 육박하는 등 수익성 개선세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모양새다. 물 위에 머무르지 않고 '날아오른 백조'라는 수식어가 들어맞는 기업으로 변모했다.

◇초음파 의료기기 제조사, '1세대 벤처→법정관리' 우여곡절

삼성메디슨의 업력은 올해로 38년차를 넘겼다. 1985년에 고(故)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이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출신 연구원들과 의기투합해 '메디슨'을 창업하면서 첫 발을 뗐다. 초음파 진단기기를 개발한 뒤 산부인과에 납품하면서 국내 벤처 '1세대' 기업의 대표주자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순항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0년 코스닥 투자 열풍이 몰아칠 때 '벤처연방' 비전을 내걸고 무리하게 인수 전략을 구사한 대목이 화근이었다. 한글과컴퓨터 등 50여개 관계사를 거느렸지만 'IT 버블'이 가라앉으며 피투자기업 지분 매각이 어려워졌다. 결국 2002년부터 4년 동안 법정관리를 겪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법정관리 터널을 지나며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칸서스인베스트먼트가 최대주주 지위를 꿰찼다. 2010년 칸서스인베스트먼트는 엑시트(투자금 회수)라는 목표에 부응해 보유한 지분 40.94% 매각을 추진했다. 삼성전자, SK㈜, KT&G의 삼파전이 전개됐다.


단연 관심을 크게 드러낸 기업이 삼성전자였다. 당시 고 이건희 회장이 그룹의 미래를 뒷받침할 신성장 동력으로 '헬스케어'를 지목했던 만큼 메디슨은 적격인 매물이었다. 국내 초음파 의료기기 시장에서 50% 웃도는 점유율을 형성하며 1위 업체 위상을 확립한데다 글로벌 영역에서도 시장점유율 5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대목이 매력으로 통했다.

삼성전자 계열사로 편입된 시점은 2011년이다. 그해 2월 삼성전자는 2864억원을 들여 지분 43.5%를 인수했다. 여세를 몰아 1571억원을 투입해 신용보증기금이 보유하던 주식 2617만9468주(22.3%)도 추가 매입했다. 두 차례에 걸쳐 4435억원을 투자한 결과 삼성전자는 삼성메디슨 지분 65.8%를 소유하게 됐다.

◇유통 네트워크 통합, 수주전략 변화 '기사회생 동력'

당초 기대와 달리 인수 초기 삼성메디슨은 기대에 부응하는 실적을 일궈내지 못했다. 2013년과 2014년에 잇달아 영업이익률이 1%대를 기록했고 이후 2년 연속으로 200억원 규모 영업손실도 시현한 대목이 방증했다. 경영진은 위기를 타개하는 취지에서 해외에 포진한 법인을 정리하고 제품 유통 네트워크를 삼성전자로 통합했다.

2017년 영업 흑자 전환을 계기로 비용 효율화 기조의 결실을 맺었다. 이후 삼성메디슨은 실적 우상향 접근 기조를 △대형 병원 △해외 △진료과 확장으로 설정했다. 병상 규모가 큰 의료기관일수록 기기 납품 관계를 장기간 이어가는 점을 주목했다. 경기 후퇴에 따른 실적 변동 여지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아시아, 북미, 유럽으로 매출처를 다변화하는 데도 사활을 걸었다. 연간 실적에서 해외 매출액 비중이 2017년 83%였으나 지난해 86.1%로 3%포인트(p) 상승했다. 판매 대상 진료과 역시 기존 산부인과를 벗어나 영상의학과, 정형외과, 심장내과로 한층 넓어졌다.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올해 3분기 8.3%로 세계 5위 입지를 굳혔다. 성과에 힘입어 2020년 3084억원이던 매출이 2021년 3973억원, 2022년 4851억원으로 빠르게 불어났다. 영업이익률 역시 △2021년 15.2% △2022년 17.2% △2023년 3분기 누적 18.9%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수익성 증진에는 판매관리비를 감축하는 노력도 투영됐다. 올해 3분기 누적 판관비는 68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94억원과 견줘보면 소폭 감소했다. 물류원가가 52억원에서 6억원으로 감소하는 등의 영향이 작용했다. 이러한 비용 제어에 몰두하는 인물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종현 지원팀장(상무)이다.

이종현 상무는 1970년생으로 부산 동아대를 졸업한 뒤 1997년 삼성전자에 입사하며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삼성전자 의료기기 지원그룹장을 거쳐 2021년 12월 삼성메디슨 지원팀장으로 발탁된 이래 회사 재무를 총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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