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조선(옛 STX조선해양)이 1분기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충당금을 크게 설정하지 않았다. 대형 조선사들과 비교해 수주량이 적었으며 강재 가격 상승기에 선박 수주가 많지 않아 대형조선사(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들과 달리 대규모로 손실을 예상할 필요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케이조선의 2022년 1분기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면 충당부채(유동 충당부채와 비유동 충당부채의 합산)가 지난해 말 1716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1304억원으로 감소한 점이 눈에 띈다.
케이조선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이후 수주를 본격화하기 전까지는 도크가 수 개월간 비어 있었다”며 “이제 선박 건조를 막 시작하는 단계라 공사손실충당부채가 작게 잡혔다”고 설명했다.
케이조선은 전장 100m~300m의 중형선박을 주로 건조하는 중형조선사다. 케이조선 이외에도 대한조선, 대선조선,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 등과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 현대미포조선이 중형조선사에 속한다.
국내의 대형 조선3사가 지난해 내내 대형선박의 발주 호조에 따른 대규모 수주의 수혜를 누린 것과 달리 중형조선사들의 수혜는 비교적 늦은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케이조선의 경우는 지난해 상반기 수주가 거의 없었으며 하반기 수주물량은 이제 막 작업에 들어가는 만큼 충당금을 설정할 작업물량 자체가 적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케이조선의 수주잔고와 충당부채의 흐름을 살펴보면 2021년 1분기 1185억원에 불과했던 잔고가 3분기 6183억원으로 급증한 뒤 올해 1분기에도 6278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충당부채 역시 지난해 1분기 765억원에서 3분기 1042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뒤 2022년 1분기에도 1000억원 이상을 유지 중이다
케이조선은 2021년 하반기 대거 수주한 일감의 작업을 시작하는 올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충당금과 관련한 고민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선박의 주요 원재료인 후판의 경우 케이조선의 매입가격이 지난해 1분기 톤당 65만원에서 현재 140만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중형조선사들은 현금 보유량이 많지 않다. 케이조선의 경우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보유량이 589억원에 불과하다. 선박을 짓는 데 자체 자금을 많이 투입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중형조선사들은 수주 뒤 받는 선수금을 투입해 선박을 건조한다.
이 방식은 금융기관의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이 중요한 만큼 안정적 재무구조를 유지하는 것은 중형조선사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케이조선은 1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이 198%다. 원자재 가격 상승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실적에 반영해 이익잉여금이 줄어든다면 안정적 기업의 기준인 200% 이하를 지키는 것이 어려워진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주물량 증가세가 본격화됐다는 점과 최근 신조선가가 상승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과 관련한 고민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는 시선도 나온다. 케이조선의 주력 선종인 MR탱커(순수 화물적재톤수 5만DWT 안팎의 액체화물운반선)를 예로 들면 1척 건조가격이 2020년 3400만달러에서 올해 1분기 4100만달러까지 올랐다.
선가 상승에 힘입어 케이조선은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 188억원에서 올해 1분기 영업이익 95억원으로 흑자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간 매출은 276억원에서 1125억원으로 308%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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