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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

'인적분할' 승부수, 다시 빛 보는 STX

해운사업 분리, '배터리 원료' 니켈수급 조명…1년새 '3000원→3만6000원'

박동우 기자  2023-08-30 08:04:15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종합상사인 STX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이달 29일 종가가 3만6250원을 기록했는데요. 7월 28일 종가 1만2170원과 비교하면 한달새 3배 상승했습니다. 2022년 8월과 견줘보면 이때 STX 종목 거래가격이 3000원대에 형성됐으니 1년 동안 12배 가까이 오른 셈이네요.

2022년 8월 STX 시총은 1000억원 안팎에 그쳤습니다. 2023년 들어서는 3000억원(6월), 4000억원(7월)을 잇달아 넘어섰습니다. 급기야 이달 22일에는 '1조원' 고지에 안착했는데요, 2011년 8월 17일 시총이 1조100억원으로 집계된 이래 12년 만의 기록입니다.


주가 급등에 기여한 건 '국내 개미'들이었습니다. 올해 1월부터 8월 29일까지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거래 실적을 살펴봤더니 누적 매수량 6억429만주 가운데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88%(5억3175만주)를 차지했습니다. 같은 기간 외국인들의 매수량은 6676만주, 연기금이 사들인 누적 물량은 9만4000주에 그쳤습니다.

지난 20여년 세월 동안 STX 종목은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재계 서열 18위 STX그룹의 지주사로 우뚝 서있던 2007년 당시 주가는 15만원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주력 계열사가 STX조선해양이었는데 조선업 경기가 호황 국면에 접어든 수혜를 고스란히 입었죠.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박 발주량이 급감하면서 STX조선해양의 유동성이 악화됐죠. 설상가상으로 해운업에 특화된 STX팬오션마저 경영난에 봉착했습니다.

결국 STX그룹은 해체됐고 STX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채권단 관리 체제를 거쳤습니다. 2014년과 2016년에 두 차례나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거래가 정지되고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던 걸 회상하면 지금의 STX는 그야말로 '상전벽해'입니다.

◇Industry & Event

2023년 들어 STX 주가가 상승 랠리를 이어간 배경으로는 먼저 '인적분할'이 거론됩니다. 올해 3월에 이사회가 분할계획서를 의결하면서 첫 단추를 뀄습니다. 해운·물류 사업을 떼내 새 회사 'STX그린로지스'를 만드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인적분할은 분할비율에 맞춰 기존 주주들이 주식을 나눠갖는데 방점을 찍었습니다.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 일체를 소유하는 물적분할과 차이점을 보입니다.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이 서로 지분을 갖지 않는, 별개 회사로 자리매김하는 게 인적분할의 핵심입니다.

신설회사 STX그린로지스는 9월 1일에 닻을 올립니다. 대략 '8 대 2'로 주식 분할비율을 정했는데요,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1주당 STX 0.767393주, STX그린로지스 0.232607주를 배정합니다.


8월 31일 기준 주주에게 신주를 부여하기 때문에 그 전에 주식을 취득하려는 투자자들의 STX 종목 매수세가 몰렸습니다. 거래량 추이를 보면 뚜렷하게 드러나죠. 올해 3월 20일 하루 동안 투자자들이 STX 주식을 사고판 물량은 14만8121주였습니다. 그런데 분할 계획이 일반에 공개된 3월 21일에는 1041만7801주로 전일대비 70배 넘게 늘었습니다.

거래량 폭증 현상은 이달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인적분할 계획안을 승인하면서 다시 나타났습니다. 주총 당일인 8월 16일을 시작으로 같은 달 21일까지 4거래일 동안 날마다 1000만주 웃도는 물량이 매매됐습니다.

인적분할 이슈와 맞물려 STX 본업인 '원자재 트레이딩' 역시 주식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해외 권역을 겨냥해 철강제품을 필두로 알루미늄, 아연 등 비철금속을 사들이고 판매하는데 초점을 맞췄는데요. 별도기준으로 올해 상반기 매출 4441억원 가운데 68.4% 규모인 3038억원이 원자재 수출입 부문에서 나왔을 만큼 중요 수익원입니다.

특히 광물 '니켈' 공급에 힘쓰는 대목이 주가 상승에 한몫 했습니다. 2006년 STX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광산에 306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에 자리잡은 니켈 광산 지분 20%를 매입했습니다.

