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물산이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와 같은 규모의 기업어음(CP)를 발행했다. 한국기업평가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등급스플릿이 발생한 가운데 앞서 2월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좋지 못한 결과를 받았다는 점 등이 회사채를 발행하는 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25일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롯데물산은 이날 1300억원의 3개월물 CP를 발행했다. 이는 9월8일 만기 도래하는 3년물 회사채와 같은 규모다. 이 때문에 CP발행의 목적이 회사채 차환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3월 롯데물산은 CP 차환을 통한 만기구조 장기화를 위해 공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5개월 만에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는 데는 등급스플릿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물산이 신용등급이 강등된지 2개월 만에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고 바라본다.
IB업계 관계자는 "발행사들은 등급하락 직후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에 부담감을 가진다"며 "등급하락 이후 6개월 정도 냉각기를 가진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앞서 롯데물산이 신평사 3사의 신용등급이 모두 AA-일 때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했다는 점도 부담요소였다고 바라본다. 롯데물산은 3월 발행한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채권시장안정펀드 덕에 간신히 미매각을 면했다. 금리는 2년물 +20bp, 3년물 +70bp로 모두 민평금리대비 높게 설정됐다.
◇신용등급 스플릿, 신평사별 포인트 달라
신용평가 3사의 보고서를 살펴보면 한국기업평가는 현금창출력대비 차입부담에, 한국신용평가는 그룹의 지원의지에, 나이스신용평가는 사업안정성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기업평가는 6월21일 롯데물산 신용등급을 AA-, 부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이는 6월20일자로 롯데그룹의 주력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이 AA+에서 AA로 하향 조정되면서 유사시 계열지원가능성을 반영하지 않게 된 것의 영향이다.
한국기업평가가 제시한 등급 상향변동요인이 순차입금/EBITDA 7배 이하인 가운데 해당 수치가 상반기 12.6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롯데물산이 자력으로 등급을 다시 끌어올릴 가능성은 적다고 평가된다.
한국기업평가는 "영업현금창출력 대비 과중한 차입금 규모로 인해 재무구조 개선에는 일정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롯데케미칼의 등급 복귀가 이뤄지면 롯데물산의 등급도 다시 상향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물산이 우수한 입지를 기반으로 높은 사업안정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AA-, 안정적을 제시했다.
한국신용평가는 그룹의 지원가능성을 반영해 AA- 등급을 제시했다. 한신평은 롯데월드타워, 월드몰 보유 및 운영에 따른 계열 내 중요성, 평판 리스크 등을 감안하면 계열의 지원의지가 인정된다고 봤다.
반면 나이스신용평가는 그룹 지원가능성을 고려한 노칭업을 고려하지 않은 등급에 AA-를 부여했다. 롯데물산의 신용도를 가장 높게 평가한 셈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양질의 자산구성을 토대로 상반기 부채비율 90.3%, 순차입금의존도 24.8%의 양호한 재무구조를 보이고 있다"며 "단기간 내 대규모 투자지출 계획이 없어 임대수익에 기반한 영업현금창출을 바탕으로 내부 자금소요에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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