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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극재 옥석가리기

SKC의 차세대 음극재, 기대와 우려 사이

③실리콘음극재사업추진TF 구성..."추가 투자 계획 추후 발표"

이호준 기자  2023-08-04 10:25:18

편집자주

"나만 없어 이차전지"라며 시장 한구석에서 남몰래 한탄하던 기업들이 황급히 움직이고 있다. 그 행선지는 분리막 너머의 '음극재'. 배터리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으로 크진 않지만 배터리 4대 소재 중 하나라 수요가 탄탄하다. 블루오션이기도 해서 꿈틀거리며 진출할 기회를 엿보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 어쩌면 간절한 변신을 꿈꾸는 많은 회사들의 이야기, 언젠가 '진짜'와 '가짜'로 판가름 날 검증의 현장이다. 승기는 누가 잡을 수 있을까. 시장의 사정과 주요 플레이어들을 더벨이 집중 조명해 본다.
2년 전 SKC 이사회에서 '영국 실리콘 음극재 회사 넥세온과의 합작사 설립' 안건이 부결됐을 때 업계는 사업재편이 쉽게 속도가 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당시 SKC는 구체적인 설명 없이 "차세대 음극재 사업 진입을 계속해서 추진할 예정"이라고만 해명 공시에서 밝혔다.

그러나 '추진할 예정'이라는 SKC의 말은 단순한 대응이 아니었다. SKC는 최근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통해 차세대 이차전지 소재인 실리콘 음극재 시장에서 2032년 15% 이상의 점유율을 공언했다. 글로벌 톱티어 수준이다. 이 기간 음극재 사업의 기업가치를 최대 '20조원'까지 키우겠다고도 선언했다.

국내에선 유일하게 흑연계 음극재를 생산 중인 포스코퓨처엠이 제시한 목표가 세계 시장 점유율 18%다. 비슷한 '도전자' 처지인 LG화학,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 쟁쟁한 회사들보다는 더 높은 목표를 바라보고 있다. 이에 SKC는 2026년부터 실리콘 음극재 양산에 나서겠다며 구체적인 도약 시점을 밝힌 상태다.


물론 아직은 빈 도화지에 점을 찍어 놓은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예컨대 SKC는 수년간 SK넥실리스(동박) 인수에 1조2000억원, ISC(반도체 후공정) 인수에 5225억원을 썼다. 그러나 실리콘 음극재 사업에는 이보다 훨씬 적은 953억원을 지출했다. 2년 전 합작사 설립이 무산되자 넥세온에 대한 지분투자로 방향타를 틀었을 때 얘기다.

투자금만 보면 의지를 의심할 수 있는 수준인 셈이다. 그러나 변명도 있다. 실리콘 음극재라는 초기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라는 사업적 설명이다. 성장하는 시장이다보니 인오가닉(M&A·지분투자) 방식이 가능한 기업 물색이 쉽지 않다. 오히려 953억원어치 넥세온은 실리콘 음극재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해 유망한 스타트업이란 평가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SKC가 넥세온에 수백억원의 추가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 이미 넥세온 지분 일부와 실리콘 음극재 사업권을 확보한 상태지만 돈을 더 태워 사업 모델을 강화하고 협업 프로젝트에서 주도권을 더 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영국 실리콘 음극재 스타트업 넥세온 건물

SKC는 또 다른 차세대 음극재인 리튬메탈 음극재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리튬메탈 음극재는 기존 흑연 음극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10배 높은 고용량 소재다. 향후 전고체 배터리에도 적용이 가능한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 5월 포스코그룹과 업무협약을 통해 리튬메탈 음극재 개발과 소재 생산을 위한 공정기술 개발에 협업하기로 했다.

차세대 음극재 확대를 위해 본격적으로 조직도 갖추기 시작했다. SKC는 최근 '실리콘음극재사업추진TF(태스크포스)'를 꾸렸다. 현재 노영호 TF리더(차·부장급)를 필두로 8명이 TF에 속해있다. 실리콘 음극재와 SK넥실리스(동박) 기술의 결합을 도모하며 '이차전지 음극 소재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SKC관계자는 "실리콘 음극재 사업은 현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자 하는 단계라며 "실리콘 음극재에 대한 구체적인 추가 투자 계획은 추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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