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신용등급이 'BBB+'에서 'BBB'로 강등됐다. 문제는 신용등급 전망이 여전히 부정적을 유지하며 추가 하락가능성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홈플러스는 신용등급이 추가로 하락하게 되면 대규모 현금유출을 감당해야 한다.
4일 크레딧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및 전망을 'BBB+, 부정적'에서 'BBB,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는 향후 실적 추이와 재무부담 통제 수준 등을 근거로 등급을 조정했다.
한기평은 홈플러스의 점포 매각, 오프라인 집객력 약화 등을 고려하면 큰 폭의 매출 성장을 이루긴 어렵다고 봤다. 소매유통업계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소비트렌드 변화에 대응하는 투자집행이 뒤늦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때문에 단기간 내 큰 폭의 매출회복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도 짚었다.
재무부담 통제와 관련해서는 점포 매각대금 등으로 내부자금소요, 차입 상환에 대응할 것이라면서도 현금창출력 부진 할인점 리핏 관련 투자지출로 높은 재무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리핏은 기존 할인점 점포를 식품 부문이 강화된 '메가푸드마켓'으로 전환하는 작업이다.
◇정량평가서 대부분 B등급 받아 한기평의 소매유통업 신용평가방법론에 따라 평가한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은 아슬아슬한 수준이다. 'B'에서 'AAA'까지 등급에 각 1~6의 수치를 부여하고 해당 수치에 평가요소별 가중치를 적용하면 홈플러스의 등급수치는 3.045로 'BBB'등급(수치 3)을 간신히 지키고 있다. 9가지의 평가요소 가운데 단 하나라도 하향조정이 이뤄지게 된다면 수치는 단번에 'BBB' 등급 기준을 밑돌게 된다.
한기평은 특히 차입규모와 이자비용을 비교한 정량평가에서 대부분 'B'등급을 매겼다. 가장 높은 가중치를 부여받은 순차입금/EBITDA도 B로 평가했다. 순차입금/EBITDA, 부채비율은 'B'등급의 아래 등급기준이 없기 때문에 'B'를 부여받은 수준이다. 순차입금/EBITDA의 'B'등급 기준은 11배 초과, 부채비율의 'B'등급 기준은 400% 초과인데 홈플러스의 5월 말 기준 해당 수치는 각 15.5, 1104.6%로 기준치를 한참 넘어섰다.
게다가 정량평가인 재무항목이 아니라 정성평가인 사업항목에서도 평가가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지금처럼 계속해서 점포수를 줄이고 이에 따라 지배력이 낮아진다면 시장지배력, 서비스관리역량 지표가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며 "부정적 전망을 부여했다는 것은 여전 등급 하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노치 강등시 7000억 '조기상환' 트리거 발동 홈플러스는 신용등급이 더 하향되면 추가 현금유출도 감당해야 한다. 신용등급이 'BBB-'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트리거가 발동되면서 차입금 3000억원, 미지급금 4000억원 등 총 7000억원을 조기에 상환 및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5월 말 기준 만기 1년 미만 단기차입금 4363억원까지 고려하면 신용등급이 떨어졌을 때 홈플러스가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차입금 및 미지급금의 규모는 1조1363억원으로 불어난다.
이는 홈플러스의 현금동원능력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5월 말 기준 홈플러스의 현금성자산 438억원과 미사용여신한도 1050억원, 2021년 3월~2022년 2월 기준 상각전영업이익 2211억원을 합치면 3699억원에 불과하다.
홈플러스는 2년 넘게 적자를 이어가며 수익성 개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순손익에서 2021년 3월~2022년 2월 372억원, 2022년 3월~2023년 2월 4458억원으로 적자폭을 크게 키웠다. 2023년 3월~5월에도 1205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전년과 비교해 악화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신용등급 'BBB-' 강등에 따른 조기 상환은 재무안정성 및 현금흐름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