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의 상장 작업은 2020년 본사에 상주하던 주관사단 인력 철수를 결정한 이후 정지된 상태다. 과거 주관계약을 맺었던 담당임원도 지금은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 상장이 멈춘 시점부터 그룹의 관심은 호반산업으로 이동한 모양새다. 이듬해 호반산업을 필두로 대한전선 인수에 나서기도 했다. 건설 본업영역에선 실적 변동성이 워낙 높은 편이라 직상장 타이밍을 잡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호반건설의 상장은 그룹 의사결정에 따라 수면 위로 부상하거나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가장 본격적으로 추진된 시점은 2018년 초반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내려놓은 이후였다.
상장 건설사 인수를 포기하면서 직상장 작업에 착수했다. 그해 하반기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이 공동 대표주관사 지위를 부여받았다.
당시는 호반건설 실적이 고공행진하고 있던 터라 직상장에 전혀 무리가 없었다. 2018년 당시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전년 대비 2000억원 이상 뛴 3900억원을 웃돌았다. 이듬해에도 1000억원 가까이 올라 4700억원을 상회했다.
상장 물밑작업도 이 시기에 모두 이뤄졌다. 2018년 10월께 호반건설은 호반 흡수합병을 결정했다. 2020년 초에는 상장 주관사단이 본사에 상주하기 시작했다. 보통주 1주당 500원으로 액면분할을 통해 발행주식 총수를 늘리기도 했다.
순조로웠던 일정은 코로나19 탓에 제동이 걸렸다. 주관사단이 2020년 철수한 이후 더이상의 상장작업은 이뤄지고 있지 않다. 기존 주관계약을 체결했던 담당임원도 물러났다. IPO를 추진하지 않기 때문에 담당조직과 담당임원도 선정하지 않고 있다.
고공행진했던 실적도 이 시기 꺾였다. EBITDA는 2020년 740억원대로 떨어졌다. 2021년 다시 4600억원대로 예년 수준을 회복했지만 동종업종 상황을 감안하면 올해 실적을 장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호반건설은 연간 공급계획을 따로 만들지 않을 정도로 극도의 리스크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상장은 물론 건설 본업 행보도 나서지 않을 때라고 판단한 셈이다.
호반건설 상장에 제동이 걸린 시점부터 그룹은 이종업종 인수합병으로 관심을 돌렸다. 그룹내 지배구조 3개축(호반건설, 호반산업, 호반프라퍼티) 가운데 하나인 호반산업을 필두로 내세웠다.
김상열 회장의 차남 김민성 전무가 최대주주인 호반산업은 2021년 대한전선 지분 2482억원을 사들였다. 추가로 2000억원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호반산업의 대한전선 보유지분은 지난해 3분기말 기준 40.10%였다.
그룹 시각에서 보면 호반건설보다는 호반산업 입지 다지기에 공을 들이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호반산업의 자산총계는 2020년 연결기준 2조3000억원에서 1년만에 3조7000억원대로 불어났다. 대한전선 인수효과로 호반산업의 지주비율은 같은 기간 21%대에서 31%로 올랐다.
호반건설이 직상장에 나서기 전에 그룹차원에선 풀어야할 과제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호반산업의 지주사 전환 이슈 해결 비롯해 건설 본업에선 실적 회복이 당면한 숙제로 꼽힌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성립요건은 △별도기준 자산총계 5000억원 △지주비율 50% 초과 등이며 이 두 가지를 충족하면 지주회사로 강제전환 된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IPO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며 "연간 공급계획은 있지만 시장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