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없어 이차전지"라며 시장 한구석에서 남몰래 한탄하던 기업들이 황급히 움직이고 있다. 그 행선지는 분리막 너머의 '음극재'. 배터리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으로 크진 않지만 배터리 4대 소재 중 하나라 수요가 탄탄하다. 블루오션이기도 해서 꿈틀거리며 진출할 기회를 엿보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 어쩌면 간절한 변신을 꿈꾸는 많은 회사들의 이야기, 언젠가 '진짜'와 '가짜'로 판가름 날 검증의 현장이다. 승기는 누가 잡을 수 있을까. 시장의 사정과 주요 플레이어들을 더벨이 집중 조명해 본다.
이차전지 소재 업계에서 포스코퓨처엠이 갖는 위상은 특별하다. 벌써 12년째 천연흑연 음극재 생산을 홀로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업회사 포스코의 코타르를 받아 인조흑연 시장에 단독 진출하기도 했다. 이른바 '개척자'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흑연계 음극재에 한정된 얘기다. 당장의 판매는 문제없이 이어갈 수 있어도 고용량·고출력 배터리가 흥행하는 앞으로는 차세대 음극재 분야를 노려야 한다. 포스코퓨처엠이 음극재 속성을 꿰뚫고 있는 만큼 신흥 시장마저 꿰찰지 주목된다.
◇세계 시장 점유율 18% 목표
'고진감래'다. 2010년 LS엠트론으로부터 음극재 사업을 인수한 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온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 사업이 '탈 중국' 흐름에서 믿을 만한 공급처로 떠올랐다.
포스코퓨처엠이 만드는 제품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천연흑연 음극재다. 2011년 국산화에 성공, 현재 세종에 연산 7만4000톤(t) 규모의 생산능력(캐파)을 갖춘 상태다. 국내 배터리 3사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올해부턴 천연흑연계 저팽창 음극재도 양산에 돌입했다.
천연흑연의 단점을 보완한 인조흑연 음극재도 생산한다. 좀 더 비싸긴 해도 소재 구조가 균일하고 안정적이라 급속충전 성능의 구현이 가능하다. 2020년 착공한 포항 공장이 지난 2021년 준공돼 현재 연산 8000t 규모의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이 가능하다.
국내 유일의 행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음극재 생산의 84%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중국산이 아닌 음극재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탈 중국' 난이도가 높지만 포스코퓨처엠은 콜타르 등 원재료 조달에서 우위를 지닌다.
포스코퓨처엠의 목표는 더 확실한 위상에 있다. 포스코그룹은 최근 '이차전지 소재 사업 밸류데이'에서 2030년 천연흑연 음극재 18만2000t. 인조흑연 음극재 15만3000t을 생산 목표로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포스코퓨처엠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8%로 추정된다.
◇한계 넘고자...실리콘·리튬계 음극재 R&D '박차'
다만 새로운 관심사는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가 차세대 분야에서도 통할까 하는 점이다. 기존 흑연계 음극재는 에너지 밀도가 낮은 편이라 급속 충전, 고출력 배터리 개발이 요구되는 앞으로의 트렌드와는 맞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리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반도체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쓰이는 실리콘은 원자 4개당 리튬이온 15개가 저장된다. 매장량도 풍부해 경제적인 소재이기도 하다. 이에 흑연계 음극재에 실리콘을 섞어서 음극재를 만들면 밀도가 더 높아진다.
이에 포스코퓨처엠은 실리콘 탄소 복합체(Si-C), 실리콘 산화물(SiO) 등 실리콘(Si)계 음극재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나 이는 2030년까지 연산 3만5000t 규모의 실리콘 음극재 생산목표를 가진 계열사 포스코실리콘솔루션과 별개의 행보다.
자체 양산의 가능성이 열려있는 셈이다. 여기에 포스코퓨처엠은 리튬금속을 원료로 한 리튬메탈 음극재 개발도 이어가고 있다. 향후 전고체 배터리에도 적용 가능한 리튬메탈 음극재는 기존 흑연계 음극재보다 에너지밀도가 10배가량 높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초심자의 마음이다. 사실 차세대 음극재 시장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기술개발이 이뤄져 왔다. 대주전자재료 등 몸집이 작지만 이미 실리콘 음극재를 생산 중인 곳들도 있다. 이제 막 양산 기술 확보에 뛰어든 만큼 자체 경쟁력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음극재 중간재 국산화를 위해 고연화점 피치 생산 공장도 착공했다"라며 "다만 차세대 음극재는 기술 진입 장벽이 있어 포스코퓨처엠은 그룹사 차원의 연구개발 협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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