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캐피탈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조달 구조 다변화에 많은 힘을 쏟았다. 회사채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단기 차입, 유동화자산(ABS)를 늘려 조달 금리 상승을 억제했다.
대신 부채의 만기구조가 단기화 됐고 유동성 비율, 즉시 가용 유동성 비율 등 유동성 관련 지표가 경쟁사 대비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정일 KB캐피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국내 은행권과의 풍부한 크레딧라인(한도 대출 약정) 등을 통해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올해 남은 기간 동안에는 하반기 변동성 심화 가능성 등을 고려해 유동성 확보 작업에 나서는 게 최대 과제다.
◇단기조달비중 4.96%…자산·부채 만기구조 불일치 심화 레고랜드 사태 이후 KB캐피탈의 부채 만기 구조는 빠르게 단기화됐다. 지난해 6월말 평균 잔액(자기자본 포함) 기준 70.89%였던 회사채 비중은 연말 69.22%로 줄어들었고 올해 6월말 66.27%까지 낮아졌다. 잔액 기준 비중 역시 지난해 6월말 84%에서 올해 6월말 78.2%로 축소됐다. 회사채 잔액 자체도 10조5211억원에서 10조1937억원으로 3.1% 줄어들었다.
전체 조달 규모는 줄지 않았다. 평잔은 지난해 상반기 15조401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5조7691억원으로 4.8% 증가했고 원화부채 잔액 역시 12조9534억원에서 13조2823억원으로 2.5% 늘어났다. 회사채가 줄어든 대신 ABS발행이 1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증가했고 단기차입금도 300억원에서 1650억원으로 증가했다.
조달 구조 다변화는 금리 상승 억제 효과로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조달 평잔 기준 총 이자율은 2.69%로 현대캐피탈(3.1%), 하나캐피탈(6.04%), 우리금융캐피탈(3.03%) 등 경쟁사 대비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이자율(3.7%)과 비교해도 0.02%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대신 유동성 측면의 안정성은 다소 악화된 모습이다. 유동성 비율이 지난해 6월말 186.68%에서 올해 6월말 141.44%까지 45.24%포인트 하락했다. 즉시가용유동성비율 역시 254.59%에서 150.96%로 103.63%포인트 낮아졌다.
부채와 자산의 만기구조의 불일치도 심화됐다.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1년내 만기도래 부채 비중이 37.35%로 1년대 만기도래 자산의 비중(37.34%)와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됐다. 하지만 올해 6월말 1년대 만기도래 부채 비중은 40.39%로 3.04%포인트 늘어난 반면 자산의 1년대 만기도래 비중은 33.73%로 3.61%포인트 축소됐다. 만기 1년 이내 부채 잔액(5조3644억원)이 만기 1년 이내 자산 잔액(5조3531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만기 180일 이내 도래 부채의 비중 역시 16.71%에서 22.27%로 5.56%포인트 확대됐다. 반면 만기 180일 이내 자산의 비중은 24.64%에서 19.72%로 4.92%포인트 축소됐다. 단기조달비중(발행 만기 1년 이내 조달의 비중)은 지난해 6월말 1.32%에서 4.96%로 3.64%포인트 확대됐다.
◇이정일 상무, 재무부장만 6년 경험…풍부한 크레딧라인으로 안정성 확보 KB캐피탈의 CFO를 맡고 있는 이정일 경영관리본부장 상무의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것은 유동성 비율의 개선이다. 현재의 유동성비율(141.44%)은 현대캐피탈(185.14%), 하나캐피탈(164.69%) 등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에 해당한다.
이 상무는 지난해 5월부터 경영관리본부를 이끌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업계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되기 전에 CFO에 선임돼 유동성 위기를 유연하게 극복해 냈다는 평가다. 이 상무는 1975년 출생으로 아주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KB캐피탈에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6년동안 재무기획부장을 지낸 정통 재무전문가다.
조달 구조 다변화뿐만 아니라 현재의 유동성 비율 역시 이 상무의 유연한 재무 정책의 결과로 분석된다. KB금융지주의 지원 가능성, 국내 은행과의 크레딧라인 등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적정 수준의 유동성 비율을 유지해온 것이다. 지나치게 높은 유동성 비율은 비효율적인 자금 운용의 결과로도 비춰질 수 있다. 9월말 기준 유동성 비율도 6월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단기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위험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KB캐피탈은 현재 다수의 국내 은행들과 총 3900억원 규모의 크레딧라인 계약을 맺어 놓은 상태다. 신한은행(800억원), 우리은행(500억원), NH농협은행(500억원), 하나은행(300억원) 등 주요 시중은행들과 모두 약정을 체결하고 있으며 중국은행(서울지점) 등과도 관계를 맺고 있다. 6월말 기준 사용액은 450억원에 불과하다.
KB국민은행과 6000만달러(약 820억원) 규모의 달러 차입약정도 맺고 있다. 그밖에 필요시 KB금융지주 측에 자금 지원을 요청할 수도 있다.
남은 기간 동안에는 시장 변동성 심화를 고려해 장기 조달을 더욱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KB캐피탈 관계자는 "유동성 비율이 타 사와 비교하면 낮아 보일 수 있으나 적정 수준에서 효율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다만 하반기 시장 변동성에 대한 우려 등을 고려해 현재 추가 자금 확보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