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은 1990년대 처음 미국에 진출한 이래 수천억을 들여 해외사업에 투자해왔다. 하지만 벌써 8년째 해외부문이 적자를 탈출하지 못하고 현금창출력을 깎아먹는 구조가 계속되는 모습이다. 잉여현금이 남지 안하 차입 확대도 불가피했다.
현재 풀무원 해외부문은 풀무원USA, 아사히코, 푸메이뚜어식품 등을 포함하고 있다. 각각 미국과 일본, 중국 상하이 및 베이징에서 식품을 제조해 납품한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매출에서 해외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1% 수준이다.
풀무원은 2014년 일본 아사히코, 2016년 미국 두부업체인 비타소이(Vitasoy USA)를 인수하는 등 해외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를 계속해왔다. 작년까지 해외식품부문에 투입된 자금 규모는 누적 6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대표적으로 2018년 종속 자회사인 풀무원식품에 약 600억원을 출자했다. 일본 아사히코에 대한 풀무원식품의 출자(252억원) 등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또 풀무원식품은 지난해 풀무원USA에 453억원을 지원했다.
풀무원USA는 1991년 미국에 세워진 현지법인이다. 2004년 콩가공식품을 생산하는 와일드우드 내추럴푸드(Wildwood Natural Food)를 사들여 성장기반을 다졌고 5년 뒤에는 냉장식품회사인 몬터레이 고메이 푸드(Monterey Gourmet Foods)도 인수했다.
하지만 풀무원은 2020년을 제외하면 해외식품부문에서 2015년 이후 매년 300억~500억원 안팎의 영업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2020년의 경우 현지 가공식품 수요가 확대되면서 해외사업 영업손실 규모가 50억원 미만으로 축소되기도 했으나 잠깐에 그쳤다.
지난해 미국법인 영업적자가 300억원을 기록, 해외식품부문 영업손실 규모가 455억원까지 치솟았다. 물류비가 오르고 인건비와 원재료 부담까지 상승했는데 이를 판가에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 탓이다. 올해 역시 1분기에 66억원을 손해 보면서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자금 유출 기조가 계속되면서 풀무원은 연결 잉여현금흐름이 2016년부터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잉여현금이 -500억원 내외를 오르내리다가 2021년에는 적자 규모가 1099억원까지 늘었다. 올해 1분기의 경우 -14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399억원)보다는 적자폭이 축소됐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기조다. 해외식품부문 부진으로 영업현금흐름 창출력이 떨어진 탓이 크다.
잉여현금이 8년째 음수 상태인 만큼 모자란 현금은 차입으로 끌어왔다. 잉여현금이 플러스를 유지했던 2015년 말 연결 순차입금은 1833억원(리스부채 포함)이었는데 올해 3월 말 9206억원까지 뛰었다. 이 기간 총차입금이 3395억원에서 1조990억원으로 점프한 반면 현금성자산은 1561억원에서 1785억원으로 늘어나는 데 그쳐 크게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추가적으로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상환 부담도 있다. 자본으로 분류돼 있지만 사실상 차입이다. 현재 2685억원의 신종자본증권(권면가액 기준)이 남아 있으며 이중 1130억원의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기한이 올해 8월~12월, 700억원의 콜옵션 기한이 내년 9월 도래한다. 풀무원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자본을 확충해 부채비율을 통제해왔으나 올해 3월 말 부채비율은 327.2%로 전년 말(274.9%) 대비 크게 올랐다.
이 영구채와 총차입금 중 단기성 차입금 5620억원을 포함하면 6750억원을 올해 안에 상환하거나 차환해야 한다. 이밖에 계열사에 대해 1023억원의 지급보증 및 연대보증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