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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

무차입 테스, R&D 시설확충 바탕에 '두둑한 곳간'

현금성자산 793억, R&D 시설투자금 상회…풍부한 자사주 활용도 가능

이민호 기자  2023-06-16 16:53:16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THE CFO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반도체 장비업체 테스의 연구개발(R&D) 특화건물 신설 결정에는 무차입 경영 기조 유지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돼있다. 영업활동현금흐름(NCF)이 꾸준히 흑자를 기록 중인 가운데 이미 R&D 시설투자금을 웃도는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덕분이다.

부채비율이 10%를 밑돌 만큼 재무건전성이 우수해 필요시 은행권 신규차입뿐 아니라 풍부한 자사주를 바탕으로 다양한 외부조달 기법을 구사할 수 있을 전망이다.

◇R&D 시설확충에 636억 투입…무차입 기조 유지

테스는 이번달 14일 R&D 시설 확충에 총액 636억원 투자한다고 공시했다. 건물 신축과 유틸리티 설비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투자기간은 이번달부터 2025년 7월까지 약 2년 1개월이다. R&D 시설이 들어설 곳은 용인시 처인구 제일일반산업단지 일대로 현재 테스 본사가 위치한 곳이다. 현재 본사에 R&D 시설을 확보하고 있지만 클린룸 확장을 위해 이번에 R&D 특화건물 신설을 결정했다.

테스는 2002년 9월 설립된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로 증착장비(PECVD)와 식각장비(Gas Phase Etch & Cleaning)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외에 디스플레이용 박막봉지장비(TFE)와 UVC LED용 증착장비(MOCVD)도 제조하고 있다. 2008년 5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으며 이번달 15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4408억원이다.


R&D 특화건물 신설은 최근 R&D 투자를 늘리고 있는 테스의 경영전략과 일맥상통한다. 2020년 231억원, 2021년 298억원이었던 연구개발비용은 지난해 423억원으로 늘었다. 연결 기준 매출액에서의 연구개발비용 비중도 2020년 9.4%, 2021년 8.0%에서 지난해 11.8%로 확대됐다.

테스는 R&D 시설 확충자금의 구체적인 조달방법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테스의 재무구조를 보면 신규차입 부담은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테스는 최근 수년간 사실상 무차입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 1분기말 연결 기준 차입금은 '제로(0원)'다.


2020년까지만 해도 은행권으로부터 단기차입금 성격의 기업운전일반대출을 1%대 저리로 조달했지만 미상환잔액이 2019년말 100억원, 2020년 40억원으로 많지 않았으며 이마저도 2021년 10월 만기 이후에는 없어졌다. 올해 1분기말 건물 리스에 따른 5억원 규모 리스부채(유동·비유동 합산)가 있을 뿐이다. 차입금이 없는 데다 리스부채가 소액인 만큼 이에 따른 이자비용은 2021년 6950만원, 지난해 823만원으로 1억원이 채 되지 않았다.

테스는 차입부담을 지지 않으면서 우수한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말 부채총계는 298억원이다. 2020년말 384억원이나 2021년말 420억원보다 오히려 줄었다. 매입채무(135억원)와 미지급금을 포함한 기타채무(62억원)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금성자산 793억 시설투자금 충당 무난…자사주 활용 가능성도

반면 자본총계는 3067억원이다. 2020년 2365억원, 2021년 2949억원으로 꾸준히 늘고있다. 자본총계 확대에는 꾸준한 당기순이익 흑자가 기여했다. 테스는 2010년부터 매년 당기순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특히 2021년 740억원과 지난해 468억원으로 예년에 비해 높은 당기순이익을 보이면서 자본총계도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이 때문에 부채비율은 2021년말 14.2%, 지난해말 9.7%에 불과했다. 올해 1분기말에는 8.2%까지 하락한 상태다.


기본적으로 우수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자본총계 확대에 기여했다. 2010년부터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를 이어왔으며 특히 2021년 676억원, 지난해 613억원으로 코로나19 시기 다소 부진했던 영업실적마저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지난해의 경우 법인세와 운전자본 부담이 늘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154억원으로 예년에 비해 적었다. 여기에 비교적 적은 자본적지출(CAPEX)에도 배당을 늘리면서 잉여현금흐름(FCF)이 2015년 이후 7년 만에 적자(-15억원) 전환했다.

그럼에도 잉여현금흐름 적자폭이 크지 않은 영향으로 올해 1분기말 현금성자산은 79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말 835억원 등 예년에 비해서는 줄었지만 꾸준한 EBITDA 흑자 등 현금유입 요인을 고려하면 무차입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약 2년 1개월간 R&D 시설 확충자금 636억원을 충당하는 것은 무난히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 차입금이 없기 때문에 필요시 시설자금 신규차입 여력도 충분할 전망이다.

은행권 차입 외에도 자사주를 이용한 교환사채(EB) 발행 등 다양한 레버리지 수단을 강구할 수 있다. 테스는 지난해에도 꾸준히 자사주를 취득해왔으며 올해 1분기말 자사주는 222만7000주다. 발행주식총수(1976만8226주)의 11.3%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양이다.

이번달 15일 종가(2만2300원)로 단순계산한 자사주 가치는 497억원에 이른다.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내세울 경우 자사주 가치만큼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다만 최대주주인 주숭일 테스 대표이사 회장의 높지 않은 지분율(19.91%·393만5203주)은 교환사채 발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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