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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SK네트웍스

위기를 기회로 바꾼 '딥 체인지'

①워크아웃 3년 6개월 조기 졸업, 탈(脫)종합상사 토대 구축

박규석 기자  2023-09-13 08:00:34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딥 체인지(Deep change). 2016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각 계열사에 던진 화두로 발상의 전환을 전제로 한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기존 틀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 회장의 비전은 그룹 내 계열사들의 경영 체계와 사업구조, 기업문화 등의 혁신으로 이어졌다.

그가 딥 체인지를 언급한 시기는 비교적 최근이지만 이를 십여 년 앞서 추진한 계열사가 있다. 바로 SK네트웍스다. 한때 채권단 공동관리(워크아웃) 절차를 밟기도 했지만 사업 다각화를 위한 기업 흡수합병 등을 추진하며 빠른 경영 정상화를 이뤄냈다. 이는 향후 SK네트웍스가 종합상사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는 토대가 되기도 했다.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었던 셈이다.

◇그룹 모태 '직물사업→종합상사' 성장

SK그룹의 모태로 불리는 SK네트웍스는 1953년 설립된 선경직물이 시작이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의 선친인 최종건 SK 창업회장이 6·25전쟁 이후 폐허가 된 경기 수원에서 부품을 주워 모아 창업했다. 이후 사업 확장을 위해 원사공장을 세웠고 1962년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조실크를 수출(홍콩)했다.

1953년 설립된 선경직물이 SK네트웍스의 출발이다.(사진=SK네트웍스)

SK네트웍스는 크고 작은 기업 흡수합병 등을 통해 외연을 확장했다. 1970년과 1976년에 각각 선경산업과 선일섬유를 흡수합병했다. 사명이 선경으로 바뀐 것도 이 시기다. 특히 1976년 11월에는 국가 공인 종합상사로 지정되며 1억달러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듬해 기업공개(IPO)를 단행해 증권 시장에 진입했다. 1980년에는 대한석유공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2000년을 전후로는 그룹 내 계열사 간 흡수합병 등이 활발했다. 1998년 SK창고 합병을 시작으로 SK유통, 스피드메이트, SK에너지판매 등을 연이어 흡수했다. 사명 또한 SK상사를 거쳐 SK글로벌로 바뀌게 됐다.

특히 SK에너지판매와의 합병은 SK네트웍스 사업 구조에 변화를 가져온 계기가 됐다. 당시 3700여개이 주유소 채널을 가진 SK에너지판매를 품으면서 에너지와 화학, 정보통신 등의 사업을 영위하게 됐다. 매출 규모만 놓고 보면 단순 계산으로 18조원에 달했다.

또한 기존의 강점이었던 수출 중심 사업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국내사업(내수) 규모를 늘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SK네트웍스는 스스로를 종합상가가 아닌 '초대형 마케팅 컴퍼니'로 지칭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조는 20여년이 흐른 현재 SK네트웍스가 추구하는 '사업형 투자사'의 밑거름이 됐다는 게 업계 평가다.

◇워크아웃 졸업과 본격화된 사업재편

창립 이후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해오던 SK네트웍스는 2003년에 큰 위기를 겪었다. 2003년 1월 검찰 수사로 분식회계 사실이 밝혀지면서 유동성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분식회계 규모만 1조5000억원 수준이었고 부채는 8조원에 달했다.

결국 SK네트웍스는 2003년 9월 채권단과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을 체결하면서 워크아웃이 개시됐다. 이에 SK네트웍스는 'SK글로벌 정상화추진본부' 등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위한 계획 수립과 실행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현재의 SK네트웍스가 새롭게 출범하기도 했다.

SK네트웍스는 사업과 조직의 구조조정 등을 단행했다. 국내 지사 조직을 64% 축소하고 해외조직도 46%나 감축했다. 이 과정에서 전체 직원의 28%가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사업 재편 측면에서는 인터넷쇼핑몰과 온라인 교육사업, 게임사업 등 '인터넷 비즈니스'의 규모를 축소했다. 또한 SK생명과 SG위카스 매각 등이 이뤄지기도 했다.

SK생명의 경우 2005년 5월 미래에셋금융그룹에 매각됐다. 의류전문기업 SG위카스는 같은 해 10월 고려컨소시엄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처럼 국내외 사업 축소를 단행하면서도 수익성 제고를 위한 투자는 멈추지 않았다. 국내 종합상사로는 처음으로 중국에 지주회사를 세워 주유소와 정보통신대리점 등을 열며 이익개선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SK네트웍스의 경영 정상화 작업은 워크아웃을 3년 6개월 만에 조기 졸업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초기 계획보다 8개월이나 빠른 4월 17일에 워크아웃이 마무리 됐기 때문이다. 최 회장의 1200억원 사재출연도 워크아웃 조기 졸업에 힘이 됐다는 게 업계 평가다.

세부적으로는 워크아웃 첫해에 흑자를 기록했다. 2013년 말 기준으로 2792억원 규모의 에비타(EBITDA)를 기록했고 경상이익도 744억원을 달성했다. 6분기 연속 어닝서프라이즈에 힘입어 2005년에는 국내 신용등급이 C에서 BB+로 상향되기도 했다.

에비타의 경우 2005년 목표였던 4573억원을 149억원 초과한 4722억원을 기록하며 2003년 이후 3년 연속 목표 초과달성을 이루기도 했다. 이를 토대로 SK네트웍스는 2006년 3월 2618억원 규모의 상환우선주를 조기에 상환했다. 경영 정상화가 빠르게 진행된 만큼 외부 자금 조달도 점차 수월해지기 시작했으며 신용등급은 투자적격 등급인 BBB-로 올라서게 됐다. SK네트웍스는 2007년에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됐고 신용등급 또한 A-까지 회복하게 됐다.

워크아웃을 졸업한 후에도 SK네트웍스의 사업 재편은 지속됐다. 2009년 전용회선 사업을 SK텔레콤으로 옮겼다. 2012년과 2016년에는 각각 학생복 사업과 패션 사업도 접었다. 학생복 사업의 경우 스마트(SMART)를 스마트F&D에 매각했고 패션사업은 현대백화점그룹에 넘겼다. 면세점 사업도 특허권 재취득에 실패하며 자연스럽게 정리됐다.


◇체제 전환 '사업형 투자사' 방점

워크아웃 졸업 이후 SK네트웍스는 사업 구조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종합상사 사업으로 성장했지만 렌탈업을 넘어 현재는 사업형 투자사 체제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주요 사업 영역으로는 ICT디바이스 유통과 통신 인프라 사업, IT 솔루션 사업, 글로벌 트레이딩, 자동차·환경 가전 렌털, 호텔앤 리조트 사업 등이 있다.

국내외 유통 사업 중심 구조에서 소비재 렌털 영역으로 사업 모델을 다각화했다. 워커힐 합병과 SK렌터카 런칭, 동양매직(현 SK매직) 인수, AJ렌터카 인수 등이 추진됐다. 2022년에는 전기차 충전사업 진출을 위해 SK일렉링크를 품기도 했다.

향후에는 DT·웹3·지속가능성 위주의 투자로 미래 성장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방침이다. 투자와 사업의 선순환 구조를 확보하는 게 목표며 이를 위해 사업형 투자사 체제를 갖추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자료 : THE C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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