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오너 지분가치 트래커

2년전 처분한 '롯데케미칼' 주식, 재취득 가능성 희박

'지주' 지배구조 확고한 정립…신동빈 회장, '자사주 매입' 주가부양책 이행대상 제외

박동우 기자  2023-07-24 07:33:40

편집자주

오너(owner)는 '소유자'다. 보유한 주식을 매개로 회사 또는 기업집단의 경영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다. 상장사 지분은 경영 승계 재원 마련, 상속세 납부 등 오너의 선택에 기여한다. 보유 주식가치 추이를 들여다보면 기업이 지나온 궤적을 살필 수 있다. 경기 변동 등 외부적 요인과 인적 분할, 대규모 투자, 공급계약 체결, 실적 발표 등 기업 내부 요인이 복합 작용한 산물이 '주가 등락'이기 때문이다. THE CFO는 재계 기업집단 총수가 보유한 상장 계열사 지분가치 변화와 기업이 직면했던 사건을 연관지어 추적해 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은 2년 전 상속세를 내려고 보유한 롯데케미칼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신 회장이 다시 지분을 취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롯데지주가 롯데케미칼에 대한 지배력을 확고하게 형성했기 때문이다.

주가 부양책 실천 차원에서 신 회장이 주식을 재차 확보하는 시나리오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은 'C레벨 이상' 임원들이 직접 자사주를 사들이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사내이사인 동시에 대표이사인 신 회장은 이행대상에서 빠졌다.

◇2013년 '주가관리 차원' 첫 취득, 한때 보유평가액 330억

신 회장은 젊은 시절부터 롯데케미칼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1990년 신 회장이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상무로 발령돼 경영 노하우를 학습한 경험이 있어서다. 유통, 소비재 생산 등에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한층 넓히는 취지에서 롯데케미칼이 중요한 회사라는 인식을 품었다.

2004년 호남석유화학 대표로 취임한 신 회장은 사세 확장에 몰두했다. 부임 첫해 1785억원을 투입해 KP케미칼 지분 53.78%를 사들였다. 세계 금융위기 터널을 벗어나던 2010년에는 1조5223억원을 베팅해 말레이시아 최대 석유화학 업체인 타이탄을 인수하는 결실을 얻었다. 그룹의 주력사업 회사로 부상한 호남석유화학은 2012년에 KP케미칼을 합병했고 '롯데케미칼'로 간판을 바꿨다.

신 회장이 롯데케미칼 주주로 등장한 건 2013년 1월이었다. 2011년 8월 45만원을 넘겼던 주식 가격이 KP케미칼 합병에 따른 투자자들의 우려, 중국 경기 부진 등의 요인으로 20만원대까지 하락했기 때문이다. 당시 롯데그룹은 회사 주가 회복에 기여해야겠다는 책임 의식이 지분 매입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을 냈다.

102억원을 들여 4만주를 취득하면서 첫 발을 뗐다. 그 뒤에도 몇 차례 주식을 사들였고 2013년 말 기준으로 10만2200주(0.3%)까지 확보했다. 이때 신 회장이 소유한 롯데케미칼 주식 평가액은 237억원이었다.


2015년 신 회장은 롯데문화재단에 사재를 출연하면서 보유 지분을 일부 넘겼다. 소유한 롯데케미칼 주식이 10만2200주(0.3%)에서 9만705주(0.26%)로 줄었다. 주식 수량은 감소했지만 지분 평가액은 한층 불어났다. △2014년 말 164억원 △2015년 말 221억원 △2016년 말 335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국제유가 상승, 미국의 석유 에너지 개발 확대 등 외부 요인에 힘입어 주가가 36만원 안팎까지 오른 덕분이었다.

◇2021년 상속세 납부 계기, 250억 블록딜

신 회장의 롯데케미칼 지분가치가 급변한 시점은 2021년 5월이었다. 당시 갖고 있던 지분 일체를 롯데지주에 팔아 252억원을 얻었다. 두 달 뒤 상속세를 낼 예정이었기 때문에 납부에 필요한 실탄을 충당하는 차원이었다. 2020년 말 250억원으로 집계된 신 회장 지분 평가액은 블록딜을 계기로 '제로(zero)'가 됐다.


부친 신격호 명예회장이 2020년 별세한 뒤 신 회장은 상장 주식 760억원어치, 부동산 등을 물려받았다. 이후 상속세를 내기 위해 개인적으로 보유한 지분을 매각하는 한편 주식 담보 대출도 병행했다. 금융기관에 자신이 갖고 있는 롯데지주 주식을 담보로 설정해 2021년 이래 누적 1969억원을 빌렸다.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을 모두 처분한지 2년이 지났지만 신 회장이 롯데케미칼 주식을 다시 취득할 가능성은 미미하다. '신 회장→롯데지주→롯데케미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확고하게 정립됐기 때문이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롯데지주가 롯데케미칼의 최대주주(지분율 25.31%)다. 롯데물산(20%) 등 특수관계인이 소유한 주식까지 감안한 지분율은 54.54%다.


주가 부양에 기여할 목적으로 신 회장이 롯데케미칼 주식을 다시 취득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10년 전에 신 회장이 롯데케미칼 지분을 처음 확보하면서 '주식 저평가 해소'를 사유로 제시한 대목과 맞물린다.

2021년 상반기 32만원을 기록했던 롯데케미칼 주가는 지금까지 부진을 겪고 있다. 주식 가격이 계속 낮아져 올해 7월에는 주당 15만원 안팎에서 등락하는 상황이다. 경영 책임을 다하는 차원에서 오너가 직접 지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롯데케미칼이 제시한 주주 환원 정책을 살피면 신 회장의 지분 재취득 가능성은 낮다. 여기에는 'C레벨 이상' 임원이 2024년까지 3년 동안 자사주를 매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표이사, 전략기획본부장(CSO), 준법경영본부장(CCO), 인사혁신본부장(CHO), 기술전략본부장(CTO) 등이 이행 주체로 명시했다. 신 회장은 대표이사이자 등기임원이었으나 자사주 매입 실천 대상에서 빠졌다. 나머지 대표이사 김교현·이영준·황진구 '3인방'이 주식 취득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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