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혁신을 외치는 카카오뱅크의 해외 진출 방식은 기존 시중은행과는 차별화 된 모습이다. 현지 은행을 직접 인수하는 대신, 동남아시아 슈퍼앱 그랩(Grab)과 통신사 싱텔(SingTel)과 손을 잡고 슈퍼뱅크의 주요 주주로 합류하며 인도네시아 시장에 발을 들였다.
카카오뱅크의 투자 방법은 리스크 관리에 효과적이다.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은 해외 금융사가 현지 은행 지분을 40% 이상 보유할 시 정상은행과 함께 부실은행을 매입해 합병하도록 하고 있다. 인수 단가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부실 발생 위험 부담이 높다.
◇IPO 이전부터 동남아 진출 고려…규제의 벽 고민
카카오뱅크의 해외 시장 진출은 예고된 일이었다. 주요 임원들이 기업 상장(IPO) 이전부터 해외 시장 진출을 논의하며 동남아시아 시장에 대한 집중 검토를 해왔기 때문이다. 이때 카카오뱅크의 진출 후보지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등이었다.
이 중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점 쳐졌던 곳은 인도네시아였다. 인도네시아는 약 2억8000만명의 인구를 보유한 곳으로, 청년층 인구가 많아 비대면 금융 서비스 수요가 높다.
다만 인도네시아 진출에는 여러 걸림돌이 있었다. 특히 일반 시중 은행과 동일한 방식으 인도네시아 진출을 검토할 경우 리스크가 컸다.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이 부실금융사정리를 위해 외국계가 현지 은행의 지분율을 40% 이상 넘게 보유할 경우 정상은행 외 부실은행을 한 곳 더 매입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부실 발생 리스크가 클 수 밖에 없었다.
카카오라는 브랜드 효과를 이용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 요소였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이란 메신저 플랫폼을 엎고 성장했지만, 현지서 카카오톡의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었기 때문다.
◇슈퍼뱅크 전략적 투자로 걸림돌 해소
카카오뱅크는 전략적 투자 방식으로 슈퍼뱅크 지분 10%를 매입하며 두 걸림돌을 모두 해결했다. 슈퍼뱅크는 그랩과 싱텔의 컨소시엄이 주요 주주로 있는 인도네시아 디지터 은행으로, 카카오뱅크는 슈퍼뱅크 지분 투자를 통해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인수로 발생하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랩과 싱텔의 브랜드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슈퍼뱅크 측의 요청으로10% 지분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아직 밝히지 않고 있지만, 지분 인수의 경우 신주 발행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인도네시아 금융 당국은 상업 은행이 최소 3조 루피아(약 2550억원)이란 자본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그랩과 싱텔 역시 지난 1월 뱅크 파마(Bank Fama)에서 약 7000만 달러(약 947억원)에 약 24억개의 신주를 인수한 바 있다. 뱅크 파마는 슈퍼 뱅크가 디지털 서비스 강화를 위해 사명을 변경하기 전 이름이다.
이에 따라 슈퍼뱅크의 주요 주주는 △카카오뱅크 10.05% △Elang Media Visitama 34.75% △그랩+싱텔 컨소시엄 37.55% (싱텔 19.02%, 그랩 28.53%(Kudo Teknologi Indonesia 21.4%, A5-DB Holdings Pte. Ltd. 7.13%) △기타 7.65% 등이다.
지분 투자는 이제 시작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랩이 동남아시아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중인 만큼, 카카오뱅크와 다양한 합작품도 예고된다. 카카오뱅크의 실탄도 현재 충분한 상황이다. 카카오뱅크의 자본적정성은 타 은행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카카오뱅크의 올 2분기 BIS비율은 32.06%로 국내 은행 중 가장 높다. 같은 기간 토스뱅크와 케이뱅크의 BIS비율은 각각 11.69%, 13.54%이다. 4대 시중은행인 국민은행은 18.45%, 신한은행은 18.39%, 우리은행은 16.42%, 하나은행은 17.79%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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