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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

홈플러스, 3년간 2조 유동화…'밑빠진 독' 인수금융

점포매각으로 상환, 잔여 인수금융 5800억… 연이자가 EBITDA 상회

고진영 기자  2023-09-05 08:03:16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THE CFO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홈플러스가 점포 유동화로 조단위 자금을 끌어썼지만 재무구조는 여전히 개선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인수금융 차입금도 아직 다 갚지못한 상황에서 점포 리뉴얼 부담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연간 이자비용만 4000억원에 가까운데, 이는 홈플러스의 현금창출력을 웃돈다.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재무개선 차원에서 자산 매각작업을 계속해왔다. 2020년 이후 점포 매각과 세일&리스백(매각후재임대) 방식으로 조달한 금액을 계산해보면 약 2조3000억원에 달한다. 안산점과 대전둔산점, 대구점, 대전탄방점, 부산가야점, 동대전점, 연산점, 해운대점을 팔았고 시화점과 울산점, 구미점을 세일&리스백했다.

매각대금 대부분은 인수금융을 갚기 위해 쓰였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2015년 인수금융은 4조3000억원에 달했다. 올해 5월 말 기준 이중 3조4000억원가량을 상환했지만 여전히 5753억원이 남아 있다. 총차입금의 경우 2020년 2월말 약 7조1700억원에서 올해 2월 말 5조1900억원 선으로 줄었다가 5월 말 5조3690억원으로 다시 늘었다. 상환전환우선주(9586억원)를 포함할 경우 6조3277억원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이자비용을 따지면 2022년 회계연도에만 3908억원을 지급했다. 임차료 성격인 리스부채 이자비용 1471억원이 포함된 금액이다. 홈플러스의 지난해 EBITDA(상각전영업이익)가 2211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현금창출력보다 훨씬 많은 돈이 이자로 나간다.


이달 초 경영지원부문장으로 부임한 배은 전무가 비용관리에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배 전무는 CJ그룹 출신의 재무통으로 경영지원부문 산하의 재무기획본부, IT본부, SC기획본부, 물류본부, 운영지원본부 등을 총괄관리 한다.

문제는 당장 뾰족한 수가 없다는 데 있다. 점포를 팔아 급한 빚은 줄였으나 이 탓에 영업공백이 생기고 집객력도 타격을 받아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일앤리스백을 늘리면서 임차료 등 고정지출이 늘었고 점포 리뉴얼에 따른 투자부담도 계속될 전망이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영업적자가 2년째 계속되고 있다. 2월 결산법인인 홈플러스는 2022년 회계연도(2022년 3월∼2023년 2월)에 2602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2021년 회계연도(2021년 3월∼2022년 2월)보다 적자 폭이 1266억원 커졌다. 매출은 소폭 늘었으나 점포를 '메가푸드마켓' 등으로 리뉴얼하는 과정에서 판매관리비용도 같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배 전무로선 선택지가 많지 않다. 인수금융을 상환하고 부족한 현금을 충당하기 위해선 올해도 자산매각에 기댈 가능성이 높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대구 내당점을 약 630억원에 추가로 매각했고 상반기 내 광주계림점도 내놓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내당점 매각대금을 포함할 경우 약 1000억원의 자금 유입이 예상된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요즘 부동산 시장이 안좋기 때문에 앞으로 점포 매각이 더디게 진행되거나 원하는 가격을 못받을 수 있다"며 "리뉴얼한 매장이 자리집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고 집객력도 약해진 상태라 당분간 수익성이 유의미하게 개선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홈플러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0로 하향 조정하고 등급 전망 역시 '부정적'을 부여하기도 했다.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도 A3+에서 A3으로 한 단계 내렸다. 한국신용평가의 경우 이미 2월 홈플러스의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으로 낮췄는데 부정적 전망이 줄줄이 이어진 셈이다.

홈플러스는 신용등급이 여기서 추가로 하향되면 곤란해진다. 한 노치만 더 낮아져도 약 7000억원을 조기상환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의 단기차입금 3000억원, 2021년 4000억원 규모로 발행한 유동화증권은 신용등급이 BBB- 이하 또는 단기신용등급이 A3- 이하로 하락할 경우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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