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

삼성전자가 직접 심고 키운 미코세라믹스

⑦국산화 개발 제안에 사업 세팅, 물적분할 후 유상증자 과정에도 참여

문누리 기자  2023-09-19 16:10:05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S&P 글로벌 수석 애널리스트 루카스 베르나르스키의 저서 '배터리 전쟁'에 따르면 반도체, 배터리 등 고부가가치 제조산업일 수록 공급망 이슈 관리가 중요하다. 삼성전자를 지금처럼 키운 반도체사업은 배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욱더 공급망 관리가 중요하다. 소재와 부품, 장비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최종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삼성전자 투자 포트폴리오에는 인수합병(M&A) 하기엔 부담스럽고 단순투자만으론 아까운 업체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삼성전자의 전체 타법인출자 현황 중 72%가 단순투자가 아닌 경영참여 목적으로 출자한 것만 봐도 사업협력에 무게추가 실린 게 눈에 띈다.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삼성전자가 회사 설립 시기부터 사업 방향성을 세팅한 업체도 있다. 바로 미코세라믹스다. 코로나19 초기 미코에서 물적분할된 신설법인 미코세라믹스는 삼성전자가 일본 장비 독점구조를 깨기 위해 개발 의뢰를 한 데서부터 사업이 시작됐다.

같은 해 11월 삼성전자는 미코세라믹스 유상증자에 참여해 2대 주주로 경영참여에 나섰다. 2019년 일본 수출규제 이슈가 부상했고 공급망 다변화를 일찍부터 준비한 삼성전자는 반도체 장비용 세라믹 히터 공급망도 지킬 수 있었다. 현재도 삼성전자는 미코세라믹스의 후공정 본딩장비용 펄스 히터 등 제품 테스트에 협력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용 세라믹 부품 제조·판매업체 미코세라믹스는 주식회사 미코에서 2020년 2월 물적분할됐다. 회사 설립 당시 자본금은 20억원이었으나 설립 후 유상증자 등을 거쳐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은 27억원으로 늘었다.

삼성전자가 미코세라믹스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도 유상증자 추진 때부터다. 2020년 11월 삼성전자는 미코세라믹스 지분 13.72%(74만7126주)를 216억6700만원에 사면서 이 회사의 2대주주로 올라섰다.

사실 삼성전자와의 인연은 미코세라믹스 회사 탄생 전부터 이어졌다.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에 반도체 공장 설비투자를 본격화하면서 후방산업에 포진한 기업들과의 네트워크도 확대됐는데 미코세라믹스의 모회사 미코도 그중 하나였다.

반도체 재료업체 미코의 실적과 사업향방은 삼성전자 등 거래업체의 반도체 설비 증설과 가동률에 달려있었다. 반도체 공정용 소모성 부품 생산과 관련 부품에 대한 세정, 코팅 사업을 주력으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 미코의 세정·코팅사업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외에도 글로벌 영업망이 구축돼있었지만 부품사업부는 달랐다. 삼성전자 등 국내 고객사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여기에 히터나 정전척(ESC) 등 소모성 부품들은 국산화 초기단계에 불과했기 때문에 글로벌 경쟁력이 높지 않았다.


관련 사업에 대한 개발을 제안한 곳은 미코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였던 삼성전자였다. 특히 당시 반도체 장비용 세라믹 히터는 플라즈마 화학기상증착장비(PECVD) 내에 탑재돼 챔버 내 온도를 조절하는 부품으로 일본의 특정 회사가 시장 점유율 90%가량을 거의 독점하고 있었다.

이에 일찍부터 미코는 관련 사업 개발에 나서기 시작했다. 덕분에 에칭공정 정전기 방지용으로 사용하는 세라믹 정전척 개발을 2004년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이에 삼성전자도 관련 제품 공급처에 미코를 추가하는 등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었다.

특히 2019년 일본이 반도체 주요 소재, 장비 등에 대한 수출규제에 나서면서 공급망 이슈가 불거졌을 때도 공급망 다변화 덕분에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은 관련 타격을 피할 수 있었다. 소부장 업체의 부품을 국산화하는 데 앞장서 투자하고 도움을 줌으로써 삼성전자 사업까지 '윈윈' 할 수 있는 셈이다.

미코세라믹스가 회사명을 공개하고 있진 않지만 미코세라믹스의 주요 고객사 중 삼성전자는 440억원가량을 이 회사와 거래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3분의 1 규모다. 그외에 원익 IPS, 네덜란드 ASM 등도 주요 고객사로 꼽힌다. 업계에서 증착 공정이 확대되면서 관련 장비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그 안에 들어가는 세라믹 히터 수요도 같이 커지고 있다.


미코세라믹스 입장에서도 삼성전자의 투자는 회사의 탄생뿐 아니라 성장에도 도움이 됐다. 국내 부품 사업 자생력을 키울 수 있을 뿐 아니라 해외시장을 공략하면서도 삼성전자 거래업체 등 한국 시장에서의 타이틀과 레퍼런스가 강점으로 활용가능했기 때문이다.

신설법인 첫해인 2020년 매출액 621억원을 기록하던 미코세라믹스는 2021년 971억원, 2022년 1218억원 등으로 두자리수 성장을 이어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020년 93억원에서 2021년 156억원, 2022년 246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