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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동아쏘시오그룹 계열사 가운데 원료의약품 개발사 '에스티팜'은 올해로 창사 15주년을 맞이했다. 2008년 출범 이래 삼천리제약 합병, 증시 입성을 거치면서 약진했다. 상장에 힘입어 에스티팜은 동아쏘시오그룹의 '복덩이'로 존재감을 발휘했다.
최대주주이자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는 2016년 상장 이후 올해까지 에스티팜에서 배당금 150억원을 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주가가 상승하며 불어난 에스티팜 지분 평가가치는 홀딩스 자산총계 확대에 기여했다. '오너 3세' 강정석 전 회장 역시 홀딩스 지배력을 보강하는데 보유한 에스티팜 주식을 요긴하게 활용했다.
◇2016년 상장 이후 지주사에 150억 배당 에스티팜은 2008년에 설립한 업체로 원료의약품 위탁생산·개발(CDMO) 사업에 초점을 맞췄다. 2010년에 500억원을 투입해 삼천리제약을 인수·합병(M&A)하면서 사세를 불렸다. 2016년에는 기업공개(IPO)를 단행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는 결실을 얻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에스티팜의 최대주주는 그룹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다. 609만6552주를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지분율이 32.41%다. 뒤이어 강정석 전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이 247만5657주(13.16%)를 소유했다.
에스티팜은 상장한 2016년부터 '주당 500원'이라는 지급기준을 설정해 배당하는 기조를 유지했다. 영업손실 여파로 배당하지 못한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주주 환원을 실시했다. 자연스레 지주회사로 에스티팜 실탄이 흘러드는 체계를 확립했다. 2017년 이래 올해까지 홀딩스가 수령한 배당금은 150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30억원씩 일정하게 받았다.
홀딩스 자산총계를 보강하는 데도 에스티팜의 기여분이 한몫 했다. 2020년 1월 2만9000원 안팎에서 등락했던 에스티팜 주가는 2021년에 10만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 백신 제조의 기반기술로 각광받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 사업 역량을 갖춘 대목이 시장에서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관계기업으로 분류된 에스티팜 주식의 장부금액은 2019년 말 1104억원에서 2020년 말 2449억원으로 2배 넘게 늘었다. 공동기업과 관계기업을 모두 반영한 지분법적용투자주식 총액에서 에스티팜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같은 기간 23.4%에서 40.2%로 훌쩍 뛰었다. 장부금액 확대에 힘입어 홀딩스 자산총계는 연결 기준으로 2019년 말 1조3586억원에서 2020년 말 1조5111억원으로 증가했다.
◇강정석 회장, 주가 급등기 지분팔아 홀딩스 주식매입 에스티팜의 15년사를 복기하면 상장 덕분에 수혜를 입은 인물도 존재한다. 강정석 전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
사진)이 대표적이다. 강 전 회장은 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래 지배력을 탄탄하게 다지는데 에스티팜 주식을 활용했다.
2016년 하반기 상장 국면에서 자신이 보유한 에스티팜 주식과 홀딩스 신주를 맞바꾼 사례가 회자된다. 그해 6월 말 기준으로 홀딩스가 소유한 에스티팜 지분율은 14.99%였다. 지주사가 상장한 자회사의 주식을 최소 20% 소유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상 요건을 감안하면 추가 지분 매입이 불가피했다.
에스티팜 지분 608만2032주(32.6%)를 보유하던 강 전 회장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갖고 있던 에스티팜 주식 332만7411주를 내주는 대신 홀딩스 신주 99만1922주를 취득했다. 지분 교환을 계기로 강 전 회장은 홀딩스 소유 지분율을 단숨에 12%에서 26%까지 끌어올렸고, 지주사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고하게 굳혔다.
강 전 회장은 에스티팜이 상장한 뒤 주식을 팔아 얻은 실탄으로 홀딩스 지분을 추가로 늘렸다. 2021년 5월에 강 전 회장은 갖고 있던 에스티팜 주식 284만4621주 가운데 36만8964주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다.
한번의 매도로 350억원이라는 거금을 챙긴 강 전 회장은 홀딩스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워런트(신주인수권)를 행사했다. 200억원을 투입해 주식 17만2810주를 사들였고 이때 강 전 회장의 홀딩스 지분율은 27.58%에서 29.48%로 1.9%포인트(p) 상승했다.