니켈은 2차전지를 양산하는데 필요한 핵심 원료입니다. 양극재가 전기차 산업이 팽창하는 트렌드에 부응해 미래 성장 잠재력을 갖춘 기업에 투자하려던 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Market View

올해 STX를 둘러싼 투자자 관심은 증폭됐지만 미래 실적이나 주가 전망에 대한 전문가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증권사에서 STX 종목을 겨냥해 발간한 리포트가 '제로(0)'인 대목이 방증합니다. 최근 10년으로 기간 범위를 넓혀봐도 STX를 분석한 증권사 보고서는 전무합니다.

어쩌다 STX는 애널리스트들의 관심사 밖에 있었던 걸까요. A 증권사 연구원에게 물어봤더니 이런 답을 들었습니다. "채권단 관리 체제를 졸업한 뒤에도 경영 정상화가 이뤄졌다고 보기엔 미흡했어요. 그래서 실적 개선 추이를 좀 더 관망하고 나서 기업 분석 커버리지 편입 여부를 고민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B 증권사 연구원도 "수년 동안 STX 주가는 낮은 수준을 유지해 목표 주가를 거론키 어려웠다"며 "투자 의견을 제시하기 여의치 않다고 판단해 분석 커버리지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STX가 채권단 관리 국면에서 벗어난 시점은 2018년입니다. 당시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APC 프라이빗에쿼티(PE)가 685억원을 들여 STX 지분 83.7%를 인수했고 회사 최대주주로 등극했습니다.

인수 뒤에도 STX의 수익성은 들쭉날쭉했습니다. 연결기준 영업이익 추이가 방증합니다. △2019년 17억원 △2020년 마이너스(-) 5억원 △2021년 90억원 △2022년 -20억원 등으로 부침이 심했습니다.

주가 역시 2019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3년여 동안 1만원 아래에서 움직였습니다. 순손실이 이어진 탓에 주가수익비율(PER)은 2020년 -11.64배, 2021년 -6.53배, 2022년 -11.61배를 기록했습니다. STX 수익성 지표 불확실성이나 장기간 부진했던 주가 추이를 감안하면 여타 기업과 달리 전망을 내놓기 어려웠다는 게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Keyman & Comments

STX 경영진은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2차전지 소재 전문기업'으로 진화하는 비전을 수립했습니다. 원자재 트레이딩 본업을 발판 삼아서 니켈에 국한하지 않고 리튬, 흑연까지 원활히 확보하는 공급망을 조성하는데 방점을 찍었습니다. 올해 6월 중국 기업과 수산화리튬 정련에 초점을 맞춘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기로 뜻을 모으는 등 중장기 구상을 차근차근 실행하고 있죠.

비전을 선도하는 중심 인물은 박상준 STX 대표입니다. 올해 박 대표는 "2차전지 업스트림(후방산업) 분야에서 일관된 생산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습니다. 1962년생으로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박 대표는 과거 타이거오일 대표, 한국LPG 회장 등을 지낸 경력을 갖췄습니다. 2016년부터 APC 부회장을 지내다가 2018년 STX 인수를 계기로 대표에 취임했습니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연석 재무전략본부장은 인적분할 구조를 설계하는 실무에 관여한 인물입니다. 1965년에 태어난 김 본부장은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습니다. 1994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하면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줄곧 농협은행에 근무하다가 STX CFO로 부임한 시점은 작년입니다.


재무전략본부는 자금 조달부터 회계, 공시, 주주 소통(IR)까지 포괄해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입니다. 김 본부장이 앞으로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모색할지가 관심사로 떠오릅니다.

올해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STX는 "주주환원은 연간 배당을 통해 이뤄진다"며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미래 전략적 투자, 캐시플로우 등 재무구조, 경영환경 등을 고려해 그 수준을 결정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굉장히 추상적인 설명이죠.

구체적인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알고 싶어 김 본부장 아래에 쓰인 전화번호 '02-316-9910'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는 받았지만 불과 2초 만에 수화기를 끊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대외 홍보를 담당하는 STX 관계자에게 확인해보니 공시 보고서 첫 페이지에 기재된 연락처는 STX의 대표 전화가 아닌 김 본부장의 직통 번호였습니다. 홍보 담당자를 통해 김 본부장 접촉을 시도했지만 끝내 연결이 성사되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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