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동아쏘시오그룹 계열사가 성장 실탄을 확충하는 묘안으로 '자산효율화'가 떠올랐다. '박카스병' 제조사로 입지를 굳힌 기업 '수석'이 최근 부동산을 처분해 2000억원을 수혈했다.
전국 각지에 포진한 생산시설을 충남 당진으로 잇달아 옮기면서 유휴 부지를 팔아 자금을 확보하는 전략 수립으로 이어졌다. 덕분에 당진에 자리잡은 통합 생산거점을 투자하는데 한층 탄력이 붙었다.
◇'충남 당진' 생산인프라 집적 프로젝트 지속 수석은 동아쏘시오그룹 계열사 가운데 포장용기 제조에 특화된 기업이다. 자양강장제 '박카스'와 '감기약 '판피린' 등 동아제약 주력 제품의 유리병을 양산해 공급해왔다. 경기 안양, 충북 음성, 충남 보령 등에 생산 공장을 뒀으나 2010년대 들어 시설이 갈수록 노후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경영진은 제조 시설을 통합해 새로 구축할 필요성을 인식했다. 수석이 동아제약에 유리병을 납품하는 만큼 두 회사가 공장을 한 지역으로 집적해 조성하는 결론에 도달했다. 수석과 동아제약은 2015년 공장 이전에 최적인 지역을 충남 당진으로 낙점했다. 수도권과 남부 지방의 중간 지점에 자리잡은 만큼 전국으로 물류가 이동하기 용이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새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기존 제조시설을 옮기는데 수석은 지금까지 800억원이 웃도는 투자금을 집행했다. 2017년 충남 당진에 공장을 완공하면서 첫 발을 뗐다. 이후 2022년에는 서울과 경기도 용인에 있던 생산라인을 당진 신공장으로 통합했다. 올해는 안양 공장을 당진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세웠다.
생산 인프라 재편과 맞물려 수석은 유휴 부동산을 처분하면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구사했다. 올해 6월 안양 공장 부지와 건물을 매각하는 결정을 내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아시아허브PFV에 유형자산을 넘겨 1750억원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얻게 되는 실탄은 고스란히 당진 제조시설 투자금으로 집행할 예정이다.
◇유동성, 모회사 지원여력 감안해 '부지매각' 수석이 '부동산 매각' 카드를 꺼내든 건 보유한 여윳돈 규모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2022년 말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등을 더한 유동성이 9억원에 그친 대목이 방증한다.
2021년 말 125억원과 견줘보면 1년새 90% 넘게 유동성이 감소했다. 서울·용인 공장 이전 여파로 자본적 지출(CAPEX)이 2021년 30억원에서 지난해 261억원으로 8배 넘게 증가한 대목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유리병 제조 사업만으로 현금이 사내로 유입되기도 녹록지 않았다. 영업활동 현금흐름(OCF) 추이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지난해 OCF는 35억원으로 2021년 148억원 대비 76.4% 줄었다. 2019년 205억원과 비교하면 80% 넘게 감소한 수치였다. 자체 본업에서 투자 재원을 얻기 여의치 않았던 만큼 기존 공장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절한 묘책으로 판단했다.
모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의 계열사 지원 여력이 저하되는 대목도 자산효율화 전략 채택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의 별도 기준 OCF는 2021년 299억원에서 지난해 121억원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올해 1분기에는 8억원 순유출로 돌아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