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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한화생명 vs 교보생명

보험부채 평가에도 묻어난 경영 스타일

③K-ICS비율·CSM 한화 역전…계리적 가정, 한화 '공격적' 교보 '보수적' 경향

서은내 기자  2023-07-18 15:55:19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경영 스타일은 보험업계가 올해 IFRS17 시대를 맞이하면서 더 뚜렷하게 그 차이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IFRS17은 보험 부채의 시가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회계 제도다.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 보험부채를 평가하는 모든 과정들에도 경영상의 기본적인 방향성이 담길 수 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보험업권은 한화생명의 공격적인 경영 기조가 IFRS17에 대한 대응방식이나 '계리적 가정' 설정 체계에 있어서도 그대로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반면 비교대상이 되는 교보생명은 IFRS17 관련 재무지표를 다뤄내는 전반적인 성향에서 한화생명에 비해 보수적인 경향이 짙다. 이는 예실차 비교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 역전된 지급여력비율, 일시적 현상?

올초 새 기준 적용에 따라 각사별 보험계약마진(CSM)이 공개되면서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CSM 수치는 나란히 비교 선상에 올랐다. 한화생명의 CSM은 2023년 1분기 말 기준 약 9조7000억원, 교보생명은 같은 시기 약 5조원 규모를 기록했다. 한화생명의 CSM이 교보생명 CSM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셈이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이같은 CSM 격차가 알려지자 업계에서는 예상 외라는 반응이 터져나왔다. 과거 10년 이상 거의 매년 교보생명의 순이익이 한화생명 수치를 웃돌아왔기 때문이다. CSM은 보험사들의 미래 예상 이익창출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현재 회사가 보유한 장기 계약들을 기반으로 벌어들일 예상 순이익의 현재가치로 볼 수 있다.

이후 연이어 공개된 각사의 지급여력비율(K-ICS비율)은 또 한번 업계를 놀라게 했다. 1분기 말 기준 한화생명의 K-CIS비율은 181.2%, 교보생명은 156.04%을 기록했다. 한화생명의 수치가 교보생명의 수치보다 20%p 이상 높게 나온 것이다. 그동안 자본여력 면에서 교보생명이 한화생명 보다 좋은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에 이 역시 예상 외의 결과였다.

IFRS17은 보험사 부채 평가를 원가법에서 시가법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부채를 평가할 때 미래 예상 현금흐름들을 추정하는 과정에서 보험사의 가정 체계가 중요한 포인트로 떠오른다. 이때 '계리적 가정'에 따라 미래 예상 사업비나 예상 보험금 등이 결정되며 이같은 가정체계는 각 회사별 경험 통계가 기반이 된다.

계리적 가정을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부채 규모는 물론 회사의 미래 예상 이익을 뜻하는 CSM의 크기가 좌우된다. 계리적 가정을 합리적으로 세워 미래를 예측할수록 실제 수치에 가깝게 되는데, 이처럼 예상과 실제의 차이 즉 예실차가 작게 나타날수록 그 회사의 예측 신뢰도를 높이 평가하게 되는 구조다.

즉 양사 CSM 규모 격차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해진다. 새 제도가 시행되면서 그동안 숨겨져 있었던 새로운 회사의 체력이 드러났을 가능성이 첫번째다. 또 다른 해석은 이같은 차이가 양사의 계리적 가정 차이에 의한 초기 일시적인 현상으로서, 시간이 지나면서 크게 조정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K-ICS비율에 대해서도 비슷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을 포함한 많은 생명보험사들이 유동성 문제로 인해 일시납 저축성보험을 늘리면서 일부 지급여력비율 하락이 예상되기는 했으나 한화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이 꽤 큰 폭을 두고 교보생명을 웃도는 이같은 결과는 예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K-ICS는 IFRS17과 함께 올해 도입된 신지급여력제도로 과거 기준인 RBC에 비해 보다 정말하게 리스크량을 측정하고 실질에 가까운 자본량을 계산하는 식으로 지급여력비율 산출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부채평가와 순자본에 따라 K-ICS비율도 자연히 영향을 받는 구조다.

한화생명 측은 그동안 장기간 회사가 새 제도에 대응해 준비해왔던 결실이 점차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과거 RBC 제도 하에서는 한화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이 낮게 나오다보니 당연히 K-ICS도 낮을 거란 인식이 있었던 것 같다"며 "한화생명은 자산 배분, 체질 개선으로 IFRS17과 K-ICS에 전략적으로 대비해왔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초기 CSM 규모가 공개된 후로 회사 계리적 가정 설정이 보수적인 특성을 띠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오고 있다. 교보생명은 새 제도가 제대로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도입 초기 재무 수치들의 비교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어필하기도 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해 저축성 보험상품 판매를 일시적으로 늘렸고 고금리 상품이었던만큼 최근 K-ICS비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저축성보험 판매 증가 이슈는 올해 1분기에 그치고 다시 본래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 교보 "억울하다" vs 한화 "준비된 결과"

새 제도에서 중요한 포인트로 떠오른 '계리적 가정'의 정확성은 예실차 분석을 통해 엿볼 수 있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가정 설정이 어떤 경향을 띠고 있는지도 예실차 비율을 비교해보면 가늠이 된다.

교보생명이 강조한 계리적 가정 체계의 보수적인 성향도 실제로 예실차 비교로 드러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1분기 생보사 자료 집계를 토대로 예실차를 분석한 결과 한화생명은 약 1300억원의 예실차 손실을, 교보생명은 230억원의 예실차 이익을 기록했다. 예실차비율의 절대값은 한화생명이 18%대, 교보생명은 3% 수준으로 나타났다.

예실차 손실이 났다는 의미는 예상했던 비용보다 실제 비용이 더 컸고 그 결과 손실이 났다는 뜻이다. 반대로 예실차 이익이 났다는 것은 실제 비용보다 예상 비용을 높게 예측했다는 뜻이다. 계리적 가정을 낙관적 혹은 공격적으로 세울수록 예실차 손실의 가능성이 크다. 또 예실차비율 절대값이 낮을수록 가정의 정확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수치가 감사 보고서 확정 전 기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한화생명의 예실차 손실은 700억~8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교보생명과 비교하면 가정의 낙관적 특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다만 예실차의 경우 1분기 수치만으로 전반을 판단하기는 어려우며 2023년에 대한 결산이 끝나게 되는 내년 초가 되면 보다 정확한 예실차 분석이 가능할 전망이다.

보험업계 리스크관리 전문가는 "한화생명의 경우 교보생명보다 비교적 계리적 가정을 공격적으로 설정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이 때문에 교보생명은 제도 시행 초기 CSM이 공개된 후로 억울하다는 속내를 자주 내비쳐왔으며 각사들의 수치에 대한 보다 정확한 비교는 내년 초가 되면 더 선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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