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의 신약 연구개발(R&D) 구심점이 잇따라 퇴사하고 있다. 20여년간 신약에 매진하던 상징적 인물로 평가받던 서귀현 연구센터장(부사장)까지 최근 퇴사했다. 임주현 사장 중심의 새로운 리더십 개편의 일환이라는 게 한미약품 설명이다.
업계서는 서 부사장의 퇴임으로 한미약품이 합성신약을 접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쏟아낸다. 내부적으로는 후임 연구소장에 대한 발탁 인사를 준비 중이다. 제약업계는 한미약품의 신약에 대한 의지가 이어질 지에 대해 주시하는 분위기다.
◇서귀현 부사장 '합성신약 전문가', 한미의 새먹거리는 바이오신약 한미약품은 14일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서 부사장을 비롯한 주요임원의 퇴임을 공개했다. '창립 50주년 한미약품, 내부 리더십 재편 마무리 수순'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서 부사장 외 김용일 팔탄 제제연구센터장(상무),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내 한미헬스케어 사업부문 대표의 퇴사를 알렸다.
임원 퇴임을 보도자료로 내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내부적으로 상징성 있는 인물의 퇴임에 대한 세간의 부정적 평가를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 이번 임원 퇴임은 자발적 퇴사 혹은 용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새로운 미래가치 실현을 위한 리더십 재구축 차원이라는 게 공식입장이다. 이에 대한 구심점으로 최근 전략기획실장이 된 임주현 사장이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보도자료에는 임 사장이 내부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데 분주한 일정을 보내고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기존 세대의 퇴장을 공개하며 임주현 사장의 리더십을 드러내고 있는 건 내부적으로 임주현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의미이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임주현 사장의 담당업무로 'Globla사업본부·R&D센터·경영관리본부'로 돼 있다 작년 4분기 보고서에서부터 R&D센터가 추가된 것으로 보아 작년 말 정기인사 당시부터 임주현 사장의 영향력이 'R&D 영역'으로까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서 부사장은 한미약품 R&D에 있어선 꽤 상징적인 인물이다.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을 보필하며 25년간 한미약품에서 합성신약 전문가로 R&D센터를 책임져 왔다.
그는 작년 초 더벨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창업주 타계 후 신약개발 전략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R&D 구심점' 얘길 했다. 이관순 부회장의 지휘 하에 연구개발 출신인 권세창·우종수 대표이사 사장의 지원이 확고한 만큼 신약연구와 관련해선 그 누구도 흠집낼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
그리고 반년 후 R&D 구심점이 된 시니어 임원들이 줄퇴사를 하고 결국 서 부사장까지 퇴사하게 됐다. 특히 그가 사내이사 자리에 입성한 지 단 넉달만에 내린 결단이라는 데 주목된다.
◇바이오신약 총괄 '최인영 상무이사', 후임 센터장은 미정 한미약품은 서 부사장은 합성신약 전문가이고 한미약품의 미래 먹거리는 mRNA와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바이오 분야라는 점을 드러냈다. 즉 합성신약이 아닌 바이오신약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이 때문에 제약업계선 한미약품이 합성신약을 접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랩스커버리 플랫폼 역시 바이오 기반으로 고도화 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이에 힘을 싣는다.
특히 한미약품의 새로운 신약개발 리더십이 공개되지 않아 후임 센터장에 대한 관심이 몰리고 있다. 반기보고서 기준 R&D센터에는 바이오신약팀·합성신약팀·약리독성팀·분석팀·정보관리팀이 있다. 핵심연구인력은 15명이 기재 돼 있다. 이 가운데 박재현 대표이사와 서 부사장을 제외하면 13명이다.
한미약품이 새 먹거리로 지향하는 분야가 바이오신약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외부충원이 없는 한 해당 조직의 수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바이오신약팀은 최인영 상무이사가 이끌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힘을 빼고 있는 합성신약팀의 경우 안영길 상무이사가 총괄한다.
한미약품은 후임 R&D센터장 인사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결정되면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하겠다고 설명했다. 서 부사장이 빠진 사내이사 자리를 추가하는 방안 역시 인사부서 소관인 만큼 알수 없다고 밝혔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인사 관련한 건 인사팀 소관이기 때문에 알기가 어렵다"며 "확정되는 사안이 있으면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