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쏘시오그룹의 운송기업 용마로지스는 2025년까지 물류센터를 짓는데 사활을 걸었다. 계획한 투자금 900억원을 충당하기에 사내 자금과 본연의 현금 창출력으로는 한계가 뚜렷했다.
재무를 총괄하는 박상순 용마로지스 경영관리본부장(상무)은 본업의 현금 창출력을 보완하는 대안으로 '토지 처분'을 눈여겨봤다. 보유 자산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취지에서 부동산을 팔았다. 용마로지스는 단번에 500억원대 현금을 확보했고 물류센터 증설 계획에 탄력이 붙었다.
◇2025년까지 895억 집행, 안성 물류센터 증설구상 용마로지스 경영진의 올해 최대 현안은 '투자계획 이행'이다. 2025년까지 895억원을 집행해 경기도 안성시에 물류센터를 추가로 구축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5만3395㎡ 면적의 부지에 약 2만㎡의 시설을 건립할 예정이다.
운송업에 특화된 용마로지스는 동아쏘시오그룹의 비상장 계열사다. 그룹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완전 자회사다. 1983년에 출범한 용마유통이 모체로 동아제약이 제조한 의약품을 수송하는데 주력하면서 전문성을 쌓았다.
경영진은 의약품 배송에 국한하지 않고 성장동력 발굴에 사활을 걸었다. 2000년대 이후 △3자 물류(3PL) △포워딩(수출입 물류) △국제 특송 등의 신사업으로 진출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비대면 경제활동이 진전되면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산업이 팽창하자 용마로지스 역시 '실적 우상향'이라는 수혜를 누렸다.
별도기준 매출이 2017년 1865억원에 그쳤으나 지난해 3453억원으로 늘어난 대목이 방증했다. 5년새 85.1% 증가한 규모였다. 현금 창출력을 가늠할 수 있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역시 같은 기간 109억원에서 339억원으로 3배 넘게 불어났다.
운송 수요에 확대하는 취지에서 물류 인프라를 확충하는 건 필수다. 하지만 용마로지스는 900억원에 육박하는 투자금을 자체 충당하는데 한계를 인식했다. 지난해 말 현금성자산과 기타유동금융자산,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 등을 포함한 여윳돈이 167억원에 불과했다.
운전자본 증감을 감안한 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2017년 22억원에서 2022년 271억원 유입으로 12배 이상 증가했다. 다만 안성 물류센터 증설 구상을 고려하면 2025년까지 연간 자본적 지출(CAPEX)이 기존의 100억원 내외 수준보다 훨씬 늘어나는 건 불가피했다. 본업으로 유입되는 현금 수준이 투자 확대 기조를 충족하기 여의치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재개발 대두' 신갈센터 매각, 500억 현금유입
회사 재무를 총괄하는 박상순 용마로지스 경영관리본부장(
사진)이 꺼내든 방안은 '부동산 매각'이었다. 운송사업 특성상 보유한 부동산이 존재하는 대목을 눈여겨봤다. 용마로지스가 구축한 물류시설 가운데 용인시 신갈센터가 대표적이었다. 1992년 8월에 2만3100㎡ 면적으로 완공한 이래 일반택배 사업의 초기 거점 역할을 수행했다.
다만 안성, 이천, 영동에도 물류센터가 속속 들어서면서 운송 본업에서 신갈센터가 차지하는 위상이 작아졌다. 설상가상으로 노후한 시설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1990년대 초반과 달리 고층 아파트들이 주변을 둘러싸면서 물류센터 부지를 재개발해야 한다는 지역사회 목소리도 나왔다.
시설 운영효율 저하와 투자금 조달법 모색이 맞물리면서 유휴 부동산 처분으로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에 그룹 계열사이자 박카스병 제조 업체인 수석이 노후된 공장을 매각해 1750억원을 얻은 대목도 영향을 끼쳤다. 용마로지스는 신갈물류센터 부지와 건물을 특수목적법인(SPC) 용인기흥PFV에 팔아 526억원을 확보했다. 용인기흥PFV는 넘겨받은 토지에 아파트를 짓고 동아쏘시오홀딩스가 PFV에 출자하는 로드맵을 짰다.
용마로지스가 자산 유동화 조치를 이어갈 기반은 충분하다. 소유한 부동산 면면을 살피면 김포 물류센터도 눈길을 끈다. 2014년에 용마로지스가 105억원을 들여 송암약품으로부터 인수한 곳이다. 7000㎡ 넘는 규모를 갖춘 시설로 의료기기 등 특수물자 운송 수요에 대응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