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퍼런스콜로 진행하는 기업설명회(IR)의 백미는 기업 관계자와 시장 관계자 사이에 오가는 질의응답(Q&A)이다. 투자자를 대변하는 시장의 관심이 무엇인지 드러나고 기업 입장에서 되도록 감추고 싶은 속살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자사 홈페이지에 IR 자료와 음성파일을 올릴 때 Q&A 부분만 제외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THE CFO가 IR의 백미 Q&A를 살펴본다.
"주택담보대출 대환대출로 인해 기대되는 TPV나 매출은 내년 실적으로 연결될 것", "연간 TPV 가이던스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현재 15~20% 수준을 유지할 계획", "상품 라인업이 다변화 돼 전방시장이 커지고 TPV와 매출 성장 가능성, 매출 구성의 안정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긍정적."
지난 1일 열린 카카오페이 '2023년 2분기 경영실적 발표'에서 성과에 대한 설명과 Q&A 과정에서 가장 많은 빈도로 거론된 지표가 '총 결제액(TPV, Total Payment Volume)'이다. 카카오페이를 통한 간편결제 실적은 물론 지난 5월 31일 출시한 대환대출 비교서비스 등에서도 TPV 성장을 중요하게 여겼다.
이는 금융 플랫폼 가치의 기반인 고객의 사용빈도와 액수 규모를 나타내는데 좋은 지표이기 때문이다. 테크핀 기업은 확장성과 사용자 락인(Lock-in) 수준을 중요한 밸류 포인트로 보고 있다. 2021년 11월 상장 이후 7분기째 적자를 면치 못한 카카오페이로선 투심을 잡기 위해 TPV 성장지표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IR을 진행 중이다.
◇엔데믹+금리인상=테크핀 플랫폼 가치도 '뚝'
카카오페이가 TPV 지표를 본격적으로 공개한 시점은 지난해 2분기 컨퍼런스콜 때부터다. 아직 적자 상태인 카카오페이의 향후 성장성을 보여주기 위해선 이만한 지표가 없었다. 카카오페이, 페이코, 토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등 간편결제 기반의 주요 테크핀 업체 가운데 흑자를 내고 있는 곳은 네이버파이낸셜이 유일하다.
카카오페이도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는 흑자이나 연결기준으로 적자 상태다. 결제사업부문은 턴어라운드 했지만 증권, 보험 등 금융부문 자회사들은 아직 수익을 뽑아내지 못하는 투자단계다. 문제는 카카오페이가 주요 간편결제 테크핀사 중에서 유일한 상장사란 점이다. 손실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투심을 끌어오고 유지하려면 플랫폼의 성장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필요했다.
2021년 11월 상장 초반 카카오페이 당시 주가는 20만원을 웃돌았고 시가총액은 25조원을 넘으면서 코스피 13위까지 뛰었다. 하지만 현재는 4만8000원대, 시총은 6조5000억원 수준으로 폭락했다. 도중에 경영진 집단매도 사태도 있었으나 플랫폼 가치에 대한 시장의 인식이 그만큼 주저앉은 게 더 크다.
코로나로 수혜를 받았던 플랫폼 기업들은 엔데믹 이후 가파른 금리인상이 겹치면서 거품이 빠졌다. 카카오페이도 그 영향을 받았다. 투심은 이제 플랫폼의 확장성과 성장성 못지 않게 수익성을 요구하고 있다. 손익지표를 내밀기 어려운 카카오페이가 '매출 기여 거래액(Revenue TPV)'을 주요 경영지표로 내건 배경이다.
◇시장 기대치 부응은 아직, 주가 단기상승 효과만
시장에선 플랫폼의 값어치를 일반기업과 다른 잣대로 본다. 이용자가 많고 다양한 사업과 연계가 가능하며 고객들을 강하게 붙잡아 둘 수 있는 플랫폼일수록 가치가 높다. 즉 확장성과 고객 락인효과다. 이 때문에 이커머스 같은 플랫폼은 일반회사처럼 에비타멀티플(EV/EBITDA)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으로 밸류를 산정하기 어렵다.
과거 팬데믹 시절 보통기업의 밸류는 현금창출능력을 나타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10배 내외로 책정됐지만 플랫폼기업은 10~30배를 훌쩍 넘었다. 이커머스 같은 경우 거래액(GMV, Gross Merchandise Volume) 배수가 밸류에이션의 주요 기준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테크핀은 이와 상응하는 TPV가 주요 지표로 사용됐다.
그렇다면 카카오페이의 TPV 성장 강조가 주가부양과 밸류업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일단 이번 2분기 컨콜은 효과가 있었다. 8월 1일 컨콜 이후 카카오페이 주가는 전일대비 8% 뛴 5만4000원을 찍었다. 다만 이는 단기효과에 그쳐 이튿날부터 다시 4만8000원대로 떨어지 채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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