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SK네트웍스가 '사업형 투자사'로의 전환을 통한 미래 동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외 기술투자 등 기존 사업 모델과의 시너지 창출을 모색 중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주력사업으로의 편입도 꾀한다.
사업형 투자사 전환이 공식화된 시점은 2021년 초이지만 실질적인 투자 활동은 이보다 앞선 2018년부터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과 웹3(Web3),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등 세 가지 영역에 집중했다. 그 결과 현재까지 20여건의 직간접적인 투자가 이뤄졌고 금액으로는 2500억원 규모에 달한다.
◇美 실리콘밸리 진출 '하이코캐피탈' 설립
SK네트웍스는 지난 2018년 새벽배송 전문기업 '컬리'에 투자하며 초기 단계(Early Stage) 기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컬리의 경우 국내 새벽배송 시장 점유율과 뷰티컬리를 통한 성장성 등을 높이 평가했다. 투자는 2021년까지 이어졌고 총 234억원이 투입됐다.
이듬해부터는 투자 대상을 해외로 확장했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초기 단계 기업 등이었다. 이를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를 투자 대상으로 설정했다. 투자시스템 구축과 내부 역량 확보를 위해 자체적인 네트워크 구축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와 투자자, 경제 전문가 등 220여명으로 구성된 '하이코시스템(Hicosystem)'이 구축됐다.
글로벌 투자를 위한 기반을 다진 SK네트웍스는 지난 2020년 실리콘밸리에 현지 법인 '하이코캐피탈(Hico Capital)'을 설립했다. SK네트웍스는 2023년 6월 말 기준으로 하이코캐피탈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최초 취득 금액은 약 13억원이다. 이 시기는 회사 내부적으로도 변화가 많았다. 2021년 상반기 신규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BAC(Biz Acceleration Center)를 신설했다. 이듬해 초에는 기존 투자관리센터를 Global투자센터로 재편했다. 이 과정에서 새 주력 분야로 블록체인사업부가 신설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투자 사례는 작년 초에 진행된 친환경 버섯균사체 가죽 생산기업 마이코웍스(MycoWorks)다. 기술 개발과 시장 확대를 위해 1억2600만 달러 규모로 조성하는 시리즈 C 라운드에 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당시 투자는 리드 투자자에 이은 두 번째 규모인 동시에 펀드를 제외한 전략적 투자자(SI) 중 최대 규모였다.
SK네트웍스는 투자에 앞선 2020년 미국 바이오 스타트업 펀드에 참여하는 등 관련 시장에 대한 정보를 꾸준히 쌓았다. 이 과정에서 마이코웍스가 지닌 지속가능성 측면과 사업 경쟁력에 주목해 투자를 결정했다. 이는 SK그룹이 선언한 그룹 4대 핵심사업인 첨단소재와 바이오, 그린, 디지털에도 부합하는 투자이기도 했다.
2022년 1월 국내 3대 전기차(EV) 충전 기업인 에버온 투자도 주요 성과 중 하나다. SK네트웍스는 전기차 완속 CPO(Charge Point Operator)에 100억원 규모를 투자하며 2대 주주가 됐다. 에버온은 관련 자금 등을 활용해 연내 충전 인프라를 2만5000대 이상으로 늘려 업계 선두로 올라서는 게 목표다. SK네트웍스는 에버온 투자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인프라 구축 협력을 선제적으로 추진하고 EV 충전시장 선점과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디지털 전환의 중심은 AI
SK네트웍스는 올해 휴메인 투자와 샘 올트먼 협력 방안 논의, 엔코아 인수 등 인공지능(AI)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향후 사업에 중요한 키워드로 부상한 만큼 AI를 활용한 투자 등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SK네트웍스는 2023년 3월 AI 기반 디바이스·소프트웨어 플랫폼 '휴메인'에 투자를 단행했다. 휴메인의 시리즈 C 라운드에 총 2200만달러를 투자했다. 기존 투자자인 샘 올트먼과 더불어 마이크로소프트, 볼보, LG테크놀로지벤처스 등이 새롭게 합류하기도 했다.
휴메인은 AI를 탑재한 차세대 디바이스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애플에서 혁신적인 상품을 기획했던 임란 초드리와 베사니 본조르노가 함께 창업했다. 최근 휴메인은 첫 번째 스마트 웨어러블 디바이스인 'AI 핀(AI Pin)'을 공개하기도 했다.
SK네트웍스의 투자 활동 등은 이후로도 계속됐다. 지난 5월에는 AI 스마트팜 스타트업 '소스.ag'에 200만달러를 투자했다. 6월의 경우 직접적인 투자는 없었지만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의 미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SK네트웍스 경영진은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 CEO와 만난 자리에서 향후 사업협력 방안 등의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데이터 관리 기업 '엔코아' 인수를 결정한 것도 AI 분야 연계 투자의 일환이다. 엔코아는 1997년 설립 이래 국내 데이터 관리 시장을 선도해 온 기업이다. 기업 대상 데이터 관리 컨설팅과 솔루션 사업이 강점이다. AI의 품질이 데이터의 규모와 학습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AI 연관성과 데이터 산업의 성장성까지 고려해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SK네트웍스는 향후 SK렌터카와 SK매직, SK일렉링크 등 자회사들과 함께 데이터 인프라 구축 시너지를 모색하는 한편 AI 관련 투자도 이어갈 방침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투자 네트워크와 관리 시스템을 토대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글로벌 혁신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미국 초기기업 투자에 관심 있는 이들과 투자 성과를 나누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글로벌 투자 공동체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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