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은 호반산업을 대주주로 맞이한 뒤 안정적인 수익성을 보여줬다. 무상감자·유상증자 등을 거쳐 재무 안정성도 제고했다. 호반산업은 대한전선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인식한 영업권을 손상없이 상각 처리하며 인수 후 통합(PMI) 성과를 누리고 있다.
호반산업은 2021년 대한전선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며 이종산업 인수·합병(M&A)을 추진했다. 건설업 위주인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호반산업이 움직였다. 호반산업은 공사·분양수입으로 매출을 올리는 건설사다. 대한전선은 국내 전선산업에서 2위 시장 지위를 보유한 전선 제조 업체다.
대한전선은 단번에 호반산업의 핵심 투자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 호반산업이 보유한 대한전선 지분 40.3%(장부가 4326억원)은 지난해 말 별도 기준 지분법적용투자주식(7799억원) 중 55%를 차지한다. 지난해 말 호반산업 연결 기준 매출 구성을 보면 건설업(1조9262억원)보다 전선제조업(2조3137억원) 규모가 더 크다.
호반산업은 IMM PE로부터 대한전선 최대주주 지분을 넘겨받았다. 2021년 5월 2482억원을 주고, 대한전선 구주 지분 40.3%를 매입했다. 취득단가(724원)는 인수 계약 체결일 대한전선 종가(1215원)보다 40% 할인한 가격이었다.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인수 가격 협상을 마쳤지만, 영업권 인식을 피할 수는 없었다. 호반산업은 종속기업인 대한전선을 연결 재무제표에 포함하면서 951억원 규모 영업권을 인식했다. 대한전선 인수금액(2481억원)이 지배 지분에 해당하는 순자산 공정가치(1531억원)보다 컸기 때문이다. 2021년 6월 말 기준 식별 가능한 대한전선 자산은 1조3507억원, 부채는 9561억원이었다.
호반산업은 대한전선 지배구조를 안정화하고 나서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대한전선 이사회는 2021년 11월 액면가 감액(보통주 액면가 500→100원) 방식 무상감자를, 12월에는 4889억원 규모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무상감자는 부분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한 절차였다. 감소한 자본금을 자본잉여금을 전환해 자본총계 변동 없이 자본잠식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었다. 대한전선은 2021년 3분기 말 별도 기준 자본총계(3678억원)가 자본금(4282억원)보다 적은 부분 자본잠식 상황이었다. 지난해 1월 감자 효력이 발생(자본금 3426억원 기타불입자본 전환)하면서 부분 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
유상증자 대금으로는 차입 부담을 줄이고, 국내외 생산 기지 확충 재원을 마련하려 했다. 대한전선은 지난해 3월 납입된 증자 대금 집행 우선순위를 △특수관계자 차입금 상환(2000억원)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 등 시설자금(2000억원) △원자재 구매 대금 등 운영자금(889억원) 순으로 배정했다.
호반산업은 최대주주 배정 물량을 100% 청약해 1971억원을 납입했다. 유상증자 전에 대여한 1600억원을 곧바로 상환받아 지난해 호반산업에서 대한전선으로 흘러간 현금은 사실상 371억원이다. 대한전선은 2021년 12월 호반산업에서 1600억원, 호반에서 400억원을 단기로 차입했다. 계열사 차입금으로 먼저 기존 채권단 차입금을 상환하고, 증자 대금으로 계열사 차입금을 상환했다.
대한전선은 유상증자 이후 개선된 재무안정성 지표를 유지하고 있다. 2021년 말 4567억원이었던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올 상반기 말 1188억원 규모로 줄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각각 266.4%, 42.8%에서 92.7%, 25.4%로 줄었다.
대한전선이 당기순이익을 내면서 호반산업이 인식한 영업권에서 손상차손은 발생하지 않았다. 대한전선은 올 상반기 221억원 규모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지난해 온기 실적(218억원)을 뛰어넘었다. 인수 첫해인 2021년에는 289억원 규모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호반산업은 대한전선 영업권을 10년간 상각해 비용으로 털어낼 예정이다. 상각을 진행하다 손상 징후가 파악되는 경우에는 손상 여부를 따져 손상차손을 인식하고, 그만큼 영업권 장부금액을 감소시키는 재무 정책이다. 2021년에는 48억원 규모 대한전선 영업권을 상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