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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트리파트너스, STX중공업 지분 절반만 매각한 배경은

HD 측 구주 인수대금 규모 제한, 주가 상승세 덕에 잔여지분 매각 가능성 증대

감병근 기자  2023-08-04 08:00:54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파인트리파트너스가 STX중공업 보유 지분 절반만 HD한국조선해양에 매각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HD한국조선해양이 구주 인수대금으로 많은 비용을 투입하지 않길 원하면서 신주 발행 위주의 경영권 매각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조선업황 회복 등에 따른 주가 상승세를 고려하면 장내매각, 블록딜 등을 통해 잔여 보유지분을 처분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4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약 813억원을 투입해 STX중공업 경영권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주식매매계약(SPA)이 체결된 상태로 딜 클로징은 이달 말에서 내달 초 사이에 이뤄질 전망이다.

파인트리파트너스는 이번 딜을 통해 STX중공업 보유지분 약 44% 가운데 22.85%를 HD한국조선해양에 391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여기에 STX중공업이 추진하는 422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HD한국조선해양이 단독 참여해 지분 35%를 보유한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파인트리파트너스와 HD한국조선해양은 작년 말부터 STX중공업 경영권 매각을 위한 협상을 이어왔다. 파인트리파트너스는 보유 지분 전체를 HD한국조선해양 측에 매각하길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HD한국조선해양이 구주 인수대금 규모로 400억원대 수준을 고수하면서 협상이 장기간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구주 매각가인 주당 6000원을 적용할 경우 파인트리파트너스 보유 구주를 인수하는 데만 8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HD한국조선해양 입장에서는 STX중공업에 자금이 투입되는 신주 발행을 늘리는 것이 인수 이후 경영 등 고려했을 때 여러모로 유리한 카드였다. 파인트리파트너스는 최선책이 아니었지만 임박한 PEF 만기, 올 초 진행한 공개매각 절차에서 HD한국조선해양 단독 입찰이 이뤄졌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이번 딜을 수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최근 조선업황 회복으로 조선업체 주가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이번 딜 성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올 5월 5000원 수준이던 STX중공업 주가는 지난달 들어 8000원 중반대까지 높아졌다.

파인트리파트너스 입장에서는 현재 주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장내매각, 블록딜 등을 통해 이번 딜보다 높은 가격으로 투자금 회수(엑시트)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STX중공업 주가는 HD한국조선해양의 경영권 인수가 확정된 이달 초 이후 급등해 현재 1만2000원대에 형성돼 있다.

이번 딜에 밝은 한 관계자는 “파인트리파트너스의 잔여 보유지분 규모가 상당히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주가 흐름이라면 블록딜, 장내매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엑시트에 나서기는 이전보다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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