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업계에서 오랜 경쟁 구도를 형성해왔다. 선두에 삼성생명을 두고 2위 자리에서 엎치락 뒤치락 순위 다툼을 벌였다. 양사의 경영 전략은 방향이 크게 갈린다. 교보생명이 내실에 초점을 맞춰 왔다면 한화생명은 비교적 외형을 위주로 사업을 끌어왔다. 최근 제도 변화와 함께 두 회사의 전략은 더 뚜렷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양사의 전략적 방향은 재무 수치로 설명된다. 외형을 대변하는 자산, 수입보험료를 놓고 보면 생보업계 2위는 한화생명이 차지해왔다. 내실, 즉 순이익을 대조하면 2010년 후 교보생명이 거의 매년 한화생명을 앞섰다. 자본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급여력비율을 기준으로도 교보생명이 우위를 점했다. 기준에 따라 서로 2위란 주장도 가능했다.
◇ 달라진 전략·경영방침, 재무실적에 반영 지난 10여년간 총자산과 수입보험료 변화 추세를 보면 외형 면에서 한화생명은 교보생명을 앞질러 왔다. 그 차이는 점차 벌어지는 양상을 보여왔다. 2010년 양사 수입보험료 규모 차이는 약 3000억원 수준에 그쳤으나 2011년에는 1조원으로, 2013년에는 2조원으로 증가했으며 2016년에는 3조원 수준으로 커졌다.
총자산 규모도 수입보험료와 비슷한 궤적을 그렸다. 2010년만해도 한화생명의 총자산 규모는 64조4830억원, 교보생명이 57조8846억원으로 7조원 가량 차이가 났다. 5년 뒤인 2015년에는 그 격차가 12조원으로 늘었으며 한때 14조원에 달했다. 2020년에 접어들며 차이가 조금씩 줄었으나 올해 3월 말 기준 여전히 6조원 가량 차이를 보인다.
이같은 기조가 굳어진 건 2000년을 전후로 하면서다. 1990년대까지는 삼성생명,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교보생명이 빅3로 불리며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던 시기였다. 당시 대한생명과 교보생명이 엇비슷한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후 업권 경쟁이 치열해지며 중소사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판세가 바뀌기 시작했다.
이때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이 경영 전권을 잡으면서 내실 위주 정책을 강조하고 나섰다. 영업 전투가 치열하던 시기 교보생명은 불필요한 점유율 경쟁에 불참을 선언했다. 반면 2002년은 한화그룹에 인수된 대한생명은 본격적으로 덩치를 불렸다. 당시 격화된 영업전쟁에서도 적극적으로 방어해나가며 외형 기준 2위를 지켜냈다.
경영방침은 수치로 확인됐다. 2000년 한때 교보생명의 수입보험료는 9조원대, 한화생명의 수입보험료는 7조원대를 형성했으나 2001년 교보생명의 수입보험료는 한화생명보다 낮은 6조원대로 내려왔다.
◇ 순이익은 교보, 수입보험료는 한화 우위 '내실'을 중심으로 놓고보면 정반대의 모습이 그려진다. 승자는 교보생명이었다. 지난 2010년 이후 교보생명의 순이익은 2013년과 2021년 두 해를 제외하고는 한화생명의 수치를 웃돌아왔다. 매년 1000억~2000억원 가량 교보생명이 더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그 차이가 누적되자 이익잉여금 규모에도 영향을 미쳤다.
2022년 말 기준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이익잉여금 규모는 각각 3조9899억원, 7조8882억원으로 교보가 한화의 두 배 수준을 보이고 있다. 10여년 전인 2010년 교보생명의 이익잉여금 규모는 3조2193억원이었으며 한화생명은 7525억원이었다. 양사의 이익잉여금 규모 차이는 2010년 2조50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말 4조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지급여력비율에서도 차이가 드러난다. 교보생명은 지난 10년간 RBC비율이 한화생명에 비해 크게 웃도는 수치를 기록해왔다. 교보생명이 대체로 200% 중후반에서 300% 수준으로 높은 RBC비율을 나타낸 반면 한화생명은 200% 초중반 수준에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했다. 2016년 이후로 양사간 지급여력비율의 차이가 확대됐다.
다만 2021년부터는 교보생명의 RBC비율도 급격히 떨어지며 지난해 연말을 기준으로는 양사가 거의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 3월 새 제도가 시행하면서는 K-ICS 제도 하에서 지급여력비율이 역전된 상태다.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된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은 보험계약 포트폴리오 구조적으로 수익성이 교보생명 보다 취약한 경향이 있었으나 총자산은 교보생명보다 확실한 우위를 점해왔다"며 "양사는 각각의 기준을 잣대로 서로 2위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으며 평가 척도에 따라 상반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